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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91)곽호자]-'선암사 궤적'곽호자:거제출생/전)초등교사/거제대평생교육수필창작수료/수필과비평신인상)/계룡수필문학회회원/눌산문예창작교실수료/수필과비평작가회거제지부장

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91)

   선암사 궤적

 











 

   곽    호     자

그날
흰 광목 상복에 머리에는
하얀 리본 나비처럼 앉았다
산길을 돌고 돌아 높디 높은
굴뚝앞에서 숨이 멎었습니다 앞소리 요령소리
산 고요 잠깨고
망자는 잠깐 사이
한 줌의 재로 남았습디다

그날
선암사 불단에 올린 이름 석 자
육신과 맞바꾼 무형의 그림자는
흐느적거렸습니다
허무를 비틀어 애증의 헛소리 질러도
노승의 염불소리에
삭혀져 버리는 슬픔이 참 간사합디다

그날
묶은 매듭 풀고 하늘 길
오르는 망자의 여정
윤회라고 합디다만
사는 것
죽는 것
숨 멎으면 그만입니다
저 솔가지 위 까마귀 우짖는 소리
환청으로 맴도는 오후
절 마당 춘삼월 꽃봉오리
앵토라져 벙글까 말까
그날 꽃이 먼저 눈물 찔끔거렸습니다.

(감상)

눌산 윤일광 교수

 ‘죽음’은 사람들이 평생 지고 가야하는 화두다. 시인은 선암사를 배경에 두고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는 것 /죽는 것 /숨 멎으면 그만입니다〉라는 부분에 이르면 숨이 멎는 긴장감이 엄습한다. 이 시는 짜임면에서도 성공했다. 1연 첫 행으로부터 시공(時空)의 순서가 제목 그대로 궤적(軌跡)이라 눈에 선하게 잡힌다. 또한 시의 언어가 예사롭지 않다. ‘육신과 맞바꾼 무형의 그림자’ ‘허무를 비틀어 애증의 헛소리’ ‘삭혀져 버리는 슬픔이 참 간사합디다’ 등은 언어의 굴림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시의 매듭을 〈절 마당 춘삼월 꽃봉오리 /앵토라져 벙글까 말까 /그날 꽃이 먼저 눈물 찔끔거렸습니다.〉라며 상징화한 깔끔한 처리가 시인의 시적수준을 가늠케 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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