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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113)박찬정] '비파'박찬정)2015년《계간수필》/2016년《수필과 비평》등단/계간수필천료작가모임계수회원/계룡수필문학회동인/눌산문예교실수강

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13)

      비 파 

    박  찬  정

 

           




 



하짓날
남편은 사다리를 놓고 올라
가지를 꺾어 내리고
나는 아래에서 비파열매를 따 담는다
다닥다닥 열렸던 비파 열매 떨궈내니
성그러진 나뭇가지 사이로
초여름 바람이 드나든다

남 주더라도 따자거니
그냥 내버려 두자거니
어긋나다가
애써 열매 맺고 달큰하게 익었어도
필요 없다 외면하면
나무는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나
그 말 한 마디에 의기투합
양동이 가득 땄다
비파나무 힘 덜어주다가
내 등골이 빠진다

노오란 비파 한 양동이 사진 찍어
몇몇에게 광고를 쳤다
달라는 연락은 없고
단내 맡은 날벌레만 꼬인다
거저 주려고 해도
선뜻 달라고 말 못 하는 세상
비파나무 외로움 덜어주려다가
내가 더 외롭다

감상)

윤일광교수

詩가 생활이고 생활이 詩가 될 때 비로소 詩는 생명을 갖는다. 詩의 생명이란 詩속에 삶이 꿈틀거리며 숨을 쉴 때다. 좋은 말만 골라, 그럴듯한 비유와 상징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독자가 공감하지 못한다면 ‘詩的인 詩’에 불과하다.

박찬정 시인의 詩를 읽으면 詩가 살아 있다. 詩는 결코 먼 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 주변의 생활 그 자체가 詩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비파나무 외로움 덜어주려다가 내가 더 외롭다’는 마지막 절규와도 같은 시인의 한마디에 숨겨진 의미가 너무 깊다. 우리가 사는 삶을 총체적으로 정의한 느낌이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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