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을 준비하던 일본이 거제도를 군사기지화 했던 내용을 담은 비석이 발견돼 거제시가 보관 중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고 23일 경남일보가 이를 보도했다..

23일 거제시에 따르면 이 비석은 지난 7월 김형호 장목면장이 집중호우 대비를 위해 송진포마을 배수로 작업 도중 도로변 풀 속에서 발견했다. 발견 직후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 박미순 문화예술과장, 이진욱 지방학예연구사가 현장을 찾아 조사했다.

비석 앞면에는 ‘假根據地防備隊跡(가근거지방비준비대적)’, 뒷면은 ‘昭和六年五月(소화육년오월)’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가근거지방비준비대적’라는 명문은 이 비석이 러일전쟁을 준비하던 일본이 거제지역에 군사기지를 임시로 세운 흔적이란 사실을 추정케 한다. 비석 뒷면의 ‘소화육년오월’이라는 명문을 통해서는 비석이 1931년 5월에 세워졌음을 알 수 있다.

이 비석은 앞서 시가 보관하고 있는 러일전쟁승전기념비(도고장군 친필 기념비)와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러일전쟁승전기념공원이 송진포 일대에 조성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는 유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지방학예연구사는 “비석이 제작된 연도와 달이 러일전쟁승전기념비와 일치한 것으로 확인돼 당시 일본군이 러일전쟁 승전을 기념해 송진포 일대를 공원화하면서 선전용 표지석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이 러일전쟁 이전 1903년 거제지역을 군사기지화하기 위해 장목면 송진포에 ‘가근거지 방비준비대’를 조직했고, 이듬해인 1904년 ‘가근거지 방비대’로 명칭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비석은 지난 7월 20일 현장 조사 이후, 같은 달 27일 거제시청에 옮겨져 보관 중이다.

.지난 7월 거제시 장목면 송진포서 발견된 옛 일본군 비석의 앞모습. ‘假根據地防備隊跡(가근거지방비준비대적)’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사진 제공=거제시.

지난 7월 거제시 장목면 송진포서 발견된 옛 일본군 비석의 뒷면. ‘昭和六年五月(소화육년오월)’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사진 제공=거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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