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41)

  목련은 피어나고

자현당(紫峴堂) 이 덕 자

하얀 그리움들
텅 빈 가지에
첫사랑의 언약처럼 새록새록 피어오르면
산꽃들 수줍어 뜨거워지는 산
실개울 굽이굽이 징검다리 건너
밤새 달려온 별이 목련으로 핀다

청조한 유년의 숨결
그 길목에서 보석같이 반짝이는
풋내음 한 소쿠리
아!
얼굴이
이 봄 목련처럼 뽀얗던 처녀선생님

어머니는 새로 오신 선생님께 드릴게 없다며
쑥털털이를 쪄서 들려주셨다
멀기만 했던 선생님이 계신 파란대문 집
채반을 얼른 마루에 놓고 나오는
내 붉은 얼굴에
담장에 붙어선
하얀 목련이 말없이 웃고 있었다

감상) 

눌산 윤일광 교수

 시인은 지금 이른 봄에 피어난 목련꽃을 보며, 얼굴이 뽀얗던 어릴 적 담임선생님을 기억해 낸다. 우리들 기억속의 선생님은 시나 수필에서 좋은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시인의 어머니는 새로 오신 선생님께 드릴게 없어 쑥털털이를 쪄서 보내는 따뜻한 마음과, 혹시 선생님께 들킬까봐 두근거리는 부끄러움 때문에, 파란색 대문의 선생님 집 마루에 얼른 놓고 나오는 순진한 모습이 눈에 선하게 밟히면서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선생님께 쑥털털이를 갖다드리는 사건만 소재가 되었다면 시는 어릴 적 추억의 한 삽화에 그쳤을 테지만, 시가 시다울 수 있었던 것은 목련꽃이 객관적상관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목련꽃에서 선생님을 읽어내는 시인의 발상이 매우 좋았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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