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57)
한낮의 미용실

  김정아

머리카락을 잘라주세요
밤새 자라난 상념의 그림자
솜털처럼 가벼우나 한숨처럼 무거운
도망갈 길 없는 촘촘한 우울

머리카락을 잘라주세요
내 머리칼은 그대 눈으로 다듬고
나의 설움은 그대 손길에 기대어
따스한 손가락 사이로 흘러드는

머리카락을 잘라주세요
내 것이라는 집착에도 초연한
아픔 없는 이별
원래부터 없었던 나의 것

망설임 없이 사뿐히
그대 발끝에 내려앉는
한낮의 햇살처럼 단아한 머릿결
농담처럼 가벼운 미소

그대
마음에 드시나요
 

윤일광 교수

감상)
잘쓴 시는 읽기 편하다. 읽으면 걸림이 없다. 그런대도 생각의 여운을 남긴다. 이 시가 그렇다. 마치 번역된 바이런의 시를 일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머리카락은 〈밤새 자란 상념의 그림자〉〈촘촘한 우울〉이었다가, 드디어 머리카락과 〈아픔 없는 이별〉이 되고, 〈단아한 머릿결〉로 시간과 상황의 순서로 시를 구성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어느 한낮,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시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더 친근한 느낌을 주고 있다.<눌산문에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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