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42)

     길 위에서

한솜  윤   석   희

히말라야에서
다람살라에서
우연히 마주한 사람
룸비니에서 인연처럼 다시 보니

세월에 얹힌 무게 털어지지 않아
난데없이 붉은 가사로 지난 상처 가리고
빠진 발톱에 피 흘리는 공허
여비도 여권도 없이
천근만근 돌을 지고
묵묵히 길을 간다

너덜너덜한 얼룩
탁발수행으로도 씻어지지 않아
끝없이 아득한 길
그냥 타박타박 가는 거야

속울음 천둥칠까
아니 벼락 맞아도 상관없어
맨몸으로 떠도는데

미국 돈 백 달러에 눈물 떨구며
머리카락 하나 남지 않은 빈 허공

겨울나무로 떨고 있다

감상) 

눌산 윤일광 교수

 불교의 연중행사 중 가장 중요시하는 ‘부처님 오신 날 (양력 4월 30일)’이 코로나19 때문에 세상 조용했다. 그런데 때마침 올해는 윤사월이 들어 사월초파일이 5월 30일에 덤으로 한 번 더 생겼으니 불자에겐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시인이 히말라야에서 다람살라에서 만났던 사람이 우연히도 룸비니에서 탁발수행자가 되어 있는 그를 다시 만난다. 룸비니는 지금의 네팔 남쪽 경계선이 있는 부근의 작은 숲으로 기원전 623년 경 카필라 왕국의 정반왕과 어머니 마야부인 사이에 훗날 석가모니가 되는 싯다르타가 태어난 신성한 곳이다. 올해는 붓다가 열반하신 후 불기 2464년을 맞았다.
시인은 ‘여비도 여권도 없이 /천근만근 돌을 지고 /묵묵히 (…) 맨몸으로 떠도는’ 그에게 미국 돈 100달러를 건네주었을 때, ‘머리카락 하나 남지 않은 빈 허공 속에 겨울나무로 떨고 있다’는 표현에 이르면 가슴이 찡해진다.
시 속에 그림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그림과 이야기를 시로 풀어낸 언어의 마술이 바로 문학이요 詩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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