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하청노동자 선거권 실태조사 결과 사전투표율 44%로 매우 높아
선거일 유급휴일 법제화로 하청노동자 선거권 보장해야
제19대 대통령선거가 9일 실시됐다. 5월 4일～5일 이틀 동안은 사전투표가 처음 실시되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일은 정부가 정한 임시공휴일이다. 그러나 조선소 하청노동자에게는 임시공휴일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 대통령선거일 역시 쉬는 날이 아니라 일하는 날이다. 얼마 전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노동절 휴일에 도 쉬지 못하고 출근해 일해야 했던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한 것처럼 하청노동자는 공휴일에 쉴 권리가 없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대통령선거일인 5월 9일 하루 동안 조선하청노동자 선거권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구글 설문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했으며, 총 265명의 응답자 중 유효한 응답이 258명이었다. 응답자 258명을 고용형태 별로 나누면 하청업체 본공이 132명(51%)으로 가장 많았고 하청업체 계약직 40명(15.5%), 물량팀 57명(22%), 사외인력업체 18명(7%), 기타 11명(4.2%)이었다. (<표-1> 참조)

대통령선거일이 유급휴일인 하청노동자는 13% 뿐
대통령선거일이 휴일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휴일이 아니고 출근하는 날이라는 대답이 123명(48%)로 가장 많았다. 또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무급휴일이라는 대답도 101명(39%)나 되었다. 우리가 흔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대통령선거일이 유급휴일인 노동자는 고작 34명(13%)에 불과했다. 결국 조선하청노동자 중 극히 소수인 13%만이 선거권 행사를 위한 유급휴일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표-2> 참조)

하청노동자 70%는 대통령선거일에도 출근한다
이렇게 절대 다수 87%의 노동자에게 대통령선거일이 유급휴일이 아니다 보니 대통령선거일에도 180명(70%)은 출근을 했다. 대통령선거일이 무급휴일인 101명의 노동자 중에서 실제로 쉬는 사람은 44명뿐이고 나머지 57명은 출근을 해 일을 한 것이다. 다만 출근하는 노동자 중 73명의 노동자는 하청업체에서 출근 시간을 평소보다 1～2시간 늦춰서 출근하도록 했다. (<표-3> 참조)

선거일 1～2시간 늦게 출근할 경우 그 시간만큼 임금공제
그런데 1～2시간 늦게 출근할 경우 그 시간은 유급으로 인정될까? 73명 중 47명은 유급이 인정된다고 대답했지만, 23명은 늦게 출근하는 1～2시간만큼 임금이 공제된다고 대답했다. (<표-4> 참조)

이를 고용형태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2시간 임금이 공제되는 노동자 23명 중 하청업체 본공 9명, 하청업체 계약직 5명, 물량팀 9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늦게 출근하는 1～2시간을 유급으로 인정받는다는 노동자 47명 중에는 하청업체 본공 33명, 하청업체 계약직 7명, 물량팀 3명, 사외 인력업체 3명, 기타 1명으로 하청업체 본공이 대다수였다. 이를 통해 일당제나 직시급제 같은 포괄임금제인 물량팀과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가 더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전투표율 44%로 매우 높아
응답자 중 투표를 한 사람은 209명, 투표율은 81%로 19대 대통령선거 전국 투표율보다 다소 높았다. 특히 5월 9일 당일 투표를 한 사람(96명)보다 사전투표를 한 사람(113명)이 더 많았다. 즉 사전투표율이 44%로 전국 평균 26%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대다수 조선하청노동자의 경우 선거일 당일이 유급휴일이 아니고, 객지에서 숙소 생활을 많이 하기 때문에 사전투표가 아니면 투표권 행사를 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할 수 있다. (<표-5> 참조)

투표를 하지 않은 노동자는 49명(19%)이었다.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주관식 문항이어서 무응답자가 28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응답한 사람 중에서는 “출근을 해야 해서 피곤하고 시간이 없다”는 응답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객지라서”라는 응답도 2명이었는데, 객지에서 일을 하는 조선하청노동자의 경우 사전투표를 하지 못하면 선거일 당일에는 투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전투표의 경우 오후 6시까지였는데 보통 오후 6시에 퇴근하고 어린이날에도 출근한 조선하청노동자에게는 사전투표 역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찍을 사람이 없어서”, “집안일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각각 3명과 1명이었다. (<표-6> 참조)

근로기준법 개정해 법정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해야
이번 설문조사 결과처럼 대부분의 조선하청노동자들은 정부가 각종 선거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더라도 쉬지 못하고 출근해야 하는 현실이다.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사전투표 제도가 없었다면 훨씬 더 많은 조선하청노동자가 투표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선거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법정 공휴일’이라고 부르는 휴일은 대통령령 제24828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기업의 경우 이 규정이 법적 강제성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대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의 경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법정 공휴일’을 약정 휴일로 정하고 있지만,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법정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 받고 있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대기업 노동자냐 중소기업 노동자냐에 따라서,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서 법정 공휴일에 있어서도 커다란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2013년에 법정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4년이 지나도록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19대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그 동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언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도 차별받지 않고 휴일에 쉴 수 있는 권리, 선거일에 출근하지 않고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루빨리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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