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76)
'3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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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정 옥 영 재
그녀가 떠났다
미완의 생에서 비린내가 흘렸다
왜라는 울음을 쏟지도 않았다
바쁜 걸음으로 다가온 계절에게
자리를 비워야 함을
스스로 아는 거다 쫓기며 돌아서는
이른 발길에 미련이야 없겠냐마는
태생의 본질을 쥐고 서럽게 서두는 거다
3월은 안다
제 몸을 골몰히 흔드는 바람은
그녀의 비린 몸부림임을
하여
마른 가지 끝에는 봄이 돋고
촉수를 올린 햇살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진부한 세상에
온정을 불러들이는 등대가 되는 거다
아직 삼동을 쥐고 있는 가지들을 위해
나여!
그대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꽃 한 송이 피워놓지 않겠는가
이 찬란한 3월에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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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일광 교수 |
이제 3월이다. 가슴 설레는 봄이다. ‘바쁜 걸음으로 다가온 계절’이다. 겨울은 스스로 알아 자리를 비껴주고 있다. 그건 ‘태생의 본질’이기에 서럽지만 물러설 줄 안다.
시인은 봄에 꽃이 피는 것을 ‘진부한 세상에 /온정을 불러들이는 등대’라고 표현하는 착상이 새롭다. 표현이 신선하다는 것은 시의 중요한 기법인 낯설기하기의 결과다. 시는 그만큼 새로움의 표현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 꽃은 삼라만상에 만개한 꽃이 아니라 ‘두근거리는 심장’에 피워 놓는 꽃으로 승화시킨다.
결국은 ‘이 찬란한 3월에’ 사랑 하나를 꽃 피우고 싶다는 시적화자의 갈망이 시의 심연에 깊이 깔려 있다.
〈떠나는 그녀(겨울) – 봄꽃 – 심장에 피는 꽃 – 사랑〉이라는 일련의 구도가 시의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면서 독자의 눈길을 끌게 만든다. (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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