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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순련교육칼럼⑧]'생명 사랑하는 법부터 '거제대학교 겸임교수 원순련

             교육칼럼⑧ 생명 사랑하는 법부터
                                             거제대학교 겸임교수 원순련

대부분 어버이날이 되면 시부모님을 먼저 챙긴다. 그러기 때문에 친정 부모님 방문은 어버이날을 넘긴 다음날이 된다. 처음엔 다음날 찾아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친정어머님께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당일이나, 다음날이나 찾아뵙는 것은 같았지만 하루 종일 오지 않는 딸 생각에 친정어머닌 사립문을 몇 번이나 드나들었을까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 아파서 그 뒤엔 출근 전 가까이 계시는 친정집을 먼저 찾게 되었다.

  그 해 어버이날 새벽부터 어머님을 찾아갔다. 사립문이 열려있었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인데 어머님은 어디로 나가셨는지 부엌에도, 뒷밭에도 계시지 않았다. 이 새벽부터 어디로 가셨을까 생각하다 출근 시간이 늦을 것 같아서 돌아 나올 때였다. 어머님께서 한 손에는 호미를 들고, 한 손에는 대나무 작대기를 들고 들어오셨다. 어딜 다녀오시는지 몸빼 바지가 흠뻑 젖었는데 얼굴엔 환한 미소가 꼭 아이들처럼 예뻐 모였다.

  나는 어머님께 이 새벽부터 어딜 다녀오시는데 이렇게 바지가 흠뻑 다 젖었느냐고 물었다. 어머님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으시며 출근시간 조금 늦더라고 식혜 한잔은 먹고 가라며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내가 식혜를 마시는 동안 어머님의 새벽 출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바로 전 날 저녁 어머님은 건너편 마을 경로당에서 마을 어버이날 행사에 참여하셨다고 했다. 저녁 9시쯤 되어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니 버스도 끊어지고 큰 도로를 걸어서 오려니 너무 멀어 가로 질러가는 논길을 택하셨단다. 사방이 어둡긴 했지만 논길로 걸어오는 길은 평소에 잘 다니는 길이므로 가늠으로 절반쯤을 지나게 되었을 때였다고 한다. 갑자기 발밑에서 펑하고 무엇이 밟혀서 터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한 밤중의 산 중에서 그 소리는 너무나 큰소리로 들려 어머닌 정말 놀랐단다. 컴컴한 밤이라 살펴볼 수도 없었지만 어머니 감각으로 개구리가 발밑에 밟혀 터지는 소리였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신 어머님은 밤 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하필이면 그 시각에 논두렁에 나와서 내 발에 밟혀죽다니 아무리 미물이라지만 생명인데    그렇게 내 발밑에 밟혀 죽게 하다니......  .”
  어머닌 어머니의 발바닥에 죽어간 그 개구리에게 너무나 미안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새벽동이 트기 전 죽은 놈이지만 묻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호미를 들고 어제 저녁 걸어서 온 그 논두렁을 찾아가셨다고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 하신 후 어머님께서 환하게 웃으셨다. 어머님의 얼굴엔 세상에 어쩌면 이런 횡재가 다 있을까 하는 얼굴로 말씀을 이어가셨다.
  “개구리가 터져죽은 그 장소에 가니, 세상에 어제 저녁 내 발밑에 밟혀서 배가 터진 것이    개구리가 아니고 가지였지 뭐니? 아마 뒷집 아지매가 가지를 따서 머리에 이고 가다가 논    두렁에 한 개를 떨어뜨렸던 모양이더구나. 그 가지가 내 발밑에서 펑 하고 터졌는데 나는    아무 의심도 없이 그게 개구린 줄 알았으니...... .”
  어머닌 안도의 숨을 쉬셨다. 어머니의 발밑에 밟혀서 죽어간 개구리가 불쌍하여 밤잠을 설쳤는데 그 놈이 개구리가 아니고 옆집 아지매가 떨어뜨린 가지였음이 횡재를 한 기분이라며 얼굴에 안도의 숨과 행복함과 기쁨을 고스란히 표현하셨다.

  “어머님이셨구나. 내가 두꺼비를 살려준 것이......  .”
  집으로 돌아오며 내가 두꺼비를 살려주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산을 깎아서 대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간식을 준비하여 공사장으로 갔다. 남편은 고르고 있었고 포크레인 기사는 땅을 파고 있었다. 코크레인이 지나갔던 곳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여 다가갔더니 두꺼비 한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포크레인이 흙을 파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두꺼비를 다치게 했던 모양이다. 뒷다리 두개와 오른쪽 앞다리는 밖으로 나와 있는데 왼쪽 앞다리만 흙속에 묻혀 두꺼비는 땅 속에 묻혀있는 왼쪽 앞다리를 빼 내기 위하여 남아있는 다리 세 개를 죽을 듯이 바둥거리고 있었다.

  너무나 불쌍하여 옆에 있는 괭이를 들고 와서 주변의 흙을 조심스레 파기 시작했다. 행여 두꺼비 다리를 다치게 할까봐 조심조심 정성을 다했다. 겨우 두꺼비를 꺼내놓고 어서 다른  곳으로 가길 기다렸지만 두꺼비는 움직이질 못했다. 오랜 시간 바둥거리다 보니 땅 속에 묻힌 다리가 부러지고 피부만 헐렁거렸다. 조심스럽게 소쿠리에 옮겨서 팔손이나무 아래로 옮겨놓고 굶어 죽으면 어쩌나 싶어서 커피와 함께 먹던 비스켓을 곁에 놓아주었다.

  근무시간 내내 두꺼비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잘 살고 있는 두꺼비를 공사를 한답시고 저렇게 장애로 만들어버렸구나 생각하니 두꺼비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퇴근 후 바로 그 장소로 갔다. 얼른 팔손이 잎을 들쳐보았다. 두꺼비는 보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그 두꺼비에 대한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제발 살아있기를 기도했다.

  “개미 한 마리도 죽이면 안 된단다. 생명 있는 것은 함부로 하면 안 돼.”
  어린 시절 어머님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이야기다. 그래서 어머님 파리체도 잘 들지 않으셨다.

  우리 아이들이 생명의 귀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작은 벌레 한 마리, 풀포기 하나에도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자라면서 배운다면 우리 아이들은 자기 생명은 물론 다른 생명까지도 귀하게 여기리라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배움이 무엇일까? 바로 생명에 대한 귀중함을 아는 것이 아닐까? 지금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보면 생명에 대한 귀중함을 깨닫지 못함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생명에 대한 귀중함은 부모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어머님의 개구리와 내가 만났던 두꺼비 이야기는 지금도 학부모 강의 때 마다 매번 등장하는 생명 존중의 주제가 되고 있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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