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우광미 수필
[우광미 수필] ⑧ '다카포'우광미/수필가/궤적을 찾다 저자/ 한국 문인협회 회원

                        ⑧ '다카포'
                                              우    광    미
 
  턱턱턱턱

둔탁한 소리를 남기며 결국 멈춘다. 밀폐된 공간 안에 돌아가던 환풍기가 제 힘에 겨웠나 보다. 연습실 안은 온통 검은색이다. 검은 방음재로 차단되어 있다. 소음에 민감한 주택가 주변이라 내부에서 나는 소리는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출입문을 닫고 나면 유일하게 외부와 연결되던 곳이 멈췄다. 순환되어야 할 공기는 배출되지 못한 채 다시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내성적이라 유달리 속내를 들여다보기 힘들었던 아이와 유일하게 소통되던 나와의 환풍기도 멈춰 버렸던 것일까? 살갑기만 하던 아이의 방문이 굳게 닫혀 있다. 웬만한 노크 소리엔 기척도 없다. 우산이나 상비약을 챙기듯 예방할 수 없는 사춘기의 방황이 불현듯 시작된 아이 생각이 떠오른다.
 
  탁탁탁탁
  드럼스틱의 신호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만드는 기쁨을 아는 사람들이 모였다. 각자의 파트에서 박자를 지키며 어우러진 소리를 맞추고 있다. 한참을 나아가는 동안 카랑카랑한 악장의 목소리가 연주의 맥을 끊는다.
  "왜 기호를 놓치는 거야? 다카포가 쓰여 있으면 다시 돌아가서 연주를 해야 되잖아." 
 악장의 지적에 움찔한다.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아이 생각에 잠시 머무는 사이에 기호를 놓쳤다. 사는 일도 실수를 하면 다시 시작해야 되듯 연주도 다시 시작된다. 합주에서는 조그마한 실수도 건너뛰는 법이 없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하여 제대로 연습을 잘 해온 사람들도 다시 해야만 하니, 내심 더 부담스러운 일이다.
 
  딱딱딱딱
  그날 따라 한산한 인근 파출소 야간 근무 경찰관이 볼펜머리를 책상에 부딪치고 있었다. 시골이라 파출소 안에는 술을 마신 후 고성 방가한 학생들 몇 명이 고작이었다. 그들을 부모들에게 돌려보내고 야식이라도 즐길 참으로 기다리는 시간의 무료함이 묻어나는 소리였다. 
 
  아이를 데리러 가는 동안 돌팔매처럼 던져지는 질문에 나는 깊은 물속을 자맥질하며 허우적거렸다. 무슨 말로 서두를 뗄까 하는 작정도 세울 수 없었다. 그저 퇴근 준비를 하다 전화를 받고 황급히 달려왔다.
  마주친 아이의 눈빛에서 내 어린 날을 꺼내어 본다. 그맘때쯤 엄한 부모의 관심 속에 한번도 밖으로 표출해 보지 못한 사춘기의 기세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불안하고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하다. 상기되어 붉은 얼굴은 차라리 푸른 빛을 띤다.   
  그곳을 빠져나와 말없이 걸었다. 때로는 말보다 더한 울림이 침묵 속에 있으리라. 바깥은 검붉은 보랏빛 어둠이 주단처럼 깔려 있다. 올 때와는 다르게 걸음이 느려진다. 기쁘고 신이 날 때나 외로움이 밀려오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습관 탓인지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낮은 소리로 콧노래가 나왔다. 애창곡이다. 어릴 때부터 들어 왔으니 아이도 내 눈치를 살피다 이절을 시작 할 땐 따라부른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깨동무 하고 집을 향해 걸었다.
 
  탁탁탁탁
  연주가 다시 시작된다. 드럼스틱의 소리가 경쾌하다. 수리를 마친 환풍기도 제대로 작동을 한다. 아름다운 음색이라 하더라도 연주 도중 만나는 여러 기호들을 잘 지키지 못하면 불협화음이 된다. 나의 부재와 의식하지 못한 무관심 속에서 아이는 박자를 벗어나 혼자 질주하였다. 자신만의 세계로 감으로써 합주에서는 벗어나게 되었으리라. 삶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은 다카포를 만나게 된 거야. 우리의 연주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다카포 (dacapo) : 연주에서 처음부터라는 뜻이다. 이 표가 적힌 곳에서 처음으로 되돌아가 연주하라는 뜻.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정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