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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여행이야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말라카<2>'스페인의 해안도시 닮은 말라카

열강의 식민지 속에서도 찬란한 문화 꽃 피워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라카까지는 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점심을 먹은 후라 오수에 빠져 모두들 조용하다. 차창밖으로 펼쳐진 녹색의 정원은 온통 팜나무 숲이다. 크고 작고를 떠나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의 행진을 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먹는 오일에서 차량의 엔진오일까지 생산한다니 버릴게 하나도 없는 팜나무를 보면서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이드의 설명에 잠을 자다가 꿈을 꾸다가 정신이 들 때 쯤 동양의 작은 유럽 말라카에 들어섰다. 중국풍의 집들과 유럽풍이 믹서된 빨간 지붕들이 스페인의 어느 해안도시를 떠올리게 했다.

스페인의 남부에 가면 하얀마을 미하스 옆에 피카소의 고향인 말라카가 있다. 도시 이름은 같지만 말레이시아의 항구도시인 말라카는 옛날 동서 해상교역의 중심지였다. 말라카 해협을 끼고 유럽의 상인들은 이곳을 거쳐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등으로 뱃길을 돌렸다. 현재 말라카는 도시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싱가폴이 독립국가로 인정되기 전까지 말라카는 영국, 스페인, 포르투칼, 네들란드의 식민지배를 받으면서도 너름대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 해상무역의 메카로서 몇 백 년을 버텨냈다.

일행들은 먼저 불교식 건축물들이 들어선 중국풍의 거리와 네들란드 풍의 수로가 있는 백년 넘은 골목길을 둘러보고 샌티야고 요새에 올랐다. 뼈만 남은 성당의 성벽 주변으로 순교자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성벽을 걸어 내려오면서 우리는 무명화가들의 작품에 꽂혀 한참을 서성거렸다. 이국적 풍경의 돛단배와 거리 시가지 풍경들이 이채롭다. 외곽에서 저녁을 먹고 우리는 옵션투어를 위해 다시 버스에 올랐다.

먼저 맛사지를 받고 전동보트에 올라 수로를 따라 야경을 관람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말라카의 야경은 운치가 있었다.야경투어를 마치고 일행은 숙소인 프라쟈 호텔까지 픟레이어 자건거를 타고 신나게 거리를 누볐다.반짝거리는 조명아래 모두들 미쳐갔다. 자전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음악 때문에...
20여분의 투어길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어 주었다. 모두들 나이도 체면도 잊어버리고 그냥 밤에 묻혀 하나의 풍경이 돼 버렸다.

라마다 프라자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밤이 내린 시내를 내려다 보았다. 불빛이 수로를 따라 아직도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는 것 같다. 내일은 남은 시내투어에 오후엔 싱가폴에 입성이다. 인도차이나반도의 끝으로 육로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적도인 싱가폴에 다다를 것이다.

말라카는 스페인의 예쁜 작은 휴양도시 같은 느낌이다. 호텔 바깥의 세상은 밤의 적막 속으로 묻혀가고 손님들은 한 방에 모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여행의 낭만을 만끽한다. 남자들이 없는 여자들만의 여행길은 작은 웃음거리 조차 대박이다. 말레이시아 이틀째의 여정이 마무리되어간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이 언니들에겐 어제처럼 다시 새로운 삶의 충전 요소들이 생겨 날테니 말이다.

다음 날 아침 해변에 있는 이슬람 사원과 바이킹 돛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쇼핑점 한군데를 들른 다음 조호바루쪽으로 이동했다. 점심을 먹고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할 것이란다. 담배와 술을 갖고 갈 수 없는 법 때문에 우리는 소주를 모두 가이드에게 넘겼다. 아깝지만 어쩌랴 지난번엔 담배도 보루째 넘겨주고 갔었다.

짧은 삼일간의 말레이시아 여행이 마무리 되어간다. 이차장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인도차이나의 복지국가인 말레이시아가 향 후 아시아의 새로운 대국으로, 선진국가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이민을 고려한다면 단연 말레이시아를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싱가폴에 비해 물가도 씨고 복지정책이나 주택사정도 좋아 노인들이 살기엔 꽤 괜찮은 나라가 말레이시아란다. 22년차 가이드 이차장은 이젠 고향 같은 타향에 더 정을 느끼고 산다고 했다.
멀리 바다 건너 사자를 닮은 마라이언 상을 상상하며 일행들 모두 짐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잠시 만나 스치듯 지나가는 삶 속에서 가이드 이차장은 시간이고 세월이고 바람 같은 존재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런 인연들일 것이다. 입국장으로 향하는 에스칼레이트를 오르며 이별보다 아름다운 또 다른 인연의 만남을 기대해 본다. 언니들은 입국하랴 출국하랴 여권에 도장 찍느라 정신이 없다. 어디를 가나 즐거운 삶은 웃음으로 보답 받는다. 언니들의 웃음 뒤로 노을이 저녁 햇살로 다가선다. 안녕 아름다운 나의 소중한 인연들이여! <이금숙/시인/세계항공 월드투어 대표>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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