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김경만 산문
[김경만 산문집2]⑤ ' 바다는 침묵이다 '재부거제향인(일운면출신)/해운대구중동행정복지센터근무/시인/수필가./소설가

                  ⑤바다는 침묵이다

말은 생각이다. 생각 없이 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 가벼움이 목구멍에 가시가 되어 오랜 시간 멍하게 만든다. 어떤 이가 누군가를 성토한다. 물론 말하는 이도 그 대상도 잘 아는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면 언제나 봄일 터인데…. 성토 대상이 이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내 반응은 어떠해야 하나. 흥분하여 말하는 그의 눈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해준다. 하지만 내 반응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은 분명 아니다. 단지 그 자리를 모면키 위함이다.
 인간관계에서 말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말이 지니는 공허함이 사람을 더욱 외롭게 한다. 그로 인해 당분간 침묵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비추어 본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찌 행동하였을 지를. 하물며 허투루 말하지 않는 이라도 한쪽 말만 듣고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떤 말이든 이해당사자 둘의 말을 다 듣고 난 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말로 인해 생긴 문제의 해결은 이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살면서 얻은 지혜다.
 마음이란 많은 말이 쌓여 이루어진다. 또 수많은 생각이 쌓여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 많은 말과 생각을 우리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말이 많아지면 실수가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말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사람은 침묵할 때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침묵하지 않으면 자신보다 남에게 의존하게 된다. 한동안 침묵하다 보면 말이 낙엽처럼 마음속에 수북이 쌓이는 것이 느껴진다. 때로는 입 밖으로 터져 나오고 싶어 마음속 말들이 조바심칠 때도 있다. 그러나 침묵이 깊어 가면 말들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고 마음은 점차 물 빠진 항아리처럼 비어가기 시작한다. 새 물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가득 찬 항아리를 비워야 한다. 지금 마음이 분주하거나 꽉 막힌 듯 답답하거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면 먼저 침묵해 보는 것도 좋다. 침묵을 통해 텅 비워지는 내 안의 항아리를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다. 삶에 여백이 필요하듯 우리는 가끔 침묵을 통해 자신을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근자근 밟아 피어올린 침묵은 허기진 삶을 채워주기도 한다.
 침묵하는 법을 배우려 한다. 이를 위해 바다를 즐겨 찾는다.
 ‘바다는 침묵이다. 사랑 속에는 말보다는 오히려 침묵이 더 많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 가운데에서는 침묵이 커진다. 그들은 다만 침묵이 귀로 들릴 수 있도록 이바지할 뿐이다. 말함으로써 침묵을 증가시키는 것, 그것은 오직 사랑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중 일부 내용이다.
 법정 스님도 생전에 다음과 같이 설파하였다.


“단순함이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이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 이 빛깔 저 빛깔 다 써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먹으로 하지 않는가. 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다. 그 속엔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다. 또 다른 명상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그것은 침묵의 세계이다. 텅 빈 공의 세계이다. 단순과 간소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공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 하지 않는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다 텅 비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
길상사 뜰에 놓여있는 빈 의자와 함께 무소유에 대한 말씀이 다시 울려온다. 깊이 새길 일이다. 스님의 글 하나를 다시 펼친다.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못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할 것 또한 못 된다. 들은 것을 들었다고 다 말해 버리고 본 것을 보았다고 다 말해 버리면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궁지에 빠지게 한다.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입을 잘 지키라고 했다. 맹렬한 불길이 집을 다 태워 버리듯이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입이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고 만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칼날이다. 내 마음을 다스려 마음의 문인 입을 잘 다스려야 한다. 입을 잘 다스림으로써 자연 마음이 다스려진다. 앵무새가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해도 자기 소리는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 사람도 아무리 훌륭한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를 못했다면 앵무새와 무엇이 다를까. 세 치의 혓바닥이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스님의 지혜가 사뭇 마음을 울린다.
 다시 찾은 청사포가 제법 험하게 요동치고 있다. 사그라진 갈증과 함께하는 시간 그리고 서걱거리는 고독, 흔들리는 외로움에 지친 서산 해는 멀찍이 고개를 넘고 있다. 알 품은 물새를 걱정하며 동해를 놓아 버린다. 라디오에서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태풍은 침묵의 시작.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춘광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