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54)

                  '환 승 역'

                     박   찬   정  

서면역
막차 떠날 시간도 아닌데
갈아타려는 사람들의 잰 발걸음
나도 그 무리에 끼어
지하철 갈아타고 요양병원으로 간다
구순 넘은 엄마에게 간다
― 선생님, 고맙십니더
― 아지매는 얼라가 몇이요?
선생님도 아지매도 아니고
딸이라고 아무리 일깨워도
엄마의 동문서답은 종잡을 수 없다
누가
대체 어느 놈이
엄마 머릿속에 숨어들어가
뒤죽박죽 헝클어뜨리는 장난을 칠까
강산 아홉 번 바뀐 기억은 고사하고
한평생 엮은 혈육 얼개마저
풀어 버린 지 오래
억장이 무너진다
이승역에서 저승행을
갈아타지 못하는 엄마는
여섯 해째
환승역에서 헤매고 있다.
(詩作note)
시에 등장하는 엄마(시어머니)가 지난 주 저승행으로 갈아타셨습니다.
6년간 일상복이었던 환자복을 벗기고 진솔옷에 꽃신 신겨 고이 배웅하였습니다.

감상) 

눌산 윤일광 교수

환승역은 서로 다른 노선이 만나 상대 노선의 열차로 갈아타기 할 수 있는 역을 말한다. 시에서는 이승과 저승의 교차점을 말한다. 아주 멋진 발상이며,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시인의 문학적 감수성이 매우 높음을 짐작하게 한다.
시 속의 엄마, 정확히는 구순이 넘은 시어머니의 죽음이 소재다. 그동안 치매를 알았으며, 부산의 어느 요양병원에 계시는 동안 자주 찾아뵙는다는 것도 시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