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지방공기업인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민간사업자와 공동출자로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체험형 놀이기구를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까지 추진 중인 역사의 현장을 놀이동산으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 공사는 지난 4일 유적공원 내 희망광장에 회전목마, 미니 바이킹, 점프 어라운드, 점프 타워, 플라잉 타이거 5종의 놀이기구를 갖춘 ‘거제랜드’를 개장했다.

이어 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선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자평하며 ‘여행업과 레저산업의 34년 노하우를 가진 ‘홍익여행사’가 운영하고, 30년 이상 전문가들로 구성된 놀이기구 제작업체인 ‘도파니㈜’가 참여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더욱 높여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제랜드 오픈으로 유적공원이 거제의 새로운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정작 방문객 사이에선 유적공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향후 드러날 한계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늘어나는 전쟁 포로를 수용하려 설치한 한반도 최대 규모 집단화 시설의 마지막 흔적으로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 수용소에는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 등 20여만 명이 생활했다. 

 휴전협정 직후 폐쇄돼 잔존 건물의 일부만 남았는데, 1983년 한국전쟁의 참상을 말해주는 민족역사교육장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경상남도문화재자료(제99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역사현장에 대한 관람에는 수익성과는 별도로 유적으로서의 보존가치가 큰데 시설공단이 개발공사로 전환되면서 오랜 시일이 지나 관람객이 감소하자 궁여지책으로 이런 발상이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원폭피해지역 등을 둘러보고 보다 새로운 차원의 역사전시물을 개척하는 노력 보다는 위락시설을 도입해 손쉽게 수익을 창출하려는 오해도 받고 있다.

유적 공원화 사업을 추진해, 2002년 완료한 이후 거제시가 한국전쟁 당시의 자료나 역사적 고증물을 전시하는데 노력하기 보다는 현실에 안주해 있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하겠다. 참전 16개국과 관련한 자료들을 수집하거나 역사적 고증물을 확보해 16개국 참전국 군인들을 소개하거나 전쟁의 참사에서 가져올 수 있는 테마개발이 지금도 시급한 실정이다.

 이 시대 마지막 이데올로기 대립의 현장으로 평가받는 이 유적공원을 토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일반 관광지처럼 수익에만 치중할 수 없는 문화적 가치가 상쇄될 수 있슴이다. 한 방문객은 “이런 중요한 공간이 엉뚱한 시설로 인해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거제시의회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풍 의원은 “거제의 수치”라며 “민선 7기 시정 슬로건이 ‘평화의 도시’다. 그런데 시 출자로 설립된 지방공기업이 평화의 상징이 될 장소를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유적공원이 관광상품 전시장도 아니고, (공사) 적자 메우려 얼토당토않은 것들을 찔끔찔금 가져다 붙이고 있다. 당장 푼돈을 벌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엄청난 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면서 “평화의 상징물 함께 포로 생활 체험이나 식사 제공 등 유적공원에 맞는 아이템을 고민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계룡산 풍력 전망대 또한 같은 시각들이 존재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나 전망대에 올라서 바라볼 경치가 같은데 굳이 전망대에 오를 사람들이 얼마나되겠느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전상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전망대에 올라서 바라보는 풍경의 차이가 특별할 경우라야 관람객들을 유인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별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사장 김경택)는 4일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희망광장에 놀이동산인 '거제랜드'를 개장했다. 거제랜드에는 점프 어라운드, 점프 타워, 플라잉 타이거, 미니 바이킹, 회전목마 등 놀이 기구 5종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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