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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산문⑬] '살다 보면'''재부거제향인(일운면출신)/해운대구중동행정복지센터근무/시인/수필가./소설가

             ⑬  살다 보면 

                                      
 김    경    만               

삶을 살아가다 보면 다른 날과는 다르게 남달리 외로움이 엄습할 때가 있다. 늘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도…….
오늘이 그렇다. 외로우니까 인간이지 하며 떨쳐버리기엔 너무도 무겁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나오며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성큼 가을의 고독이 밀려왔다. 라디오 음량을 올리니 하필 ‘살다 보면’이라는 노래가 여가수의 애절함을 보태어 흘러나온다. 귀를 기울여 가사를 음미한다.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굳히니 외로움은 더 깊숙이 마음에 내려앉는다. 훌쩍 떠났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면 괜스레 몰려왔던 이 외로움은 많이도 가실 것이다. 조금은 다른 세상을 보면서 또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행복을 계획 세우며 외로움을 떨쳐 버릴 것이다. 바위처럼 짓누르는 현실을 이겨 낼 것이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가을은 흩어진 추억을 모으기에 좋은 계절 같다는 생각을 하며 길을 나섰다. 마음속에 웅크린 한 줌 자유로의 목마름을 위해 향기 가득할 자연의 품속으로 무작정 나섰다. 한가한 고속도로는 이내 도심을 벗어나게 하였고 활기를 찾았다. 확 넓어진 시야가 된 길은 텅 빈 머리가 되게 하며 빠르고 신 나게 달리게 하였다. 감미로운 기운들이 내 몸을 감쌌다. 열린 창으로 들어와 코끝에 와 닿는 상쾌한 바람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시야에 펼쳐진 완연한 가을의 정취는 혼속에 잠재된 순수와 평화를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길을 잘 나섰다는 생각을 하며 다가오는 차가운 계절의 느낌도 아직은 미세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통도사 나들목의 이정표를 대하며 무작정 속도를 낮추어 들어섰다. 몇 해 전, 긴 겨울에 조금씩 꺼내 쓸 요량으로 늦가을 조금의 온기나마 모으려고 아이들과 함께 들렀던 놀이 공원으로 향했다. 혼자라는 생각에 왠지 쓸쓸함이 더해 왔다. 짓궂은 날씨에도 사랑을 전하려고 놀이 공원 한 편에서 백혈병 환아 돕기 자선 음악회를 열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며 그곳을 더듬어 찾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 앞에서 마술 쇼가 열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조그맣게 ‘심장병 어린이 돕기’라는 현수막이 흔들리고 있었다. 한참을 보다가 지난번처럼 부끄러운 손으로 그저 지폐 한 장을 넣으면서 미소를 보냈다. 이 외롭고 쓸쓸한 가을에 그늘진 사회와 사랑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훈기를 내 가슴에 불어넣어 보았다. 돌아서는데 기타 운율에 맞추어 ‘사랑으로’라는 노래가 들려왔다. 잠시 더 머물며 음미하다 시장기가 동하여 인근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채 비빔밥을 주문받은 식당 아주머니는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서 푸짐한 상차림을 내어 왔다. 눈을 맞추며 자선행사를 하는 이들에 대해 물으니 상설 공연장이라며 칭찬을 늘어놓는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하며 사는지 반문하면서 왠지 모를 송구함으로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게 식당을 나왔다.

좋은 친구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스스로 누군가의 친구가 되었을 때 행복하다는 러셀의 말을 떠올렸다. 때론 소극적인 마음으로 친구가 날 찾아주길 기다리며 살아가는 편이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예 친구를 찾아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방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살아가는 친구에게 들러 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조금 더 달려 도착한 공방에는 예의 그 친구가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빚고 있다가 아무 기별 없이 찾아든 친구에게 반가운 얼굴로 화들짝 반긴다. 마주 잡은 두 손은 황토물이 노랗게 들어 있었다. 늦가을에 계획되어 있는 전시회를 준비하느라 꽤 분주하다고 전한다. 찻방으로 옮겨 아주머니와 더불어 이런저런 이야기로 회포를 풀었다. 대할 때마다 느꼈지만, 이 친구 부부는 넉넉하며 평화롭다. 자연과 더불어 머물기에 그러하리라. 덩달아 조금은 외로움이 잦아드는 듯하였다. 친구는 바쁜 와중에도 통도사로 나를 이끈다. 거대한 사찰에서 느껴지는 엄숙함과 청아한 풍경소리는 들을 수 없고 왠지 왁자지껄하므로 다가왔다. 내일부터 이곳에서 큰 행사가 열려 준비하느라 혼잡하다고 친구가 넌지시 귀엣말을 한다. 친구도 이곳에서 전시회 계획이 있었는데 취소하였다는 말과 함께. 다시 공방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저녁에 선약이 있어 함께할 수 없다며 미안함을 말한다. 약속 없이 불쑥 찾아들었으니 감내해야 했지만, 사뭇 아쉬움이 남았다. 하루 머물며 이웃하는 벗들과 조촐하게 저녁을 함께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그러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남아 있는 외로움을 감추고 저녁나절이 되어 공방을 나섰다. 친구는 연방 곧 다시 보자며 녹차와 연잎 차 그리고 뒷산에서 주운 알밤이라며 봉지를 건넨다. 친구의 사랑을 개켜 마음에 담아 두었다.

외로움을 해결하기에 부족함이 있었을까. 또 다른 벗을 떠올렸다. 미소가 번졌다. 손 전화를 들어 그곳으로 가고 있으니 시간 낼 수 있느냐고 간단히 메모를 남기자 이내
“하모. 봐야제.”
하며 답이 왔다. 그리하여 김해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나니 콧노래가 나온다. 일상에서 갑자기 찾아든 외로움을 어쩌지 못해 떠난 혼자만의 길 떠남이 추억의 장소를 거쳐 자연과 살아가는 벗을 만나 따스함을 채우고 미처 떨구어 내지 못한 외로움은, 불쑥 만남을 요청하는 못난 벗의 요구에 모든 일 제쳐 두고 반가이 맞는 친구의 우매한 사랑으로 인해 삶에서의 갈증은 어느새 잦아들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사노라면’ 이라는 노래와 더불어 늦가을 갈바람 속 중년 남자에게 갑작스레 찾아든 외로움은 벗의 사랑 덕분에 내일은 오늘보다 나리란 희망을 건져 올리며 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갈 힘을 얻으며 막을 내렸다. 이렇듯 느닷없는 행복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한결 자유롭고 따뜻해진 마음으로 다시금 노랫말을 음미하며 흥얼거려 보게 된다.

 살다보면 괜시리 외로운 날 너무도 많아 나도 한번 꿈같은 사랑 해봤으면 좋겠네
 살다보면 하루하루 힘든 일이 너무도 많아 가끔 어디 혼자서 훌쩍 떠났으면 좋겠네
 수많은 근심걱정 멀리 던져버리고  언제나 자유롭게 아름답게 그렇게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꿈으로 살지만 오늘도 맘껏 행복했으면 그랬으면 좋겠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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