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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자 수필]⑫ '천사들의 몸짓'심인자:수필가/수필과비평 작가회 전 거제지부장/수필과비평작가상수상

                  ⑫  천사들의 몸짓

                                                   심   인   자

내겐 큰 기쁨이 있다. 그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준비한다. 서둘러 청소하고 간식을 장만한다. 과자와 음료수이기도 하고 때론 과일을 내놓기도 한다. 조그만 것에도 즐거워하는 얼굴들을 떠올리며 나 또한 즐거워진다.

좀 있으면 아이들이 문을 열고 앞 다투어 들어설 것이다. 그 전에 미리 오늘 할 분량을 점검한다. 학습부분을 확인하고 준비한다. 어떻게 하면 재미난 이야기와 놀이로 지루하지 않게 즐거운 학습활동을 하게 할지 고민한다. 아이들의 환한 얼굴이 스친다.

일을 시작했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라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다른 일도 있었을 것이다. 조금은 수월하고 얽매이지 않는 그런 일터를 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취미이자 유일한 낙인 글쓰기와 접목시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잘 맞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사실 그랬다. 얼마나 다행이고 복인지 모른다.

아이들에겐 신비한 힘이 있는 듯하다. 아파서 몸을 가누기 힘들 때라도 아이들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싹 가신다. 신기하다. 마치 천사의 보살핌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난 이 천사들이 좋다. 쉴 새 없이 재잘거리고 어우러져 한바탕 난리를 피워도 예쁘기만 하다. 뒤늦게나마 이런 일을 하게 해준 신의 배려에 감사하는 맘이 커간다.

어느 지인에게서 들은 말이다. 전에 없이 내 표정이 밝고 건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스쳐 지나는 말이 아니란 것을 나 자신 잘 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얼굴에 늘 그늘이 서려 있었기 때문이다.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세상사는 일이 무에 그리 웃을 일이 많은가싶었다.

거울 속에서 낯선 여인이 날 쳐다본다. 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 그리 무표정하고 미운지. 애꿎은 거울 탓만 했다. 세상의 거울이란 거울이 몽땅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내가 바뀌었다. 생각이 달라졌다. 세상사가 재미없지만은 않다는 것으로 말이다. 천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몸짓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얻었다.

여태 마음의 문을 닫고 내 중심적으로 살았다. 웬만해서는 마음에 차지 않아 만족하는 일에 인색했다. 이제 마음의 문을 열어 높은 담장을 헐고 나니 지인들이 생겼다. 그들 속에 내가 섞였다.

벨이 울린다. 아이들이 왔다. 오늘 간식은 자기들이 준비했단다. 내게 조그만 상자를 불쑥 내민다. 빼빼로다. 무슨 날인 모양이다. '빼빼로데이' 그것도 몰랐느냐며 핀잔이다. 기다란 과자를 마주 물고 먼저 먹기 게임을 한다. 재빨리 먹어 아이들의 입술에 뽀뽀를 하니 기겁을 하면서도 싫진 않은 모양이다. 천사들을 안아준다. 구김이 없다. 밝고 맑고 깨끗하다. 귀여운 몸짓으로 온갖 표정을 짓는다. 이 아이들을 만난 것이 얼마나 행복인지 새삼 느낀다. 나도 그들의 몸짓을 따라해 본다.

요즘 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사실 행복하다. 나에게 기쁨을 주고 활기찬 하루를 맞이할 수 있게 해 주는 천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천사들이 있기에.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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