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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산문]①'길 떠남에서 얻은 자유'재부거제향인(일운면출신)/해운대구중동행정복지센터근무/시인/수필가./소설가

길 떠남에서 얻은 자유
뉘우침의 오늘

아파트 베란다에 난 화분 몇 개와 꽃나무가 여럿 있다. 그 중 지난가을 씨앗을 받아 봄에 다시 심어져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는 '사랑초'가 유달리 정이 간다. 이름 탓일까. 이 무더운 여름날 하트 모양을 한 잎 사이로 소담스럽고 예쁜 꽃을 피워 사랑을 전한다. 더운 날의 열기에 줄기 몇을 시들게 하고서도 말이다. 그의 고뇌는 존재하지만, 인간은 그 아름다움을 다만 받기만 한다. 그 노력이 부담스러우면 외면하면 그뿐이다. 인간은 이기의 동물이고 소유양식이 지배하고 있기에. 이 세상에 누구도, 그 무엇도 무시당하며 살아야 할 이유는 없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주는 마음이 늘 진짜인 줄 안다. 아니 진심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가짜 마음임을 알게 될 때 실망하고 분노한다. 삶의 허망함을 많이 아파한다. 받으려고만 하는 이기심이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자신과의 관계에서는 어떠한가? 싫다고 외면할 것인가. 무시하며 자신에게서 떠날 수 있는가. 자신과의 관계 정립이 우선임을 자각한다. 모든 관계의 처음과 끝은 나로부터 시작됨을 어렴풋이 느낀다. 사소한 일에 집착하고 걱정하는 나. 거기에서 벗어나려 하나 전환점을 찾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낙관적인 성격이 오히려 거슬림이 된다. 상대방을 어느 정도 안다는 자만심에서 나를 표현함이, 그 속에서 나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인생은 고해라 하였던가. 인간의 마음은 지침도 없이 그 도도함을 내세우며 오묘한 수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의식의 오만함에서 벗어나 내 안의 나를 찾아내기란 진정 어려운 일일까?

깊은 산골의 스님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스님을 만나는 세인들은 그렇게도 눈물이 나온다고 한다. 그 스님은 단 두 마디의 말을 건넨다고 한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착하게 살아야죠."
이 말을 듣는 순간 세인들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눈물을 쏟는다고 한다. 어떤 의미일까? 도량이 깊은 분의 눈빛을 통해 그 도도함이 꺾이며 오만의 수렁에서 벗어나 반성하는 인간이 됨은 아닐까. 언젠가 글벗이 전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냥, 누구에게나 아무 조건 없이 웃어 주는 조금은 바보스러운 한 사람이 있었대요. 그 사람은 약간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을 늘 웃음으로 채우려고 했었답니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그 사람의 웃음 뒤에서 수군거렸대요.
"저 사람은 뭐가 저리 매일 기쁠까?"
"저 사람은 복도 많아. 늘 웃고 살 수 있으니."
"저 사람 머리가 돈 사람 아냐? 맨 날 실실거리게."
"어이구 모르는 소리. 아 배부르니까 웃는 거지. 굶어 봐 웃음이 나나?"
그런 소리가 물안개처럼 퍼지더니 그 사람의 귀에까지 들리게 되었대요. 그 사람은 슬펐답니다. 자신이 기쁘기 위해 웃는 것이 아닌데, 자신이 즐거워서 웃고 있는 것은 더더구나 아닌데. 자신의 배가 불러서 웃는 것이 정말 아닌데…….
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보지 못한 것은 알려 하지 않는답니다. 그 사람의 웃는 얼굴 뒤로 늘어진 그늘, 웃어주어야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간, 그 사람이 소리 죽여 흘리는 맑은 눈물을 그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전해져 오는 진실, 그런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며 그 사람은 오늘도 네거리에 서 있다고 하네요. 활짝 웃으면서…….”

지극히 단순한 일일지라도 우리의 자연적 욕구는 그러한 것의 경계를 잘못 넘어서지 않도록 우리에게 주의력을 갖게 해준다. 천성적으로 나쁜 소질을 타고 난 사람이 아닌 한, 인간의 본질은 악을 싫어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문명은 우리에게 부자연스러운 욕망을 갖게 하며, 때론 선량한 본질을 깔아뭉개고 나쁜 쪽으로 이끈다. 자신의 그늘을 숨겨두고 위로와 웃음을 주려는 넓은 마음을 조용히 닮기를 가르치는 이야기다. 벗의 깊은 사유와 시심으로 무언가 부족한 나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든 이야기라 고마움과 더불어 깨우침을 갖게 한다. 지금 걸어가는 내 모습이 무엇인가 인정받으려는 오만은 아닌지 깊은 정신적 뉘우침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오늘이다. 그리하여 내 안의 나를 바꾸고 이 세상 누구도, 그 무엇도 무시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많이 웃으며 생활해야겠다. 더위도 식힐 겸 산사에 찾아들어 마음을 씻어 내고 성찰의 시간을 가져볼 요량을 해 본다. 그리하면 맑은 웃음 가득 머문 얼굴이 되어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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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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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만 2019-07-09 15:43:56

    글을 쓴 김경만입니다. 제 글이 고향분들께 소개되어 기쁩니다. 부족하나마 애독하여 주시길 바라게 됩니다.
    연재 결정해 주신 박춘광 발행인께 고마움 전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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