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27)
       대보름 

              


   박 찬 정

청매 홍매 피었을까
산수유는 피었을까
봄 오는 길목으로
꽃마중을 나섰다가 섬진강변 할매한테 
갖가지 나물 사고
갯마을 아낙의 서대 우럭
건가재미 흥정할 땐
사투리를 흉내내어
인심 좋게 덤을 얻었네

꽃마중은 제켜놓고
보름 명절 우선이라
조물조물 나물 무치고
생선 굽고 고기 지져
슴슴하고 무른 것은 엄니 앞에 놔드리고
옥골 같은 우리 사우 귀밝이술 한잔 허게
대보름에 밀려났던
핑계 좋은 꽃마중은
댓새 후에
다시 갈거나

감상)

윤일광 교수

화자는 섬진강 따라 매화며 산수유 꽃구경 나섰다가 꽃구경은 뒷전이고, 봄나물과 서대 우륵 같은 물고기만 사서 돌아왔다. 서툰 전라도 사투리까지 구사하여 덤까지 얻어 내심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더구나 오늘 사온 나물은 무치고, 물고기는 굽어 무른 것은 어머니에게 드리고, 또 한편 귀한 사위 술 한 잔하게 하려는 장모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 시는 언어의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 시답게 쓴다고 언어를 비틀고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로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모르도록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 특히 이 시의 마무리에 ‘닷새 후에 / 다시 갈거나’라는 짧은 한마디가 꽃구경보다는 어머니와 사위가 먼저라는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적당히 섞여 있는 사투리가 시의 정겨움을 한층 살려주고 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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