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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산문⑮] '문학, 그 자유로움을 위해'재부거제향인(일운면출신)/해운대구중동행정복지센터근무/시인/수필가./소설가

⑮ '문학, 그 자유로움을 위해'

                                             김   경    만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형과 논술, 구술

일요일 오후 늦은 시간, 고등학생 셋과 함께 독서를 바탕으로 한 논술 수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면 일주일 강의 일정이 끝나는 셈이다. 논술이라는 화두로 아이들과 함께한 지 어느덧 아홉 해를 넘기고 있다. 책읽기를 바탕으로 논술이라는 이름을 빌어 아이들에게 삶을 가꾸는 수업을 하여 왔다고 생각하니 사뭇 보람을 느끼면서도 가르치는 이로서 미흡함은 없었는지 반문하여본다. 아직 훈기가 남아있는 그들이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며 컴퓨터를 켰다. 이 사회가 논술이라는 화두를 통해 과연 어떠한 인간형을 요구하는지를 정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1960~90년대 초까지만 하여도 경제 개발이 중요했던 시대이고 절대복종 식 인간형이 요구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시대적, 역사적 요청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간형을 요구하는 현실이다. 자기 생각을 누군가에게 설득력 있게 주장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요청은 사회적으로 논술, 구술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되었고 널리 회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논술이란 주어진 논제에 나의 주장을 밝히거나 반대 견해를 비판하는 글이다. 대학별고사에서 다소 그 취지가 변질된 경향이 있지만,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논리력과 창의력을 검증하는 한 방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논술이 서구 문명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 하지만 조선 시대 과거시험이 그 유래라 할 수 있고 특히 성호 선생은 공부하는 방법론을 일찍이 제시한 바가 있다. 선생은, 공부법에는 말로 하는 공부가 있고 글로 하는 공부가 있으며 행동으로 하는 공부가 있다고 하였다. 오늘날에 선생의 이 지침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 바로 논술이고 구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억지는 아닐 것이다. 선생이 말한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함께 고민하고 이를 통해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르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무엇의 도구가 아니라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고 대하며 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자세를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라 여겨진다.

논술은 관계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어떤 특정분야, 예를 들어 역사, 문학, 과학, 철학 등 한 분야 전문지식만 깊이 안다 하여 오늘날 정보화 사회에서 그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과학만 잘하면 과학도 못하게 되고 역사만 하게 되면 역사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오늘날 논술에서 통합교과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것은 이를 바탕으로 한다 하겠다. 통합교과 개념은 여러 과목을 수평적으로 결합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접근함에 있어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통합 정리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려면 주어진 논제에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학습을 해야만 한다. 분야별로 역사적 기원과 주요 쟁점을 정리한 후 논술에 어떻게 통합적으로 조응해갈 수 있는가를 연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논술이란 내가 아는 단편적인 지식과 내가 진실로 느끼는 것 사이의 괴리를 좁혀나가는 것이기에 이러한 학습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한다. 우리의 머리가 둥근 것은 생각의 방향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게 하려는 신의 배려이다. 물론 글 형식이나 기교를 배우

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정신의 문을 두드려 주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다각적으로 관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술을 지도하는 자도 재미있는 수업 방법을 계발하여 자칫 타성에 빠지기 쉬운 논술공부를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현행 통합교과논술에 적응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며 능동적으로 논제에 접근하여 창의적으로 글을 완성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다. 획일적인 글쓰기 연습에 치중하는 것보다 이러한 사유하기가 즐거운 공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각 대학에서도 이러함이 실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대입 정시 모집에서 논술을 폐지하였다 하여 그 중요성이 퇴색됨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수시전형에서 더욱 심화되고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잣대가 될 것이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통합적 사고 배양은 자못 필수적이다. 물론 논술의 폐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암기식,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여 창의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는 관점에서 분명히 순기능을 지닌다. 매우 원론적이지만, 흔히들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보라고 한다. 그런데 글쓰기의 세 가지 선행 조건들은 각각 떨어진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읽는 과정을 통하여 내가 알지 못했던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저자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읽으며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다. 좋은 논술문을 쓰려면 사고의 바탕이 되는 배경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그래서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현행논술에서는 독해력이 중요하다. 제시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파악해 오늘날 사회문제와 관계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 장의 글을 쓰려면 몇 배 이상 생각을 해야 한다. 즉 글을 쓰려면 쓸거리가 풍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사고는 쓸거리를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에 창의적인 방안을 낼 수 있게 한다. 실전에서 논술문을 쓸 때 원고지를 창의적으로 채우기가 쉽지 않다. 논술에 출제될 수 있는 모든 분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역사, 예술 등) 자료를 많이 수집하고 하나의 주제에 따라 이 자료들을 활용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그리하여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논제에 접근함으로써 독창적인 논술문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각 학교별 유형을 파악해 접근함이 좋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할 말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지만 할 말이 있을 때 풍부한 생각을 담을 수 있다. 논술은 창의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러기에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다양한 사유가 담겨야 한다. 이러한 요구가 ‘통합 교과 논술’이라는 화두를 만들어 내었다. 이는 시간, 공간적으로 그리고 내용 영역에서 각각 다른 경험들이 상호 관련되고 의미 있게 모여서 하나의 주장을 완성 시키고 나아가 인격성숙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해 아이들과 함께한 많은 시간이 뇌리를 스치며,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이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들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된다. 더불어 내가 의도하였던, 삶을 가꾸는 시간으로 그들에게 메워졌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시대가 바뀌면 그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이제 은행잎에서 기넥신을 뽑아내고 모래에서 반도체를 그리고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영화 한 편의 창의적 사고 값이 자동차 150만대 생산 이익과 맞먹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간다. 그러기에 이에 부응하려면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논술 능력, 구술 능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21세기 정보화 사회를 이끌어 갈 원동력인 창의적 사고와 혁신적인 사고를 길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잠깐이든 긴 시간이든 함께 하였던 아이들의 둥근 얼굴을 떠올리며 조그만 자부심을 느껴본다. 늦가을 밤하늘 별들이 제법 운치가 있다. 그들에게 동그란 미소를 보낸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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