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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미행] '파스타 먹는 개'이미행:계룡수필문학회회원/ 8월 수필가비평신인상 등단/ 수필가비평작가회 회원

                           파스타 먹는 개
                                                     이      미      행

오색마삭을 화분에 담으며 나 자신에게 굳게 마음을 다졌다. 남편의 어떠한 유혹의 말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고. 야생화와 함께 할 공간을 그리 원했는데도 전혀 양보하지 않는 그의 결단에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많은 종류는 아니어도 야생화와 함께 하는 것이 낙이었다. 물론 경제적 사정으로 아파트로 옮긴다 해도 그들과 함께 할 베란다라도 넓은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의 결정은 남편의 절대적인 용단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내 의견은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동안 함께 했던 야생화를 모두 처분해야 해서 주위 분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래도 생명력이 강한 몇몇 개만 챙겼다. 오색마삭은 정원 종려나무에 더부살이하던 것이다. 밝은 색으로 정원을 환하게 해 주던 것이 이제 제 자리를 떠나 화분으로 삶터를 옮겨야 하니 얼마나 몸살을 할까.
  베란다의 웅크리고 있는 야생화를 바라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정원에 둥지를 틀었던 것들이 작은 화분 속에 갇혔으니 그 고통은 알 만하다. 아직 터를 잡지 못한 마음이 영락없는 내 꼴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나는 유리창 너머 허공으로 시선이 간다면 그들은 풀이 죽어 고개를 푹 숙이고 좀체 들려 하질 않을 뿐이다.
  며칠을 견디어 보았지만 좀처럼 기분이 살아나지 않는다. 남편도 역시 내게 위로의 말 한 마디가 없다. 나야 화가 나 있으니까 그렇다 쳐도, 자기까지 저렇게 입에 지퍼를 채울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와 가슴이 무너지는 공간 안에서 같이 있다는 것이 이젠 더 나를 견디기 어렵게 하고 있다. 하루 종일 책장을 넘겨도 소득이 없고, 풀 죽은 야생화를 지켜보기도 이젠 지겹다. 티비 프로도 나에겐 소용이 없고, 그렇다고 바쁜 일상을 접고 나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줄 친구도 없다.
  내가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은 이 따분함 속에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굳이 로마를 갈 생각은 아니었다. 이 따분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에 예매해 둔 티켓을 만지작거리다가 용기를 낸 것이 전부다. 풀리지 않은 마음은 남편에게 통보도 하지 않기로 했다. 간단한 옷가지 몇 개를 집어넣고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마음이 무거우니 굳이 무겁게 짐을 꾸릴 일도 아니다. 가벼운 캐리어만큼 내 마음이 가벼웠으면 좋겠다.
  로마의 이색적인 분위기로 집에서의 일상은 모두 잊었다. 여행을 왔으니 충분히 즐기자는 생각이다. 거리마다 즐비한 조각품들. 이런 노천박물관은 로마인들의 그 기개에서 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관광지마다 서 있는 조각품들의 그 표정이 나를 압도한다. 금방 눈물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대리석 조각품들의 살아 있는 표정. 어쩌면 저리 섬세하게 표정까지 조각해낼 수 있었을까.
  베네치아에서 그를 만난 것은 로마의 문화와 역사에 흠뻑 빠져 며칠을 소비한 후였다. 그는 로마에서부터 가이드를 했지만, 내겐 단순한 안내자였을 뿐이다. 그는 베네치아에 와서도 대부분 로마의 역사와 문화를 입에 담았다. 오래 전부터 중계 무역의 중심지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광산업에 종사한다는 데에서부터 안내는 시작되었다. 베네치아의 문화는 비잔틴 양식, 고딕 양식, 르네상스 양식이 혼재한다는 것. 이곳은 바다에 말뚝을 박아 그 위에 도시를 세웠고, 교통은 수상버스와 곤돌라에 의존한다는 내용으로 이어 나갔다. 산 마르코 성당 앞의 광장에서는 긴 시간의 설명에 이어 여유의 시간도 주었다. 정말 그는 여느 가이드나 다름없는 안내자였다.
  그가 내게 ‘꽃’으로 나타나 ‘꽃’이라 불러주기를 바란 것은 수상버스 안에서였다. 대리석 건물이 즐비한 수로를 미끄러지듯 수상버스는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곳의 문화와 역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는지, 그는 처음으로 마이크 쥔 손을 편하게 아래로 내렸다. 이때를 놓칠세라 기분이 좋으면 노래 한 곡 부르겠다던 약속을 주문하였다. 그러자 그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우렁찬 목소리로 ‘오 솔레미오(O Sole Mio)’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물 위에 떠 있는 버스를 두둥실 더 띄웠다. 양 옆으로 즐비한 건물들이 출렁이며 그의 소리에 공명했다. 마치 건물 벽으로 장식한 오페라 하우스처럼 착각되었다.
  그의 노래가 끝나자 아무도 입을 열지 못 했다. 관중들은 감동하면 노래를 한 곡 더 신청하기도 하지만, 이 순간은 그 경지를 넘어 감히 더 요구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어쩌면 수상이라는 공간이 더 감동을 느끼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베네치아, 수상버스, 관광, 이 모든 것들은 잠시 내 안에서 빠져나가고 없었다. 물결의 출렁임도 없었다. 그때 그가 차분히 이야기를 꺼냈다.
  “성악을 배우러 이곳에 왔어요.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어요.   그런데 갈수록 생활고는 심해서 살 수가 없더라고요. 여행객의 통역을 하다가 가이드가 되   었어요. 낯선 이국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맨날 먹는 파스타가 지겨워 못 먹겠더     라고요.”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잠시 멈추었다. 마이크를 잡은 그의 손이 가볍게 떨고 있었다. 입술이 바르르 떨리는 것 같더니 그는 내뱉듯 한 마디를 더 붙이고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하숙집을 나오는데 똥개가 파스타를 먹고 있더라고요.”
  그의 아픔이 내게로 전해 왔다. 그 아픔이 조금도 흘러내림이 없이 내 안으로 고스란히 밀려들어왔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개나 먹는 파스타를 내가 먹다니, 하는 자괴감은 아니었을 것이다. 개도 적응하는 데 나라고 못한단 말인가 하는 오기가 더 맞을 것 같다.
  순간 그가 부른 ‘오 솔레미아’의 마지막 부분이 내 가슴으로 젖어들었다. ‘나의 그 태양은 너의 얼굴 속에 있다.’ 한 번도 이 노래를 들으며 가사가 마음을 흔든 적이 없었는데….
  돌아가기로 했다. 내가 얼마나 사치스럽게 살아왔는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일상 공간이 좀 바뀌었다고 절망하고, 남편에 대해 서운하게 생각한 나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그래, 난 여행을 온 거야. 돌아갈 곳이 있는 것이 여행이야. 돌아가야지. 화분의 오색마삭이 이젠 고개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어쩌면 파스타 먹던 똥개처럼 주인을 한심스럽게 바라볼지도 몰라.  
<수상 소감문>

수상소감
 
   처음 시작은 항상 두렵고 떨린다. 당선 소식을 듣고 기쁨도 잠시,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은 아직은 부족함이 많기 때문이리라. 여고시절부터 꿈으로만 간직하던 길, 삶이 바쁘고 고단하다는 이유로 꿈으로만 간직 하던 그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대학을 진학하면서 문학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수필을 배우면서 나에게 새로운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무심히 지나쳐 버린 사물에도,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도 다시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수필을 일기 정도로 쉽게 생각하고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점점 글을 쓴다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졌고, 포기하고픈 생각이 한두 번 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격려해 주시고 이끌어주신 교수님이 계셨기에 오늘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함께 공부했던 문우들을 떠올리며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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