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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金曜巨濟時調選]
[금요거제시조選㉕]김용호-'정선 시장 도치' ▲김용호:일운면출신/전국시조가사공모전최우수상/거제시조문학회편집장/한국문협.거제문협회원/능곡시조교실수강/시조집'선운사꽃무릇'시집'갯민숭달팽이

「금요거제시조選」㉕」

                             정선 시장 도치

                              김 용 호

                         구름 따라 머문 발길
                         강원도 정선 시장

                         좌판에 오도카니
                         심퉁이* 두어 마리

                         산 넘어왔을 그 먼 길
                         헤아리니 짠하다.


                         동해의 깊은 물속
                         빨판 붙여 엉버틴 몸

                         뱃사람 저주 속에
                         물텀벙에 이골이 나

                         이까짓 귀퉁이 차지
                         아무려면 어떠랴.


                         산나물 고사리는
                         이러구러 챙겼는데

                         뜨나 마나 좁쌀 같은
                         그 눈이 생각나서

                         가다가 되돌아보니
                         하늘 담고 있었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누굴 닮은 못난 도치

                          뚝배기 보다 장맛
                          숙회에 모두 반해

                          놀랍네 인생 대역전
                          어찌 도치뿐이리.

                         *도치의 강원도 방

김용호상세 프로필
-거제 일운면 출생. 경상대학교 대학원 졸업
-한국문협, 거제문협, 거제수필, 거제시조, 거제시문학, 청마기념사업회, 거제향교, 거제방언연구회 회원,
-전국 시조가사 공모전 일반부 최우수상 수상.-현대시조 등단(2019년)
-시집 「갯민숭 달팽이」, 시조집 「선운사 꽃무릇」
-저서 「풀어보고 엮어보는 거제 방언 사투리」,「재미나게 풀어보는 거제방언 거제말」
-능곡시조교실 수강
-거제시조문학회 편집장

뿌리문학, 時調
 시조 한 수는 마흔 다섯 자 안팎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마흔 다섯 자 안팎이면 짧다면 짧고 작다면 작다. 그 짧고 작은 그릇 속에는 우리 민족의 사고방식과 생활습속이 다 담겨 있다. 그래서 민족시요, 민족의 리듬이다.
 우리 민족은 일상생활은 물론 문학 방면에서 우리만의 전통적 리듬감에 젖어왔다. 3,4 조와 4,4조는 민요나 시조 또는 가사조에서 커다란 맥이 되어 시가 문학을 구성하는 율격의 근간이었다. 우리 시문학의 저변에는 뿌리 깊은 시조적 기풍과 율감이 내재해 있음을 몇 편의 시 작품을 통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해와 / 하늘빛이
       문둥이는 / 서러워//

       보리밭에 / 달 뜨면 /
       애기하나 / 먹고 //

       꽃처럼 / 붉은 울음을 /
       밤새 / 울었다.//

 이 시는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선생의〈문둥이〉 전문이다. 이시는 외형상 자유시와 같고, 또 그렇게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음보(/)와 음보행(//)을 구분해 보면 시조의 율격을 지니고 있다. 고시조의 형식을 적용하여 자수를 따지면 5자 정도 부족하지만 내재율을 감안하면 분명 시조인 것이다.

       얇은 사(紗) /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 나빌레라

       파르라니 / 깎은 머리
       박사(薄紗)고깔에 / 감추오고

       두 볼에 /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 서러워라.
                           - 조지훈 ‘승무’일부

 조지훈의 시 〈승무〉는 자유시다. 인용된 부분을 낭송해보고 소절의 체계를 살펴보면 그 호흡이나 형태면에서 분명히 시조와 가깝다. 시조 3장의 형식미가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종장 첫 구도 시조의 율격에 맞고 전체적 율박(律拍)도 형태에 알맞아 분명히 시조라고 말할 수 있다.
 조지훈 시인은 〈승무(僧舞)〉를 쓰기 전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화백의 〈승무도(僧舞圖)〉앞에 두 시간 동안 선채로 그 그림을 스케치하는 등 구상에 11개월, 집필에 7개월을 소비했다고 한다. 시 한편에 도합 18개월, 그냥 듣고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모름지기 시인이라면 귀 기울여야할 일이지 싶다.

       기다리는 / 세월을
       학같이 / 목에 감고

       마음의 / 수의(囚衣)를 빨아
       촉도(蜀道)에 / 말리우니

       바람 찬 / 늦은 가을에
       구름도 / 울고 간다.

 이설주(李雪舟)선생의 시 〈저녁〉 전문이다. 이시는 시조의 형식과 완전히 일치한다. 전체 자수도 44자로 시조의 기본자수와 일치한다. 자유시로 발표 되었지만 사실은 시조인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작품에서 시와 시조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본 작품들은 작가가 시조를 염두에 두고 창작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단지 우리 몸에 배인 전통적 율감이 창작 과정에서 우러나와 시조와 근접한 작품을 내놓게 되었지 싶다. 이러한 현대시들이 시조로 발표 되었다면 시조가 되었을 것이다. 이를 미루어 본다면 시조는 우리 민족의 호흡과 성정에 알맞은 뿌리 문학임이 분명하다.

 나는 청마 선생의 시 〈그리움〉을 두고는 시조를 생각는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않는데
       (임은 뭍같이 까딱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속 ‘임은 뭍같이 까딱않는데’는 필자가 임의로 넣어 본 것이다. 시조로 읊어보고 싶어서 였다. 이렇게 하고보니 영락없는 시조 작품이 되었다. 특히 종장으로 치면 첫째 음보와 둘째 음보에서도 자수율이 맞아 떨어지고 ‘날 어쩌란 말이냐’의 결구는 한 치의 오차도 없다.선생의 시 〈그리움〉은 구 장승포여객선터미널에 건립된 시비에 새겨져있다.(이후 다음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시조 작품 〈정선 시장 도치〉는 김용호 시인의 작품으로 4수 연작으로 생선도치와 인생사를 읊은 서정시조다.
 
 첫 수는 어느 사이에 운수납자(雲水衲子)가 된 시인을 본다.
운수납자는 걸망 하나 맨 허름한 차림으로 물길 따라 道를 찾아 떠도는 중을 일컫는다. 그래서 / 구름 따라 머문 발길 강원도 정선 시장/이다. 마침 전통 오일 장마당이다. 시장 통을 두리번거리니 / 좌판에 오도카니 심퉁이 두어 마리/가 앉아 있다. 시인은 /산 넘어왔을 그 먼 길 헤아리니 짠하다/고 했다. 동해에서 정선까지의 먼 길 와서 한물 간 도치의 행색이 마음에 걸렸는가 보다. 오도카니는 꿔다 놓은 보리자루마냥 풀이 죽어 앉아 있는 형상의 표현이다. 배불뚝이 도치는 누워도 앉아 있는 것 같다. 오도카니라는 시어의 선택이 예사롭지 아니하다.

 둘째 수는 도치의 지난날과 귀퉁이 좌판에서의 상황을 읊었다. 도치는 배에 빨판이 붙어 있다./ 동해의 깊은 물속 빨판 붙여 엉버틴 몸/ 이다. 모양새가 볼품없고 흉측하기 까지 하기에 그물에 걸리면 대접받지 못하고 / 뱃사람 저주 속에 물텀벙에 이골이 나 / 있다. 보이는 족족 물텀벙이 되고 마니 이골이 날 수 밖에, 그렇게 괄세 받은 처지이니 / 이까짓 귀퉁이 차지 아무려면 어떠랴/ 좌판, 그것도 귀퉁이 차지련만 물텀벙 당한 신세이니 아무려면 어떠냔다.

 셋째 수는 시장 통에서 / 산나물 고사리는 이러구러 챙겼는데 / 문득 도치의 / 뜨나마나 좁쌀 같은 그 눈이 생각나서/ 가던 발길을 돌린다.
도치의 눈, 좁쌀 같기에 떠나마나다. / 가다가 되돌아보니 하늘 담고 있었다./ 시인은 좁쌀 같은 도치의 눈에서 그것도 먼 길와 한물간 도치의 눈에 담긴 하늘을 보았다. 아무나 보는 하늘이 아니다. 오로지 시인만 볼 수 있는 하늘, 그 하늘에서 시인은 자신의 삶을 보았지 싶다. 구름이 머물다 가고 바람이 쉬었다 가고, 운수납자의 人生도 쉬었다 가고.

 넷째 수, 인생 대역전을 노래했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던 이주일 선생, 시인은 / 누굴 닮은 못난 도치/에서 강원도 출생 고 이주일 선생을 떠올렸다. 허우대가 한몫을 하는 세상, 그래서 허우대가 좋으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것이 무슨 대수랴. / 뚝배기 보다 장맛 숙회에 모두 반해 / 버린다. 도치는 숙회가 일품이다. 도치의 숙회를 먹어 본 사람은 안다. 그 맛이 어떤지를./ 놀랍네 인생 대역전 어찌 도치뿐이리 /
 긴 여운, 오랜 감동을 주는 싯귀가 무슨 의미를 주는 것이지 이미 독자는 알고 있으리라.

 악착같이 버틴다는 뜻의 ‘존버’라는 신조어가 있다. 도치는 체구의 3분의 2가 알이다. 자신의 몸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뱃속의 알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바위에 붙어 버티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존버는 도치에게도 해당된다.
 도치는 기괴한 몰골과 흉측스러운 생김새 때문에 천대를 받은 고기다. 도치의 강원도 방언은 심퉁이다. 부풀린 풍선에 물을 담은 큰 올챙이 같이 퉁퉁한 모습에 꾹 다문 큰 입은 뭔가 심통이 잔뜩 나 있는 것처럼 보여 심퉁이가 되었다.
 도치는 강원도 겨울 바다 생선 중 아귀, 물메기와 함께 못난이 삼형제로 불린다. 생선 같지 않게 상스럽고 괴상망칙하여 과거에는 그물에 걸려오면 어민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고 시장 바닥에서는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물에 걸리면 바로 바다에 패대기쳐지는 ‘물텀벙’신세를 면치 못했던 어종이다.
 이 못난이 생선들이 어느 때부터 동해 겨울 식탁을 책임지는 효자중의 효자가 되었다. 이들이 없으면 동해의 겨울 진미가 말짱 꽝이 될 정도로 명품생선의 독보적 위치를 점한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도치에게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우리 거제에도 괄세 받다가 귀하신 몸이 된 생선이 있으니 바로 졸복이다. 물텀벙은 말할 것도 없고 리어카에 실려 쌓아진 졸복은 아무도 거들떠보는 이가 없어 거름으로 쓰였으니 다한 말이다. 이제 졸복도 귀하신 몸이 되었다. 누가 감히 거름 운운하랴.
 도치의 인생대역전을 두고 외양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일세의 경구가 생각나  이를 옮겨 본다.
 스탠포드대학의 설립에는 다음과 같은 실화가 있었다. 어느 날 하버드대학 총장은 학교에 기부하겠다며 몇 시간 동안 기다리던 남루한 차림의 노부부를 만나 거만한 말투로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학교 건물은 한 개 동당 750만 달러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대형건물입니다.”
 그 때 부인이 남편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여보, 750만 달러 정도면 건물 하나를 지을 수 있는데 죽은 아들을 위해 대학교 한 개는 세울 수 있겠네요.”
 노부부는 캘리포니아에 대학을 세웠다. 그렇게 탄생한 대학이 팔로알토의 1,031만 평의 부지 위에 에스파냐풍으로 지어진 각 대학 건물들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스탠포드대학이다.
 두 노인은 미국 철도재벌 스탠포드 부부였다.
 스탠포드대학은 세계 최고의 일류 대학이 되어 하버드와 경쟁하고 있다. 이런 사연을 뒤늦게 알게 된 하버드대학에서는 학교 정문에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는 글귀를 돌판에 새겨 놓았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사람의 외모를 ‘책의 표지’에 비유하여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즉 ‘책의 표지가 멋지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좋을 것이라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폭염과 폭우, 코로나 바이러스로 해서 힘겨운 나날이다. 거기다 태풍까지 그야 말로 설상가상이다. 하지만 어쩌랴 열심히 살고 볼 일이다. 뉘 알리오. 도치나 졸복처럼 인생 대역전이 있을지.<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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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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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하지기 2020-09-04 11:45:35

    가슴 찡한 시어에
    귀에 쏙쏙 둘어오는 감동의 해설이 가슴을 멍하게 만드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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