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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거제찬가⑧]거제 공곶이 비경지''이승철/시인 수필가 향토사연구가

              ⑧ 거제 공곶이 비경지

                                   시인 수필가  이 승 철

거제도 동쪽 바닷가 공곶이에 천하비경지가 있다. 이곳은 외진 곳으로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던 곳이다. 와현 해변을 따라 가다가 왜구미 마을에서 왼쪽 산 고개에 오르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가까이에 내도, 외도, 해금강이 있다. 찰싹이는 파도소리에 온갖 시름 다 잊고, 갈매기의 춤과 동백꽃 향기에 취해 살고 싶은 환상의 해변이다. 
   1970년경 문화유적 조사차 이곳과 인연이 되어 매년 한 두 번씩 찾는 나의 유일한 휴식처다.
   연대봉이 남쪽으로 내려와서 양팔을 벌리고 있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공곶이는 거제사람들도 잘 모르고 지내던 숨은 비경지다. 기후가 따듯하고 외진 곳으로 해조류가 풍부하여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정착하여 살았던 곳이다. 밭갈이 할 때 출토된 토기편과 돌도끼 패총의 흔적이 당시의 역사를 말해 준다.
  바닷가에는 직경 30cm 정도 되는 몽돌이 파도에 닳아서 알처럼 반들거린다. 이런 돌들을 보면서 급하고 과격한 성격 때문에 피해를 당하면서 살았던, 내 인생을 저 몽돌처럼 두루 뭉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록 쪽으로 오면서 돌의 굵기는 차츰 작아져 전답 가까이에는 주먹 만 한 몽돌이 깔려있다. 동글동글한 몽돌을 방풍막이로 돌담장을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흰 빛이 나는 고운 돌을 겹겹으로 쌓았는데 그 모양이 작은 성곽처럼 보인다. 몽돌로 쌓은 돌담이 거센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고 용케도 버티고 섰다. 어쩌면 내가 살아온 인생길처럼 저 돌담도 넘어질듯 하면서도 어렵게 버티고 섰다.
  돌밭 사이에서 피는 매화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이곳에 자생하는 물봉선화는 세계적인 희귀식물이다. 돌밭에서도 저렇게 고운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식물이나 인간이 다를 바가 없다. 좋은 여건 속에서 잘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물 봉선화처럼 고절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살기 어려울 때 물 봉선화를 생각하면 용기와 희망이 생긴다.
  내도가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와도 풍랑이 없다. 그래서 조선조 말기 까지는 이곳에서 부산, 통영 등지로 다니던 돛단배(풍선배)가 있었다. 그 당시는 와현, 구조라, 망치, 예구미 사람들이 해산물을 싣고 가서 생활용품을 사왔다고 한다. 그 배는 수시로 다녔는데 시장에 다니는 배라고 하여 장배라 했다. 공곶(舼串)이란 말도 그때 작은 배가 다니던 곳이라 하여 생긴 지명이라 한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산 넘어 바닷가에 돌아져 있는 외딴 마을이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곳인지, 경치가 좋은 곳인지 모르고 지내왔다. 그래서 피신처로 알려져 천주교 박해 때 진해에서 옥포 국산 마을에 와서 포교를 하던 윤봉문 형제가 이곳에 숨어살면서 이 마을 주관옥씨의 도움으로 복음을 전도하게 되었다. 그 후 천주교 신자인 강명석씨가 이곳과 인연이 되어 계단식 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려, 철따라 꽃을 피우며, 천국의 꿈을 꾸고 있다. 천주교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오면 천국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주위는 3만여 평의 농토가 있다. 논이 1,000여 평 되었는데 일부는 파도에 유실되고, 남은 땅에 노랗고 빨강 수선화가 줄을 지어 피어 있다. 협곡에서 솟아나는 자연수가 있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논농사를 지으면서 생활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농사짓고 살기에는 자연적인 조건이 좋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인적이 더 문 곳이라 너무 외롭고 적적해서 사람 사는 낙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는데, 요즘같이 번화한 현대 문화 속에 사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풍광이 좋은 이런 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한다.
  섬과 섬, 바닷가의 정취와 자연림, 층층계단에 철따라 피는 갖가지 꽃들, 바람소리 물소리, 산새소리가 자연의 교향악처럼 울려 퍼지는 한적한 곳이다. 숭고한 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다.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가 사랑의 연가로 들린다. 온갖 모략중상과 권모술수가 판치고, 생존경쟁에 아귀다툼을 하는 찌들은 세파를 벗어나서 이곳에오면, 신비로운 자연 속에 함몰되어 세상사 잊고 자아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
  산 고개를 오르는 천국의 계단은 겨우 한 사람이 비켜 다닐 정도로 좁은 길이다. 길가에는 동백이 줄을 지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자연석 돌을 깔아 직선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 길이가 까마득하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내 인생길과 비교해 본다.  
 공곶이는 사시사철 다 좋은 곳이다. 봄에는 수선화를 비롯하여, 설유와 산 봉숭아꽃, 입세란 등이 피어 향기롭고, 특히 여름은 피서지로서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피한지로, 계절마다 특색이 있다. 그 보다 숭고한 자연의 소리를 듣고 대화 하면서 세속의 번뇌를 씻어버리고, 마음 비우면, 신선이 된 기분이다.  
  저녁노을이 곱게 물들고, 파도가 일렁일 때 마다 어디선가 고운여인의 퉁소소리처럼 애절하게 들린다. 그 소리는 사랑의 연가로 들린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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