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배턴 바꾸기'

                                       윤    석    희

힘껏 달린다. 줄 따라 트랙을 돈다. 주변 사람들도 주위 광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숨이 차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러나 앞만 보고 뛴다. 무리하게 속도를 냈음인가. 넘어지고 만다. 다시 일어난다. 상처를 매만져 볼 여유가 없다. 뒤쳐져 다다르더라도 얼마 남지 않은 목적지까지 달려가야 한다.
  쏭강이다. 라오스의 작은 도시 방비앙을 끼고 흐른다. 맑고 깨끗한 강줄기를 따라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절경을 이룬다. 깍아 놓은 듯 치켜 올라간 산새 또한 빼어나다. 이 나라의 계림이라지 않는가. 산과 강과 들이 어우러진 수려함에 말을 잊는다. 심신에 평온함이 스며들어 여행자들이 여독을 풀며 휴식하기에 좋은 곳이다. 주변에는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하여 볼 만한 석회석 동굴도 많다. 새벽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깨어나는 쏭강의 아침은 몽환적인 풍경화이다.
  오늘 일정은 동굴 탐사와 카약 킹이다. 강가에서 주의 사항을 듣고 준비 운동을 한다. 노 젓기 동작을 연습한다. 한참 하고서야 실전에 든다. 구명재킷도 입고 헬멧도 썼다. 이인 일조로 카약도 배당 받고 노도 챙겼다. 은행잎 색의 작은 배를 강에 띄우고 남편과 올랐다.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지만 두렵지 않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 것 같다. 열심히 노를 젓는다. 팔이 아프고 어깨가 결린다. 어려워도 흥이 절로 난다. 방향 잡는 것이 서툴러 제자리에서 뺑글뺑글 돌기도 한다. 제 속도를 내지 못하여 일행들과 떨어질 때도 있다. 젊은이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땀 흘리며 애쓴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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