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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조선하청지회, '삼성重 박대영사장 구속 주장'하청중심 생산구조 및 위험의 외주화 '사상자 전원 하청노동자'

하청노동자들 정규직 사망율 보다 8배 높아
해양플랜트 관련 부서 생산직 90% 이상이 하청노동자
대선후보들,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공약 요구도

 

금속노조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2일 언론 기고를 통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의 구속을 주장하고나서 사고의 혼란 속에서 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회사는 물론 정치권과 언론 등에게 큰 관심사를 던지며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함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원청회사의 문제점을 비롯해 법률적 제도적 모순점이 이같은 대형사고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며 포괄임금제나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모순점이나 하청업체의 재하도급 실태, 인력 구성원에 대한 다단계화가 결국 임금의 중간 착취가 가져올 필연적 현상임을 고발하고 있다.

이러한 고발성 내용은 대형 조선소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임금의 먹이사슬과 제도적 맹점이 가져온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 정치권은 물론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적 현상의 개선이 시급함을 경고하고 있다. <상세설명 보다는 아래의 글을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자 기사 본문은 간략히 기술하였슴. 아래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언론에 기고한 전문이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가 말해주는 것들
- 하청중심 생산구조, 위험의 외주화 바꿔내고 박대영 사장 구속해야 -

어제, 전국 곳곳에서 제127주년 세계노동절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2시50분,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 충돌사고로 지브크레인(jib carne) 붐대가 무너지면서 휴식 중이던 노동자들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가 나자 언론과 정치권 모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노동절 휴일에 발생한 사고이고, 사상자들이 전원 하청노동자라는 점이 그 관심을 더 키웠다.

이번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뼈아프게 확인시켜 준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해 주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만약 노동절 휴일이 아니었다면?
언론과 정치권이 큰 관심을 가진 것은 사고 당일이 노동절 휴일이었고, 사상자 전원이 하청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법적 휴일인 노동절에 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쉬었는데 하청노동자들은 쉬지도 못하고 나와서 일을 하다가 목숨까지 잃는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는 '절반의 사실'이다. 만약 노동절 휴일이 아닌 평일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과연 달랐을까? 아마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소 생산직, 특히 사고가 난 해양플랜트 관련 부서의 생산직은 90% 이상이 하청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열에 아홉'이 하청노동자이므로 사망사고가 나도 '열에 아홉'이 하청노동자가 죽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위험의 외주화'라고 하여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왔다.

실제로 안전보건공단이 지난 4월 11일 발표한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통계 산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청노동자의 사망사고 만인율은 0.39로 정규직 사망사고 만인율 0.05보다 8배 가까이 높다.

그러므로 이번 삼상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사망하고 부상당한 사람이 모두 하청노동자인 문제를 이야기할 때, 하청노동자가 노동절 휴일에도 근무를 한 사실 보다 조선소 해양플랜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열에 아홉은 하청노동자인 '하청중심 생산체제' 문제를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하청중심 생산체제를 변화시키지 않는한 위험의 외주화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라는 올가미
그런데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은 대부분 쉬는 노동절 휴일에도 왜 나와서 일을 해야 했을까? 회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힘없는 하청노동자의 현실이기는 하지만, 제도적으로 하청노동자의 휴일노동을 강제하는 것은 '일당제'나 '직시급제'라고 불리는 '포괄임금제'의 올가미다.

포괄임금제는 최근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후보들 간 쟁점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대선에서는 주로 사무직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무료 노동의 원인으로 이야기되었는데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도 포괄임금제는 커다란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평일 결근 없이 일을 하면 일요일을 유급으로 쉴 수 있다. 또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이상 초과노동을 하거나 휴일노동, 야간노동을 하면 각각 50% 가산임금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물량팀 노동자들은 '일당제'나 '직시급제'와 같은 포괄임금제로 되어 있어 주휴일도, 가산수당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자신이 일한 날 수와 시간에 일당이나 직시급을 곱한 만큼만 임금을 받는다. 일당이나 직시급에 주휴수당, 초과노동수당, 휴일노동수당, 야간노동수당이 다 포함되어 있는 포괄임금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절이나 공휴일 같은 휴일에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휴무를 해도 임금이 나오고 일을 하면 가산임금을 받지만, 일당제나 직시급제 하청노동자는 일을 하면 평소와 같은 임금을 받고 일을 안 하면 아무런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즉 일당제, 직시급제 노동자에게는 노동절 휴일이 아무 의미가 없고, 공휴일이라고 일을 안 하면 오히려 그만큼 임금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에서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노동절 휴일에 일을 해서 불만인 것이 아니라 어쩌면 노동절 휴일인데도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스러워 했을지 모른다. 노동절 휴일이라고 일을 쉬었으면 하루치 일당만큼 월급이 줄어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 마음 놓고 쉴 수 있기 위해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저마다 공약한 포괄임금제 폐지 약속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만약 휴식시간이 아니었다면?
언론에서는 저마다 이번 사고를 보도하며 사고 시간이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이었고 노동자들이 휴게공간에 모여 있어서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같은 보도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식시간이어서 노동자들이 모여 있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휴식시간에 노동자들이 쉬고 있는데도 크레인 작업은 계속 이루어진 것이 진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자, 삼성중공업 협력사 대표는 사고 당시가 오후 2시50분으로 정해진 휴식시간인 오후 3시가 아니었는데 노동자들이 휴식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10 - 20분 먼저 화장실 근처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결국 노동자들이 휴식시간을 제대로 안 지켰기 때문에 대형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말인가?

만약 오후 2시50분에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오후 3시에 크레인은 과연 작업을 멈추었을까? 삼성중공업은 크레인 운영규정이나 작업지침에 작업자들의 휴식시간인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크레인 운영을 정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제출해야 한다. 또한 규정이 있다면 그것이 평소에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현장의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소에도 작업자들의 휴식시간과 무관하게 크레인 작업은 계속해 왔다고 하기 때문이다.

골리앗크레인은 정규직이, 지브크레인은 하청노동자가
구로역 스크린 도어 사고 등 최근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최소한 안전과 관련한 업무는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역시 안전과 직결된 업무의 외주화, 비정규직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고가 난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공사현장에는 골리앗크레인과 지브크레인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중공업의 사고 설명도 그렇고, 직접 사고현장에 가서 보니 작업의 특성상 골리앗크레인과 지브크레인의 작업공간이 서로 겹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즉 두 크레인은 언제라도 작업 중 충돌 가능성이 있었고, 그 만큼 두 크레인을 운전하는 작업자 사이에 그리고 밖에서 크레인 운전자와 신호를 주고받는 두 크레인의 신호수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골리앗크레인 운전자와 신호수는 삼성중공업 정규직노동자인 반면 지브크레인 운전자와 신호수는 하청노동자였다. 두 크레인이 정규직노동자와 하청노동자로 나뉘어 있어서 의사소통이 안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두 크레인 작업자가 모두 정규직노동자였다면 작업을 위한 의사소통과 조정이 더 원활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었고 삼성중공업 책임자는 크레인 장비를 담당하는 노동자만큼은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청에 재하청, 다단계 착취구조
어디 크레인 작업자뿐일까?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6명의 노동자는 같은 회사 소속이 아니다. 6명의 노동자가 5개 하청업체에 각각 소속되어 있다. 부상당한 노동자를 포함한 31명의 노동자의 경우 8개 하청업체에 각각 소속되어 있다.

이것이 현재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현실이다. 한 작업공간에 일을 하는 하청노동자의 소속이 서로 다르다. 그들은 소속이 다르므로 서로 아무런 상관없이 한 공간에서 일을 한다. 이처럼 생산관리와 안전관리가 총체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현장에 각기 다른 수십 개 업체 노동자들이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것도 작업 기한에 쫓겨 가면서, 그래서 안전은 쳐다볼 겨를도 없이. 이와 같은 현실을 한 물량팀 노동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조선소 현장을 가보면, 블록이 이제 막 세워져 취부를 하고 있는데 취부사 똥구녕을 따라 가면서 용접사가 용접을 하고, 또 용접사 똥구녕을 따라오면서 사상공이 사상을 해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취부, 용접, 사상 모두 물량팀이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물량을 빨리 빨리 쳐내야 물량팀장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8개 업체 31명의 노동자 중 같은 하청업체로 분류된 노동자들도 실제로는 각각 소속이 다를 수 있다. 조선소 고용구조가 하청에 재하청, 다단계 착취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출입증에는 같은 하청업체 이름이 적혀 있더라도 실제 자신이 속한 물량팀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또한 물량팀 보다도 못한 인력업체가 알바천국 같은 곳에 낸 구인광고를 보고 전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의 불법 파견고용이 조선소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어느 인력업체 소속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법률적 사용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신이 속한 인력업체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다.

보상과 처벌 원청 삼성중공업이 책임져야
이렇게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한 노동자 31명이 각기 다른 하청업체 소속이고, 또 그 하청업체 안에서도 다른 물량팀 소속이거나 불법 인력업체 소속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고를 당한 노동자에 대한 보상과 책임을 져야 할 사용자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법적으로 삼성중공업은 보상 책임이 없을 수 있다. 사고를 당한 하청노동자들의 사용자는 삼성중공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은 '본공'이 아니라 물량팀 노동자이거나 불법 인력업체 노동자라면? 하청업체 대표 또한 그 노동자에 대한 보상 책임이 없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영세한 물량팀장이나 사무실에 책상하나 전화기 하나 놓고 임금따먹기를 하는 불법 인력업체가 제대로 된 보상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자본이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하청업체마저 물량팀이나 불법 인력업체 등 다단계 고용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용자가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 하청업체, 물량팀, 불법 인력업체 등 각기 다른 사용자가 각각의 노동자와 보상협의를 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사고를 당한 노동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실제 사용자는 삼성중공업이다.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전체적인 생산을 관리하고 두 개의 크레인의 작업을 조정하고 관리해야 할 삼성중공업이 사고의 명확한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삼성중공업이 사고를 당한 노동자에 대한 보상에 대해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한다. 그래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또 한 번 억울한 일을 당하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 역시 마찬가지다. 무려 6명이나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다. 그리고 가장 큰 책임은 삼성중공업에 있다. 과연 경찰과 노동부와 검찰은 누구에게 어떠한 처벌을 할 것인가?

노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른바 '기업살인법'이라고 불리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하루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는 현실에서, 그 책임이 있는 사용자를, 특히 원청 사용자를 엄하게 처벌하지 않고는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에 언론과 정치권 등 전국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것이 잠시 동안의 관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사고에 관심을 표명한 대통령 후보들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자신의 공약으로 발표해야 한다. 그것이 6명 하청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법 제정 이전이라도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엄벌하는 것이다. 경찰과 노동부와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고 조사해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을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

덧붙임 : 작업중지명령, 하청노동자에게는 '무급 데마찌'
5월 1일 사고 이후 노동부는 삼성중공업 현장 전체에 대해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권민호 거제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고용노동부에 "지금 조선산업이 매우 어려워서 전 작업구간을 중단시키면 안 된다. 전 작업구간을 중단시키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며 사고현장 이외의 현장에 대한 작업중지명령을 풀어줄 것을 요구해 빈축을 샀다. 더구나 그 같은 작업중지명령에 대해 "기관(고용노동부)의 이기심으로 인해서 그랬는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황당한 말을 하기도 했다.

권민호 시장이 걱정해야 될 일이 있다면 삼성중공업 회사의 피해가 아니라, 하청노동자들의 피해다. 삼성중공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5월 10일까지 휴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휴무를 하지 않더라도 작업중지명령으로 일을 못하는 경우 정규직노동자는 법이 정한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은 다르다. 작업중지 명령으로 일을 못하게 되면 휴업수당은 언감생심, 고스란히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른바 '무급 데마찌'가 관행이기 때문이다.

하청노동자의 '무급 데마찌' 문제 역시 그 책임은 원청인 삼성중공업에 있다. 원청이 하청업체에는 휴업수당을 적용해주지 않기 때문에 하청업체는 무급 데마찌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하청노동자 산재사고에 안타까워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과 정치인들에게 작업중지명령으로 며칠 동안 임금도 받지 못하게 될 하청노동자들의 현실까지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은 무리한 부탁일까.

<관련기사>

위험 떠안은 하청노동자…거제 크레인사고 '예고된 인재'

한겨레 원문  기사전송 2017-05-02 19:36 최종수정 2017-05-02 20:16 
[한겨레] 정규직 ‘안전관리’ 하청 ‘위험작업’
하청노동자 “원청에 개선 건의해도
비용·작업시간 문제로 무시당해”
노동절 근무자도 정규직의 12배
작업현장 차별구조가 하나의 ‘원인’
경찰 “크레인들 작업 겹쳐 사고 추정”
노동청, 2주 동안 작업중지 명령
지난 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진 6명과 다친 25명이 모두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로 밝혀지면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한 작업을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떠민 결과 이들이 작업장 안전 문제를 원청 노동자에게 제대로 말하기도 어려운 ‘차별 구조’가 만들어낸 사고 아니냐는 것이다.

2일 지역 노동계의 말을 종합하면, 위험한 작업이 많은 조선소 작업 현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관리 업무를 하고,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는 ‘위험의 외주화’가 일상화됐다. 조선소 일거리를 맡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의 일자리만 불안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생명까지도 벼랑으로 내모는 조선산업의 고용구조가 이번 사고의 구조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김아무개(47)씨는 “작업 현장에서 삼성중공업 정직원들은 보통 안전한 곳에서 작업 관리만 한다. 반면 어렵고 힘든 일은 모두 사내하청업체 직원들이 떠맡는다. 목숨을 건다는 각오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을 굳게 먹고 작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가 난 작업장에서 골리앗크레인 조종자와 신호수 6명은 삼성중공업 정규직인 반면, 넘어진 타워크레인 조종자와 신호수 3명은 사내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이런 구조는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현장에서 안전 문제를 발견해도 시정권한을 가진 원청 쪽에 건의하기 힘들게 한다. 다른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이아무개(48)씨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가 현장에서 작업 방식의 위험성 등을 건의해도 원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비용이 발생하고 작업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선 건의를 해도 원청은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업체에 올해 6월까지 넘겨줄 해양플랜트 설비 출고를 한 달 앞두고 노동절에도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가 이번 사고가 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중공업 쪽은 지난 1일 정규직 노동자 1000여명,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1만2000여명이 일했다고 이날 확인했다. 작업장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수가 정규직의 12배다. 삼성중공업 쪽이 밝힌 평상시 노동자 수는 정규직 생산직 5000여명,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2만5000여명이다. 1대 5의 비율이다. 노동절을 맞아 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 쉬는 상황에서 안전 관리에 취약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평소보다 두배 이상의 비율로 일을 하는 상황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또 다른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견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70% 수준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사내하청업체의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동절에도 특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고 피해자가 모두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인 이유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청업체의 노동자가 죽어가는 상황인데도 조선업계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작업 부주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거제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3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이날 “골리앗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의 작업 반경이 겹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은 이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 사업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작업중지 명령은 1차에 한해 2주 동안 유지된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크레인 충돌 사고와 관련해 이날 사과문을 내어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이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고현장 8개 하청 노동자 '소통 관리' 부실…
원청 책임 약화시킨 법·솜방망이 처벌 탓도

경향신문 원문  기사전송 2017-05-02 22:12 최종수정 2017-05-03 00:37 
ㆍ조선소 크레인 반경 내 흡연실 규칙 위반…삼성 “직원 편의”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사망한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가 원청인 삼성중공업의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로 빚어진 참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경찰과 삼성중공업 등에 따르면, 사망한 노동자 6명은 5개 하청업체에 각각 소속된 직원들이었다. 부상자까지 포함한 31명의 노동자들은 8개 하청업체에 소속돼 같은 해양플랜트 제작 현장에서 일했다. 여러 업체에서 모인 노동자들이 한자리에서 일하는 상황에선 긴밀한 소통이 중요했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소속이 다른 노동자들이 플랜트 같은 거대한 구조물에서 작업을 할 경우 작업공간에 대한 총괄 안전책임은 원청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29조에 따르면 원청 사업주는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 전부를 도급 주는 경우까지 하청노동자의 산재 예방 의무가 있다.

삼성중공업의 안전규정 미준수도 도마에 올랐다. 노동자들은 크레인 구조물 아래쪽에 마련된 임시 흡연실에 모여 있다 참변을 당했다. 규정상 크레인이 움직이는 범위 내에는 휴게실을 설치할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20조(출입의 금지)는 “사업주(원청)는 추락에 의해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장소 등에 관계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직원들이 화장실을 가거나 담배를 피우기 위해 5~10층 높이에서 이동하려면 힘들다. 간이화장실, 휴게실은 근로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선소의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원청 책임을 약화시키는 법 조항, 그리고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하청업체가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면 7년 미만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원청 사업주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그해에만 11명이 사망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178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으나 8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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