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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19]김현길-'초상화를 그리다'(新 발해고)김현길:시조시인:/시인/수필가/둔덕출생/거제시조문학회장/거제문협.경남문협.국제펜클럽회원

「금요거제시조選19」
                      초상화를 그리다(新 발해고)          

                               김  현 길

                     하얼빈 송화강변
                     키다이스카야 거리
                     고구려 유민들이 발해를 세웠던 곳
                     화가 앞 걸상에 앉아
                     깊은 상념 잠긴다.

                     유현종의 ‘연개소문’
                     걸걸중상 떠올렸네
                     버려진 역사속에 잊혀져간 영웅이여
                     받아든 초상화속에
                     울고 있는 대조영

김현길 상세 프로필
시조시인/1956년거제둔덕출생/진주교대대학원졸/2005년시사문단시등단/2013년수필시대수필등단/2014년현대시조등단/한국문협.경남문협.국제펜클럽회원/동랑·청마기념사업회부회장/거제시조문학회회장/시집「홍포예찬」/「두고온정원」/시조집「육순의마마보이」/장편소설 「임 그리워 우니다니」

     ◎ 생명력 있는 시조란 어떤 것인가.

  생명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시조의 생명은 그 움직임 속에서도 정신의 율동(律動)인 것이다 생명력 있는 시조가 어떤 것인지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생명이 아무리 복잡할지라도 그 근본을 말하자면 ‘살아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말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조의 언어는 살아있는 언어, 생동하는 언어 이어야한다. 살아있는 언어, 새로운 언어는 독자에게 전달되기 쉬운 언어, 감명 깊은 언어,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언어를 말한다. 이는 바로 기억되기 쉽고 언제 읽어도 독자 자신이 지어 읊는 듯한 실감을 가져오는 언어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시구는 매 구절이 힘들이지 않고 욀 수 있게 되고 언제나 새로운 느낌을 주어 열 번 스무 번 아니 백 번 천 번 읽어도 식상하거나 싫증나지 않는 언어여야 한다. 생명력 있는 시조 작법에 대하여 정완영 선생은 대략 5가지 守則이 있다고 했다.

 “첫 째는 定型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이 정형은 궁색하거나 옹색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가 필연적으로 다듬어온 그릇이어서 整齊된 우리말이면 무엇이거나 다 담고도 남음이 있다는 이야기다.
 둘째는 가락이 있어야 한다. 우리 일상생활의 音律, 그 內在律이 무리 없이 담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時調는 쉬워야 한다. 그 까닭은 시조가 국민시이기 때문이다. 쓸 적에는 깊이 고뇌하고, 무겁게 思量하고, 곰곰이 성찰하되, 다 구워낸 작품은 쉬워야 된다는 이야기다. 言短意長 하라는 이야기다.
 넷째는 根脈이 닿는 시조, 즉 喜, 悲, 哀, 樂, 歡, 妙, 玄, 虛 그 밖의 어디엔가 뿌리가 닿는 작품을 쓰라는 것이다. 심심풀이, 더러는 화풀이 같은 작품이 눈에 뜨이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다섯째는 시조는 格調가 높아야 한다.

격조가 높지 않으면 그것은 이미 시조가 아니다. 비속어 천속어가 난무하고, 제 몰골도 수습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이것은 이미 시조가 아니다. 우리 시조는 우리 정신의 본향이요, 우리 思惟의 本流요 우리 생활의 內在律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흐름(流)이 있고, 굽이(曲)가 있고 마디(節)가 있고 풀림(解)이 있는 우리 시조는 가락 그 자체가 바로 우리 山川이요, 우리 江山이라는 것이다” 라고 주창하셨다
 (이후 다음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시조 작품 〈초상화를 그리다〉는 김현길 시인의 작품으로 2수 연작인데 ‘신 발해고’란 부제가 붙었다. 시인의 작품에는 역사성과 관련이 깊은 것이 많음을 〈백두산 서부능선을 오르며〉를 감상하면서 언급한바 있다.

첫 수를 감상해 보자.
 /하얼빈 송화강변 키다이스카야 거리 /는 하얼빈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이 거리에서 정이 많아 거절을 잘 못하는 시인은 초상화를 잘 그려주겠다는 거리화가의 권유에 / 화가 앞 걸상에 앉아 깊은상
념 잠긴다 / / 고구려 유민들이 발해를 세웠던 곳/ 이 시인의 상념이다. 그 상념은 통한이었지 싶다.

둘째 수엔 / 유현종의 ‘연개소문’ 걸걸중상 떠올렸네/ 라고 계속되는 상념을 읊고 있다. 시인은 역사소설 ‘연개소문’속의 걸걸중상을 떠올리고 / 버려진 역사속에 잊혀져간 영웅이여 / 라고 탄했다. 걸상에 앉은 지 20분이나 30분 쯤 되었지 싶다. 거리화가가 완성된 초상화를 건넸다. / 받아든 초상화속에 울고 있는 대조영/이 그려져 있단다. 종장의 놀라운 반전에 절로 방점이 찍힌다.
송화강은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한 강이다. 김동환의 〈송화강의 뱃노래〉로 해서 우리 귀에 익은 강 이름이다.
      (전략)
     몸은 흘러도
     넋이야 가겠지
     여기는 송화강, 강물이 운다야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강물만 우드냐
     장부도 따라 운다.
                                    ―송화강의 뱃노래

번화한 키다이스카야 거리는 한 뼘 크기의 사고석(화강암을 주사위처럼 만든 석재)이 1키로가 넘는 넓은 거리에 깔려있어 이채로 왔다. 이 거리의 한 쪽 끝이 송화강변과 맞닿아 있다. 장편 역사소설 「연개소문淵蓋蘇文」은 1975년부터 1978년까지 4년 동안 동아일보에 연재된 유현종의 작품이다. 1985년 대한 서적공사에서 ‘결의형제’를 제1권으로 하여 총8권으로 발간하였다. 시인은 거리화가의 걸상에 앉아 소설 ‘연개소문’ 속의 걸걸중상乞乞仲象을 떠올렸다. 걸걸중상은 고구려의 장수이자 고구려의 부흥을 이끈 지도자이다. 발해의 시조인 대조영과 대야발 형제의 아버지이다.
 
발해의 역사는 버려진 역사라고 시인은 탄歎하고 있다. 잊혀져간 영웅은 바로 걸걸중상이다.
 고구려 유민들이 발해를 세웠던 그곳에서 거리화가가 건네준 초상화, 그것은 시인의 얼굴이 아닌 대조영의 초상이었다. 그것도 울고 있는 대조영의 초상이었다. 
그 발상의 전환에 무릎을 친다. 시인의 역사에 대한 안목이 예사롭지 않음에 경의를 표한다. 비로소 ‘신 발해고’란 부제의 의미를 알았다.

장맛비가 요란하다. 빗소리에 대조영의 울음소리가 석여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라고 비웃겠다. 얼추 10년 전 청마 북만주 문학기행으로 다녀온 하얼빈을 떠올린다. 그땐 나도 성한 몸이었는데....<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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