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노조, 몸에 쇠사슬 묶고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 출입구 봉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이 3일 거제 옥포조선소 진입을 위해 노조와 대화를 요구하다 노조가 거부하자 결국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등 20여 명으로 꾸려진 현장실사단은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대우조선 핵심 생산시설 현장실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노조의 정문 봉쇄에 옥포조선소 내부 진입이 힘들 것으로 보고 현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실시단은 오전과 오후 모두 2차례 진입을 위해 노조 측과 협의를 하려 했지만 노조의 강경한 입장에 물러났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도착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45분만에 철수했다가 다시 이날 오후 1시쯤 진입을 위해 돌아왔다가 15분 뒤 철수했다.

대우조선지회 하태준 정책실장은 "대우조선 전체 구성원들, 거제 시민, 경남도민들이 반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시장, 도지사, 청와대만 반대하지 않고 있다"며 "거제도에 올 수 없다. 올 수 없고 험한 꼴 보기 전에 돌아가라"고 말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강영 실사단장(전무)은 "현장실사계획을 정해놨는데 노조 반대가 심하니까 사실상 어려울 거 같다"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오늘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실사단이 철수한다는 소식에 정문 봉쇄에 나섰던 노조와 시민대책위는 환영했다.

신상기 대우조선지회장은 "언제 또다시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확고하다. 대우조선 주인은 현장노동자들이라 생각한다"며 "2차, 3차 진입 감행한다면 물리적 충돌을 강행하더라도 이 실사 기필코 막아내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노조 측은 옥포조선소 정문을 포함한 여러 입구에 분산 배치한 인력을 유지하며 실사단 진입을 막기 위한 대비 태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노조 "매각 철회 조건 없이는 대화 없다"
현대중공업·산업은행 등 20명의 실사단은 부산 김해공항에 내려 45인승 버스 한 대를 이용해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조 측은 "매각 철회 조건이 없다면 실사단과 접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옥포 현장에는 대우조선 노조와 대우조선 동종사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회원 등 노조 추산 400여명이 모여 정문 등 6개 출입구를 봉쇄하며 실사단 진입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실사단 내부 진입 과정에서 노조와 충돌이 예상된다고 보고 현장에 10개 중대 500여명을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법인분할 반대 투쟁 점입가경 / 옥포 조선소 찾아간 현장 실사단 / 노조측 대화 거부에 결국 철수 / 使, 주총장 점거·파손 손배소 추진 / 勞, 주총 원천무효 맞불소송 방침 / 금속노조와 연대… 부분파업 돌입 / 민갑룡 청장 “폭력시위 엄정 조치”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은 소송전으로 옮아붙었다. 이와는 별개로 노조는 물적분할이 원천무효라며 파업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를 둘러싼 옥포조선소 주변의 긴장감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장실사를 위해 경찰 등 공권력이 동원되면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산업은행이 10여년 전 추진한 회사 매각 때도 인수 후보 4개 기업이 보낸 실사단을 막았다. 2008년 10월 당시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한 한화·포스코·GS·현대중공업 4개 회사가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노조 측이 조선소 출입문과 헬기장 등을 봉쇄해 현장실사는 결국 무산된 바 있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의 의결이 원천무효라며 주총 무효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4일엔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하고, 5일과 7일에도 부분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상급노동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도 연대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주총 예정 장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 주총 개최를 방해해 발생한 인적, 물적 피해에 대해 무더기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먼저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노조 간부, 노조원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다.

노조 반발에 발길 돌리는 실사단 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이 회사 조합원들이 현장실사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총 장소가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돼 조합원들이 빠져나간 한마음회관은 극장 420개 의자 가운데 100개가량이 뜯겨 나가고, 폐쇄회로(CC)TV 10여개가 파손됐다. 변경된 주총장인 울산대 체육관 창문과 유리문, 벽 등을 파손한 노조원도 고소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고소 대상 노조원이 수십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와 함께 법원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에 따른 간접 강제이행금도 청구할 방침이다. 울산지법은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 노조 등에 주총 당일인 31일 오전 8시부터 주총이 끝날 때까지 주총장 봉쇄 등 방해행위를 못하게 하고, 이를 위반 시 한 건당 5000만원을 현대중공업에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맞서 노조는 주총 원천무효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법률원을 통해 소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주총장 변경 과정에서 회사가 주주들에게 장소와 시간 변경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고, 변경 장소까지 주주들이 이동할 충분한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집회·시위 중 발생한 노동조합의 잇따른 폭력행위와 관련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민 청장은 “폭력을 수반한 불법시위가 벌어지고 여러 건설현장이나 사내 갈등 현장에서 불법, 폭력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법질서를 책임지는 경찰 책임자로서 심히 유감스럽다”며 “법질서와 문화를 퇴보시키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사법조치하고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이어 집회·시위에서 발생한 폭력행위와 관련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경찰관에 대한 폭행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법 집행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현상들은 빨리 개선돼야 하고 관련 법과 제도도 정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 몸에 쇠사슬 묶고 출입구 봉쇄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발은 거셌다. 이날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대우조선 매각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등 400여명은 조선소 정문 등에 분산 배치돼 실사단의 진입을 막았다. 일부는 실사단 진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연결하고 실사단과 대치했다.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이 3일 오전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맞은편 버스 정류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은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정문을 막아 대우조선해양 건너편에서 대기하고 있다.

실사단은 대우조선 핵심 생산시설인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통해 조선, 해양, 특수선 야드의 각종 설비 등 유형자산 현황과 공정률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분할 후에도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약속하고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오전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손 놓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던 민갑룡 경찰청장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폭력 사태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계는 강력 투쟁계획을 내세우면서 맞섰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대중공업 자본은 실사 기간을 연장하고, 노조와 물리적 마찰을 유도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우조선 현장 진입 때 노조는 즉각적 총파업,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임시 주총 과정에 불거진 주총장 무단 점거와 폭력 사태에 대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사측은 지난달 27~31일 물적 분할을 저지하기 위해 주총장을 무단 점거한 노조 간부와 노조원 수십 명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추가 고소할 예정이다. 변경된 주총장인 울산대 체육관에 진입하기 위해 유리문을 깨뜨리고 사측 직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노조원들도 고소 대상에 포함된다. 사측은 이미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노조원 33명을 고소해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예상된다. 사측은 5일에 걸친 노조의 한마음회관 점거 기간 중 의자 등 시설물이 훼손된 것을 확인하고 손해배상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영업하지 못한 회관 내 음식점과 커피숍 업주들의 손해배상 요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 피해 규모는 10억원으로 추산됐다.

사측은 또 법원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에 따른 간접 강제이행금도 청구할 예정이다. 울산지법은 주총이 열린 지난달 31일 오전 8시부터 현대중공업 노조가 주총장을 점거하고, 주주들의 출입을 막을 경우 건당 5000만원을 사측에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사측은 노조의 가처분 결정 위반 사항 파악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3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몇몇 대주주와 사전 모의, 장소 변경 시도, 5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날치기 처리를 강행한 주총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전면파업을 했다. 파업 과정에 회사 곳곳에서 노사 간 충돌이 빚어졌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날 오전 파업 참가 노조원들이 오토바이 수십 대로 자재창고 인근 도로를 봉쇄해 자재 납품과 선박 블록 이동에 차질이 빚어졌다. 사측은 노조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직원 1명이 넘어져 엉덩이뼈가 부러졌고, 점심시간에는 회사 식당 주변에서 노조원들이 20대 노조원에게 파업 참가를 권유하다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피해를 당한 노조원은 머리와 팔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