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이어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에 대해 2차 심층심사를 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경쟁분과 위원회는 17일(현지시각)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1차 일반심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2020년 5월 7일까지 90일간 2차 심층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17일 조선비즈가 단독보도로 밝혔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분과 집행위원은 이날 "양 사의 합병은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경쟁을 줄일 수 있다"며 "심층심사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해상 운송은 유럽연합의 중요한 산업"이라며 "양 사의 합병이 가격을 높이거나 선택권을 줄이거나, 혁신이 줄어드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부터 유럽연합의 사전심의 절차를 밟았고, 지난달 13일 본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먼저 예비 협의를 거친 뒤 본 심사에 들어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앞서 조선업계에서도 유럽연합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가장 까다롭게 심사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유럽연합은 초대형컨테이너화물선이나 LNG선을 발주하는 선사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한 기업결합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실례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이 합병하면 크루즈선 점유율이 58%에 달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 점유율이 높아 우려를 낳았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베셀밸류가 올해 초까지 LNG선 주문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총 220억2000만달러의 주문액 중 대우조선해양이 31.1%인 68억5000만달러, 현대중공업이 27.3%인 61억달러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두 기업은 크루즈선만 만드는 조선사인 데다, 크루즈선을 만드는 조선사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와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점유율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유럽연합, 싱가포르, 중국, 일본, 한국 등 5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게 됐다. 현재까지 카자흐스탄만 합병 승인을 내줬으며, 나머지 국가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다만 최근 중국, 일본 등의 1·2위 조선사들이 합병하거나 제휴를 맺고 있어 기대감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문제 없이 인수합병 승인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1차 심사로,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합병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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