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77)

                             '너를 떠나보내도' 

                              정 영 인(귀숙)

  뜨겁게 삶을 지탱하던
  기억
  그 기억이
  길바닥에 뒹굴고 있다

  선홍빛 핏물에 젖어
  바스락거리는
  숭숭 뚫린 영혼이 불을 지피는
  가슴 뛰는 가을

  되돌아보고 싶은 추억 함께
  저울질하는 남겨진 시간

  너를 떠나보내도
  아직 나는 너를 떠나지 못한다

감상)

윤일광 교수

시는 본질적으로 이별, 기다림, 그리움, 외로움, 추억, 고독, 고뇌와 같은 슬픈 한을 먹고 사는 존재다. 기쁘고 즐거울 때에는 시가 자꾸 멀어진다. 정영인의 시 ‘너를 떠나보내도’는 제목에서 이미 모든 것을 암시하고 있듯이 이별이 대전제고, 그 이별은 망각되어 묻혀버린 기억이 아니라 아직도 너를 떠나보내지 못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너’는 ‘나의 뜨거운 삶’이었기에, 쉽게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유심히 보아야할 것은 ‘네가 나에게서 떠난 것’이 아니고, ‘내가 너를 떠나보낸’ 역설적 상황이 전개된다. 문학기법으로 이를 ‘자리바꿈’이라 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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