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19-03-08 21:34 

“인수 축하”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대회의실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체결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산은·현대중공업 본계약 체결-세계 1위 조선사 탄생 ‘눈앞’
상생발전 공동발표문 내며-양측 노조 달래기 나섰지만
상경 투쟁 등 반발, 설득 과제로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던 대우조선해양이 20년 만에 민영화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 8일 대우조선 지분 인수 본계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확정해 시장점유율이 20%를 웃도는 ‘세계 1위’의 조선사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계약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산은과 합작법인 ‘한국조선해양’(가칭)을 만들어 그 아래 자회사로 두는 방식으로 대우조선을 품는다.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물적분할된 한국조선해양(조선합작법인)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조2500억원을 조달하고, 보유하던 2500억원을 더해 대우조선이 실시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 돈은 대우조선 차입금 상환에 쓰인다. 한국조선은 현대중공업(지분율 100%), 삼호중공업(80.5%), 미포조선(42.3%), 대우조선(약 68%) 등 4개 조선 계열사를 둔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2대주주가 된다.

양사는 계약 후 대우조선 임직원의 고용안정과 협력업체 거래처 유지 등 상생발전 방안을 담은 공동발표문도 발표했다. 발표문은 대우조선 민영화에 대해 “한국의 수출산업인 조선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노동자에 대해선 “고용안정을 약속한다”며 “대외 경쟁력이 있는 협력업체와 부품업체 거래도 유지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는 이날 위원회를 열고 현재 조선소장인 이성근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이성근 신임 사장 후보는 1979년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해 선박해양연구소장과 미래연구소장, 중앙연구소장, 조선소장 등을 지냈다.

계약은 맺었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통합이 마무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전체 선박 수주잔액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의 점유율은 21%지만, 액화천연가스(LNG)선 기준으로는 양사 점유율이 57%에 이른다. 초대형 조선사 탄생을 꺼리는 경쟁국 중 한 곳만 반대해도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국내외에서 비슷한 인수 사례가 있지만 국가별 이해관계가 첨예해 승인 여부를 예단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합병 무효”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조원들이 8일 대우조선해양 매각 본계약 체결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에 들어가려다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조 설득도 과제다. 이날 대우조선 노조원 500여명은 산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 100여명도 상경투쟁을 벌였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요인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노조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복 업무가 많은 사무직의 위기감이 크다. 하청업체와 납품업체도 도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대우조선은 선박 핵심 부품인 엔진을 중소 조선기자재업체에서 납품받는 반면 현대중공업은 자체 생산하고 있다. 다만 대우조선의 영구채 문제는 수출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협상으로 해결했다. 2조3000억원의 영구채 금리를 깎아 현대중공업의 이자부담을 덜기로 했다.

한편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달 조합원 5600여명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90%가 넘는 찬성률로 가결시킨 후, 합병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투쟁 수위를 더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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