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도급업체 갑질이 적발돼 208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프레임에 걸린 것이고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불복 소송을 검토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소송에는 아직까지 미온적이다. 자칫 소탐대실할 수 있어서다라고 5일 머니투데이가 이를 보도했다 이하 이보도내용 전문이다. .

현대중공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인수·합병)인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가부 여부와 관련한 칼자루를 공정위가 쥐고 있다. 이럴수록 당국 협조가 절실한데 사실상 허가처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상황은 적잖은 부담이다.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진 탓에 앞으로 현미경 감시도 받아야 할 처지라 즉각적인 대응을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조선그룹으로 간다

정기선 부사장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서면서 제법 큰 그림을 그렸다. 그룹을 조선과 에너지 기타 기계공업 등 제조업으로 세분하고 조선 부문 중간지주회사를 두는 지배구조 변신 계획을 꾀했다.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는 한국조선해양으로 칭하고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조선해양을 지배(지분율 30.95%)하는 형태로 배열을 짰다. 한국조선해양 아래에는 현대중공업(100%)·현대삼호중공업(80.54%)·현대미포조선(42.4%)·대우조선해양(68% 전망) 등을 두는 식이다.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정점에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있다.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25.8%를 가진 최대주주다. 정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5.1%), 아산사회복지재단(1.87%)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33.31%다.

정 이사장에게 대우조선은 반드시 필요한 마지막 퍼즐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로 세계 1위 조선회사로서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게 될 것(3월 17일)”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대우조선 매출은 8조3587억원이다. 인수를 마무리하면 한국조선해양은 매출액 23조원가 넘는 세계 최대 조선 지주사가 된다.

심사는 ‘산 넘어 산’

현대중공업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고한 건 지난해 7월이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 기한(총 120일)은 이미 지났다.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보정자료 제출에 그보다 많은 시간이 쓰이고 있다.

공정위로서도 고민이 크다. 우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추진된 합병 건이라 산업 내 경쟁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딴지를 걸기가 애매하다. 하지만 정부 당국 간 마찰이 있더라도 원칙대로 우려 사안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국내 조선 시장은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빅3’에서 ‘빅2’로 재편돼 독과점이 강화된다.

더 큰 문제는 해외 당국의 심사다. 해외사업이 많은 현대중공업은 한국 외에도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일본, 중국 경쟁당국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합병을 인정받을 수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인수 후 현대중공업은 세계시장 점유율 20%에 달하는 1위 기업이 된다. 세계 1, 2위간 합병을 곱게 보는 나라가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인수를 승인한 나라는 카자흐스탄뿐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 산은 지원을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배라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EU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합병 심사를 일시 유예했다. 현대중공업은 속이 타지만 “이른 시일 내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계열사 간 늘어난 내부거래도 부담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이 작년 12월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현대중공업의 불공정하도급 관행 엄중 조치'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의 선시공 후계약, 부당 대금 결정 등 불공정 하도급행위에 대해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심사국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의미에서 같은 편(?)이 돼야 할 현대중공업과 공정위가 국내적으로 별개 건이지만 소송을 벌인다면 일단 일본부터 코웃음을 칠 상황이 벌어진다. 하도급 거래 관리조차 불투명한 회사에 덩치 키우기식 합병을 승인해줄 해외 심사국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을 적발해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에 대비, 자료를 은폐하던 모습은 CCTV에 찍히기도 했다. 공정위가 최종 패소한 대우조선 사건(과징금 267억원 부과)을 제외하면 관련한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공정위는 조만간 관련 의결서(법원 판결문에 해당)를 발송할 계획인데, 현대중공업을 이를 면밀히 검토해 불복을 심각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도급업체 갑질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약점이 있다. 지난해 5월 공정위는 건설장비 부품 납품가격을 낮추려 하도급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사실을 적발해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에 과징금 총 4억3100만원을 부과한 적이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 사업부가 2017년 4월 분할 설립된 회사다. 현대건설기계는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지난해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금까지 두 차례 변론이 진행됐다.

공정위 감시는 앞으로 내부거래까지 넓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공정위 집계 결과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이 현대중공업(10.9→18.4%, 7.5%포인트 상승)이다. 그룹 전체 매출액이 떨어지고, 유가가 올라 그랬다지만 공정위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부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 그룹이 2대 정몽준 이사장에서 3대 정기선 부사장으로 지분과 경영권이 이전 중인 터라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등에 관한 내부거래 감시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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