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거제시조選③]

   고현천 은어 

   김   용   호

어허야 고현천에 은어가 왔능갑네
저그 끼리 비비대고 번득뻔득 거리는 기
옛날에 보던 그 은어 영락이 없거마는

버꿈이 군데군데 나빠지는 하천인데
우웠찌 바당에서 새끼 까서 올라왔노
작년의 각설이보담도 참말로 반갑꾸마

우짜든지 이기내라 버티야 사는 기라
새파란 이끼 묵고 사는 니를 안다마는
해금이 만장 겉은데 우찌 버타 낼란가.

1. 시조의 갈래
 ◎ 시조(時調)의 갈래와 정형
 시조에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의 갈래가 있고 각기 거기에 따른 명칭이 있다.
 가. 삼종시조 : 시조를 형태상으로 분류하면 평시조, 엇시조, 사설시조의 세 가지로 갈라진다. 이것을 삼종시조(三種時調)라 한다.
 나. 단수, 연작, 혼작 시조
 시작 기법상으로 분류하면 단수시조(單首時調)와 연작시조(連作時調), 혼작시조(混作時調)가 있다. 단수시조는 시조 한 수로 한편이 된 것이고 연작시조는 두 수 이상으로 한편이 된 것이며, 혼작시조는 평시조 엇시조 사설시조가 뒤섞여서 한편이 된 것을 이룬다.

2. 시조의 정형
 가. 평시조 : 평시조는 시조의 기본형으로 고려 말기에 발생한 이래로 오늘날까지 시조의 대명사로서 종가를 지켜왔다. 기본 정형(定型)은 3장(초장, 중장, 종장) 12구이다.
 ㅇ 시조의 3장 구조는 ‘시작-진행-종결’의 전 과정이다. 사람과 관련된 모든 사상(事象)은 세 단계를 거쳐야 완벽하다. 사람의 하루가 ‘일어나서-일하다가-자는’ 3단계의 반복이듯이 그 일생은 ‘태어나서-살다가-죽는’ 3단계로 이루어진다. 논리의 전개는 ‘서론-본론-결론’의 3단계가 가장 명쾌하고, 회의는 ‘개회-진행-폐회’로, 소송은 ‘제소-심리-판결’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소설이 ‘발단-전개-결말’로 이루어지듯 시조도 ‘시작-전개-마무리’로 이루어진바 그것이 ‘초장-중장-종장’의 형태이다. 이러한 3단계 표현이 가장 간결 명쾌하면서 논리적으로 완벽한 구조인데 시조가 바로 3단 구조인 것이다. 3단 구조는 마치 솔밭과 같아서 모자라면 쓰러지고 넘치면 뒤뚱거린다.
ㅇ 평시조는 초장과 중장에서 3음이나 4음의 결합인 3,4 또는 4,4음이 네 번 반복된 다음 종장에서 3,5,4,3으로 변화한다.

여기 제시한 숫자는 평시조의 기본 음수일 뿐 실제 작품에서는 약간 숫자의 가감이 허용된다. 같은 정형시이면서도 한시나 일본의 와카 하이쿠는 거의 한 글자의 융통도 용납하지 않는데 시조만은 1~2음절, 많게는 5~6음절까지도 큰 부담 없이 쓴다. 요즘 현대 시조에서는 사용 음수의 범위가 많이 완화되고 있다.

초장과 중장은 각 구마다 3음을 중심으로 1~2 음의 증감이 허용되나 종장만은 허용 폭이 좀 제한된다. 종장의 제1구는 3음이 고정불변이라 하고 제2구도 5음에서 더 줄이면 안 된다고 일러온다.(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사투리를 들을라치면 표준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을 느낄 수 있다. “밥 무십니까” “밥 무서요” “밥 문나”는 가난으로 끼니를 잇기 어려웠던 시절에 거제 사람들이 썼던 인사말 중 하나다. 투박하기는 해도 상대방을 걱정해 주는 가슴 따뜻한 정이 담겨있는 말이다. 그런데 인사말이 표준어 “안녕하십니까?” 로 통일되고 보니 상대를 진정으로 걱정하며 안부를 묻는 마음이 사라져버린 느낌을 받는다. 사투리로 해온 인사말은 투박하지만 몸에 익은 숭늉맛 같은 정이 느껴지지만 표준어는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편의성은 좋아졌는지 모르겠으나 너무도 형식적인 것 같아 사투리에서 받았던 끈끈한 정은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정이란 것은 단순한 감상적인 것이 아니다. 오랜 생활 속에서 우리의 정서에 스며든 사랑인 것이다. 사투리에는 그 지역의 풍토와 생활과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성품과 정서가 한데 녹아들어 이루어진 정신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정신문화의 그릇이 사투리라고 말한다.
 사투리가 사라지면 우리의 조상들의 삶의 자취와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의사소통의 편의를 위해서 일상에서는 표준어를 쓰더라도 사투리는 버리지 말고 보존해야한다. 그 최선의 방법이 문학작품에서 사투리를 살려 쓰는 일이고, 문학작품 중에도 우리의 고유한 민족시인 시조문학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제의 사투리로 시조를 맛깔나게 창작하는 시인이 있으니 그가 바로 김용호 시인이다. 시인은 「풀어보고 엮어보는 거제 방언 사투리」, 「재미나게 풀어보는 거제방언 거제말」을 상재하였는가 하면 「아름다운 거제 사투리」라 題한 저서의 탈고를 눈앞에 두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시조 〈고현천 은어〉는 거제 사투리로 쓰여진 3수 연작이다. 독자들의 감상에 도움을 주고자 시인께 표준어로 개작해 주기를 청했는데 쾌히 응해주었다.

     어허야 고현천에 은어가 온 것 같네
     저들끼리 비벼대고 번득번득 거리는 게
     예전에 보던 그 은어 틀림없는구먼

     거품이 군데군데 나빠지는 하천인데
     어떻게 바다에서 산란하여 올라왔나
     작년의 각설이보다도 정말로 반갑구먼

     어쩌든지 이겨내라 버텨야 사는 거다
     새파란 이끼 먹고 사는 너를 안다마는
     해감이 널려 있는데 어떻게 버티려나.

거제 사투리로 읊은 원작 〈고현천 은어〉에서 풍기는 맛깔스러움이라니, ‘해금이 만장 겉은데 우찌 버타 낼란가’는 과히 절창이다. 시인들은 다들 특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사투리로 시조를 창작하는 김용호 시인, 이는 특유의 개성이 아닐 수 없기에 그는 주목받고 있다. 일찍이 강진출신 김영랑 시인이 전라도 사투리로 쓴 「오매 단풍 들것네」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사투리의 정겨운 맛, 그 맛을 아는 사람은 안다. 김용호 시인은 알아도 너무 잘 알기에 그의 사투리 시조 작품에 거는 기대또한 크다<능곡 이성보 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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