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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수필: 박춘광]'저승사자님, 조금만 더 있다 오세요!!'박춘광: 계룡수필문학회장/거제타임라인 발행인.편집인/수필과비평 등단/거제문협회원

         저승사자님, 조금만 더 있다 오세요!!
                                                     박   춘   광

다른 때 같으면 뉴스에, 연속극에 늦게 잠자리에 들 주말인데 감기 몸살 기운이 있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미열을 느끼며 눕을 때만 해도 한잠 푹 자고 나면 가뿐해 지리라 여겼다. 얼마를 잤을까 악몽에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보니 깊은 밤 2시다. 세상 모두가 잠들어 있고 적막이 내려앉아 너무 평온하다. 등골에는 식은땀이 흥건하게 베였다. 머리는 깨어질 듯 아프고 온몸은 어디서 두들겨 맞은듯 정상이 아니다.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신다. 급히 남아 있던 감기약을 더 챙겨먹고 다시 눕지만 잠은 멀리 꼬리를 감추고 도망 가버렸다. 별의 별 생각이 오간다. 이리 저리 뒤척이다가 결국엔 또 책상 앞에 앉았다. 위전절제술(胃全切除術)을 받은 지도 벌써 3년6개월이  지났것만 아직도 나는 암환자인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어둠이 깔린 창 밖에는 아파트 정원과 조올고 있는 가로등만 정적 속에 외롭다.  뒷산 검은 그림자는 적막 그 자체다. 지금 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온갖 상념들이 어지럽게 아픈 머릿속을 헤집고 나온다. 아름다웠던 기억도 아쉬웠던 순간도 지난 날의 앨범 속에서 못내 떠나보내지 못한 미련으로 감돌고 있다.
후회스런 시간들 앞에서는 숙연해지면서 그저 미안함만 남는다. 가족에게, 지인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무슨 의미의 돛을 달고 지금 어디로 향해 세파에 항거하며 가고 있는가? 내가 사랑하고, 가까이하며, 아쉬워할 사람들에게 과연 어떤 존재로 남을까? 연약한 인간이 건강의 위험 신호가 오면 지극히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더 심각함을 맛본다. 생사를 가름 하던 수술을 받고 돌아오던 날 차창 밖의 모든 것들을 반추해 보면 삶이란 것이 참으로 허망하고 덧없다. 환상적인 밤거리의 황홀함도, 붉게 물들어 아름다운 가을 단풍길 산책로도, 산수경관에 감탄하던 먼 대륙의 여행길도, 어쩌면 그 순간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허무의 세계였다. 하얗게 채색되어져가는 머릿속이 너무 가볍다. 한계점이 도달한 실존의 법칙 앞에선 자연의 순리 그대로다. 바람이 스쳐간 흔적이라도 남기고픈 것은 무언가? 그래, 남아 있는 흔적의 기간이 비록 짧을지라도 글로 남기자. 그러자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동안만이라도 글 쓸 일이 아직 남아 있다고 통사정을 해 보자. 아니 애써 빌어보자. 버리지 못한 무슨 미련이 그렇게 많아서 애걸복걸하느냐고 나무라더라도 다하지 못한 말들이 아직은 남았다고 억지를 부리자.  매끄럽지 못한 솜씨라도 솔직한 한마디로 삶의 순수를 고집해 보자. 그 많은 훌륭한 필력가(筆力家)들이 인생을 예찬했듯이 나만의 독특함으로 남겨두는 씨앗을 심어야 겠다. 중생을 향해 너그러운 미소를 보이는 부처의 맘으로, 사랑을 두 팔 벌려 예지하는 하느님의 섭리 속에 스스로 잠겨보자. 언어라는 고귀한 보물의 의미를 새김질하고 그 영원함을 경배하는 한 구절이라도 더 쓸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애원해 보자. 어떤 보이지 않는 능력이 이를 감히 평정해 줄지 모르나 거두어가는 능력을 가진 이는 미련이나 욕심이 아닌 솔직함이라는 것을 전해보자. 허망함과 비현실의 생각이 끝없이 오가는 숨길 속에 벌써 동이 터 온다. 저 어둠을 헤집고 서서히 우리에게 밝음의 의미를 던져주는 대자연의 섭리를 붉은 태양과 함께 맞이하자. 모든 걸 내려놓는 편안함이 얼마나 성스럽고 존귀한 것인지를 깨 닳는 순간의 환희를 나이를 들어 이 순간에서야 그 벅참을 알게 되니 참 지난날은 미련했다. 사막의 한줌 모래 같지도 않을 세상 속의 존재이면서도 역사의 한구석에서 그저 그렇게 살다 가느니 하면 될 것을.평범한 세상 이치를 이렇게 외치는 것은 새삼 무슨 넋두리인지 모를 일이다. 나이 때문에 너무 힘들다면서도 자신의 끈을 늦추지 않는 아내가 알까보아 다시 눕는다.  아침 일찍 출근을 서두르는 그의 몸에 익은 모습이 너무 미안하다. 침대 바닥이 왠지 더 차갑다. 따스한 기운이기 보다는 냉철한 현실을 마주치는 것에 번쩍 정신이 든다. 천정이 빙빙 돈다. 세찬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는 듯이 흔들린다. 세상이 온통 흔들린다. 누웠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한다. 엎드려도 본다. 어느 한 자세도 편하지 않고 휘둘린다. 좌로 우로 몸을 가누면서 조금이라도 안정된 자세를 찾기에 골몰한다. 삶의 깊이를 따져보기보다는 우선 안정이 급하다.저승사자님, 조금만 더 있다 오세요. 아직은 써야 글들이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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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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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국희 2020-03-06 08:57:31

    누구라도 눈을 감고 잘때는 죽는 것이고
    눈을 뜨면 다시 살아아 난 것입니다.
    매일 아침이 기적의 시간 들이지요.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선물 받았고
    덤으로 밝은 햇살과 맛있는 공기까지.
    코로나로 고통 받는 환우들과 수습을 위해
    애쓰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며 하루를 엽니다.
    편집장님도 용기를 갖고 건강하시길.
    편집장님의 글을 열심히 읽는 우리가 있다는걸
    잊지마시고.   삭제

    • 보통사람 2020-02-26 13:42:05

      인간이 가장 정직해지고 순수해질 때가 죽음을 예감하는 순간들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자기만의 명암과 장단점이 있고 과오가 있고 굴곡이 있을것입니다 내가 알기로 박기자님은 과거 많은 사람들에게 원망의 대상이될 때가 많았읍니다 언론사 기자를 빙자하여 남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도록 한 일들이 참 많았읍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것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발가벗고 신 앞에 서서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절규하는 박기자님을 보면서 모두들 용서하리라 봅니다 남은 시간 스피노자의 심정으로 좋은글 쓰세요!   삭제

      • 권용훈 2020-02-17 11:50:27

        죽은듯이 숨쉬고 있든 만물들이 3월의 춘풍을
        기다리며 기지게를 펴고 새싹 틔울날을 기다리는이좋은날 오늘 박사장님의 글을보니 왠지 마음이
        아프네요 천하장사도 가는세월을 이길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글에서 묻어니는 나약한 마음만은 버리시길 바랍니다 ㆍ행복은 기다리면 오는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것입니다 부디 몸을 추서리고
        다시 좋을 글을 많이 써주기위해서라도 꼭 툴툴
        털고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ㆍ암수술 받았다면
        이제부터 구충제 알벤다졸 을 드십시요
        하루1알씩 3 ㅡ4일 드시고 4ㅡ5일 쉬고 다시
        3ㅡ4일 반복해서 드시면 몸속의 모든균들싹   삭제

        • 봄추위 2020-02-16 20:38:30

          저는 10 여년 전에, 티베트 '천장' '조장' 즉, 장례문화를 보고 온 후부터 인생의 전환점이 생겼지요. 원래 인생이란 그런겁니다. 저도 작년부터 꺼억꺼억 겨우 생을 영위하고 있지만, 전혀 시간이 아쉽지는 않습니다. 우주의 먼지로부터 생겨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게, 수만년을 이어온 인간이란 생물의 인생이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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