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원주민이 피우던 담배는 16세기 초 스페인에 처음 전해졌다.

아시아엔 1571년 필리핀에 먼저 들어왔고 1600년 중국에도 유입됐다. 조선에는 광해군 때인 1610년 전후에 전해졌다. 이수광은 ‘지봉유설’에 “근세에 왜국에서 들어왔다”고 기록했다. 광해군은 담배를 혐오 했지만 정조. 고종. 순종 등은 애연가였다 고 한다.

1619년 고상안의 ‘농가월령’ 에는 담배가 조선에 상륙한지 20년 만에 전 국민의 기호품이 되어 버렸음을 묘사 하고 있다. 고위관료로부터 가마꾼. 나무꾼 모두가 담배를 즐기게 됐고 심지어 아낙네와 아이들까지 피우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쓰여 진다.

당시의 대표적인 문신인 계곡장유는 스스로 골초를 자부하기도 했고 18세기 허필은 아예 호를 연객(烟客,골초손님)이라고 짓기도 했다. 심지어 보릿고개 때 끼니를 잇고 농사에 파종하라고 관가에서 나누어준 환곡도 농민들은 담배를 사 피우는데 써 버려서 나중에 끼니를 굶었던 자들이 여기저기 나왔을 정도였다. 즉 굶어 죽을지언정 담배는 피고 보겠다는 게 우리 선조들이 대단한 애연가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필자 역시 30여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담배를 피워왔던 왕 골초중의 한 사람이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다니...새해부터 담배가격이 올랐는데 끓을 생각 없어?” 술자리 지인들과 만나면 으레 나오는 질타 섞인 말이다. 하지만 30년을 피운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는다는 것은 여간 독한 마음을 품지 않고는 쉽지 않다.
사실 몇 번 담배를 “끊어볼까"란 생각을 안 하지는 않았다. 5년 전인가 췌장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있을 때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지만 퇴원과 동시 담배를 다시 물었다. 주위 선후배들이 담배를 끊을 때 혼자만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피워 온 담배다. “담배를 끊는다고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정신병이 더 걱정이 된 다”며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담뱃새를 인상하면서 보여준 행태는 30여 년간 피어온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정부는 이번 담뱃세 인상의 목적이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것처럼 포장했다. “이게 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라고 주장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을 곧이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국민건강을 생각 했다면 금연을 유도하는 경고그림은 당연히 관철 되어야 했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재정확보에만 열을 올린 복지부는 결과적으로 ‘서민증세’라는 비난의 꼬리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정부는 이번 담뱃세 인상으로 5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서민들로부터 걷어 들이게 됐다. 2000원이라는 절묘한 담뱃세 인상으로 안정적인 세수확보와 동시에 담배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을 만든 셈이다.

담뱃세 인상과 관련 웃지 못할 해프닝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 50대 남성이 담뱃세 인상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국회 불을 지르려다 붙잡히는 일 까지 발생했다. 홧김에 그런 마음이 생겼겠지만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법 한 일이다.

요즘 들리는 얘기로는 ‘가치담배’가 부활했다는 것이다. 80년대 담뱃값이 500원이던 시절 100원에 3개비를 팔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1개비에 300원이다.
한 갑이면 6000원이니 25%비싼 셈이다. 그래도 가난한 애연가들에겐 감지덕지다. 하지만 가치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불법이다. 정해진 포장과 가격을 어겨 팔면 200만 원이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묵인해 왔을 뿐 이다.

훈련병 시절 “10분간 쉬어” 하면 바로 나오는 말 중의 하나가 “담배 일발장전” 이었고 여기저기 길게 뿜어내는 담배연기와 함께 휴식시간의 달콤함을 누리던 시기가 있었다. “한가치 담배도 나누어 피우고... ”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여,,,”등의 군가나 진중가요에도 보듯이 군대에서의 한가치 담배는 군인과 가장 친밀한 것 중의 하나였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에는 고급담배였던 100원짜리 ‘청자’와 60원짜리 ‘신탄진’이 있었다. 20원짜리 ‘백조’도 있어 서민들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담배를 고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6개비만 있는 ‘스포츠’와 ‘희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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