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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18]윤미정-' 얼 레 지'▲윤미정:경남도자원봉사자체험수기일반부최우수상(2009년))/거제시조문학회사무국장/능곡시조교실수강

「금요거제시조選18」
                              얼 레 지          

                               윤  미 정
                            햇살도 비켜앉은
                            산자락 한켠에서
                
                            치마를 뒤집고선
                            누구를 기다리나
 
                            잎새에 새겨진 얼룩
                            이름 치레 얼레지.

                            바람난 여인
*들의
                            분홍빛 군무일레

                            요염한 그 자태에
                            산이 온통 수런대고

                            섹시한 마릴린 먼로
                            웃음소리 들린다.

                           *얼레지의 꽃말

▲윤미정 상세프로필
-경상남도 자원봉사자 체험수기 일반부 최우수상(2009년)/거제경찰서 여성명예소장 이사/거제시여성예비군 소대장/장평동주부민방위기동대장/기본소생술(BLSI)강사/신문활용교육(NIE)강사/향토음식지도자/K-WATER 고객관리사/능곡시조교실 수강/거제시조문학회 사무국장  

       시조의 정형과 바둑의 정석

 정석(定石)이란 것이 있다. 오랜 세월 바둑의 명가들이 궁리궁리 끝에 발견한 공수(攻守)의 기본 전법을 집성한 것이다. 그래서 바둑을 배우는 사람은 정석부터 익힌다. 육두로 배운 바둑도 바둑이지만 정석 따라 익힌 바둑과는 적수가 안된다.

 그러나 정석이 바둑의 전부는 아니다. 정석은 무궁무진으로 응용될 기본 공식일 뿐이다. 실전(實戰)이란 교과서대로 가는 게 아닌 것이다. 정석을 토대로 하여 각자의 개성과 의지가 바둑판 위에서 쫓고 쫓기고 하다가 마침내 천하의 형세가 결판나는 것이다.

 이런 정석의 원리는 비단 바둑만이 아니라 인간 생활의 모든 분야에 두루 적용되는 원리일 것이다. 시조의 운율(韻律)도 예외는 아니다. 시조의 정형이 정립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걸렸고, 많은 사람이 지모(智謀)를 보태서 집성했을 것이다. 삼국시대의 향가, 백제가요에서 연원을 찾는 학자도 있으나 어쩌면 우리 시가의 원초적 형태에 까지 요모조모의 실험이 지속되는 동안 모서리가 갈리고 다듬어져서 마침내 잘생긴 조약돌 같은 하나의 완성품으로서의 시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성립과정에서 볼 때 시조의 정형은 바둑의 정석과 같다.

 시조의 정형은 물론 시조의 운율적(韻律的) 규정이다.
 이것은 어느 한 사람의 창조물이 아니라 우리 민족 집단 속에서 자연 발생한 것인 만큼 우리 민족적 공감의 집약적 산물이다. 따라서 시조는 우리 민족의 독특한 논리와 성정(性情)과 가락에 가장 알맞은 시형,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는 필연적 시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삼장 형식이 그렇고 3·4음 기조(基調)가 그렇고, 종장의 변조(變調)가 그렇다. 다만 그것들이 무슨 까닭으로 그리 되었는지를 이론적으로 밝혀내는 작업이 아직 뒤 따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어떻든 이렇게 해서 우리 시조 (평시조)의 기본율이━시조 음율의 정석이 정립되었으므로 시조를 짓는 이가 먼저 이 정석을 따르는 것은 바둑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바둑에서의 정석이 교과서적 공식 이상의 것이 아니듯이 시조에 있어서의 기본율 또한 교과서적 법식일 따름이므로 기본율에 맞게만 썼다고 해서 시조의 음율적 기능이 십분 발휘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무릇 모든 시인은 자기 나름의 목소리를 가져야 옳은 것이라면 시조에 있어서도 운율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그것이 자유시의 경우처럼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기본율의 운용 여하에 따라서 운율의 개성은 얼마든지 발휘되는 것이고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할 것이다.
 (이후 다음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시조작품 〈얼레지〉는 윤미정 시인의 작품이다. 2수 연작으로 봄의 전령사라 일컬어지는 얼레지 꽃의 아름다움을 읊은 서정시조다.

 첫 수에선 얼레지의 자생지와 이름 지어진 사연을 읊었다. 얼레지는 반음지 식물이다. / 햇살도 비켜앉은 산자락 한켠에서 / 자생한다. 꽃잎이 치마를 훌렁 걷어 올린 것처럼 보이기에 / 치마를 뒤집고선 누구를 기다리나 / 라고 표현했다. 딱 두 장만 나온 이파리엔 얼룩무늬가 마치 진흙탕 물을 마구 뿌린 듯 하지만 그래도 이름만은 세련미가 넘치기에 / 잎새에 새겨진 얼룩 이름 치레 얼레지 / 라고 종장을 마무리 했다.

 둘째 수의 / 바람난 여인들의 분홍빛 군무일레 /가 초장이다. ‘바람난 여인’은 얼레지의 꽃말이다. 봄에 피는 꽃은 흰색과 노란색이 주종을 이루건만 펑퍼짐한 산자락에 분홍빛 꽃밭이 펼쳐진다 / 요염한 그 자태에 산이 온통 수런대고 / 있다. 얼마나 그 자태가 고혹적이고 요염하였으면 산이 온통 수런대고 있을까.그런가 하였더니 / 섹시한 마릴린 먼로 웃음소리 들린다 / 라고 종장을 마무리 했다.

 ‘얼레지’란 이름을 처음 듣다보면 서양의 슬픔을 노래한 가곡 엘레지(elegie)가 연상된다. 그래서 외래 식물 이름인가 생각되나 순 우리말 이름을 가진 자생식물이다.‘얼레지’라 이름 지어진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꽃이 핀 모양이 연 날릴 때 실을 감고 푸는 도구인 얼레와 비슷한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잎 표면에 얼룩덜룩한 자주색 무늬가 있어 얼레지가 되었다는 설이 그것이다.
 
유래가 어찌 되었든 다행히 그 이름이 세련되어서 얼레지는 서구적인 냄새를 풍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얼레지는 흉년엔 구황식물이었다. 봄에 새로 돋아나는 잎을 채취하여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독성을 우려내고 나물밥을 해먹기도 하고 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이름으로 ‘얼룩취’라고도 불린다. 얼레지는 처음 발아할 때는 잎을 하나만 달고 나온다. 자라면서 뿌리줄기가 땅속 깊이 뻗어 내려 무려 5~6년을 자라야 비로소 두 장의 잎이 나오고, 그제야 잎 사이에서 꽃대가 하나 나와 꽃이 핀다. 인고의 나날을 5년 이상 보냈기에 요염한 꽃이 피었지 싶다. 마치 매미가 허물 벗고 울기까지 십수 년의 세월을 땅속에서 보낸터라 한 며칠 살다가 죽을 제설음에 겨워 극성스럽게 울듯이 말이다.

 시조 ‘얼레지’에서의 백미는 둘째 수 종장이다. / 바람난 여인들의 분홍빛 군무일레 /로 분위기를 돋우더니 / 요염한 그 자태에 산이 온통 수런대고 /로 돋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 시키고 / 섹시한 마릴린 먼로 웃음소리 들린다 /로 반전시켰다.얼레지의 자태를 감칠맛 나게 표현해서 나름 시조의 格을 살린 작품이라 하겠다.이쯤해서 독자들은 바람에 살짝 들린 치마를 얼른 감싸는 마릴린 먼로의 웃음 띤 얼굴을 연상했지 싶다. 시인의 감성이 돋보이는 회화시조의 감상이 즐겁기만 하다. 
<능곡시조교실 제공>

얼레지꽃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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