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53)

             '자란이 피었다'

               혜정  박   선   아  

아침부터 가녀린 꽃잎으로
향기를 퐁퐁 뿜는다

한 겨울이나 이른 봄
필 듯 말 듯 뜸을 들이다
불쑥 꽃을 피우는 것이
먼길 갔다 기별도 없이 나타나     
애간장 녹여주는 임을 닮은 난인데

올해는 미저거려                              
혹시나 꽃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마음 졸이며 기다렸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송골송골 땀방울에 졸고 있다

애태우던 가슴 마를 까 봐
간밤에 잠도 잊고 물을 길었나 보다

감상) 

눌산 윤일광 교수

난에 관해서는 깊은 상식이 없는 터라 자란(紫蘭)에 대해 알아보았다. 남서해안지역에서 나는 다년생 초본으로 홍자색의 꽃을 피우는데서 자란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꽃말은 ‘서로 잊지 말자’이다
시의 중심소재는 ‘자란’이다. 그리고 이 자란은 ‘임’의 상징이 된다. ‘자란’이라고 쓰고 ‘임’이라고 읽으면 사랑의 애절함이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랑의 정점이 바로 자란꽃이다. 꽃대가 어찌될까봐 마음 졸이다가 송골송골 땀방울로 졸고 있다는 표현에 이르러 독자도 안심하게 된다.‘간밤에 잠도 잊고 물을 길었던’ 정성이 바로 사랑 아니겠는가? 이 마지막 연은 첫 연 ‘향기를 퐁퐁 뿜는’ 자란꽃으로 되돌아가는 시의 구조로 꾸며졌다. 사랑은 기쁨–애태움–마음 졸임–정성–(다시)기쁨…으로 끊어지지 않는 순환을 암시하고 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