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金曜巨濟時調選]
[금요거제시조選-42]이덕재-'어떤 상봉 ' ▲이덕재:거제동부출생/2017'현대시조'등단/거제문협,한국문협회원/거제시조문학회장/능곡시조교실수강/시조집'개똥벌레’

[금요거제시조選-42]
      '어 떤   상 봉'  

 

 

  

                              




     이    덕   재

아침상 물리면서 팥 꺼내는 아내 모습
면회도 할 수 없는 요양원 가려는가
장모님 좋아하시는 죽이라도 쑤려고.

코로나 이 사태는 언제쯤 끝이 날까
한동안 방문 사절, 이제는 문 앞까지
마음은 벽을 넘어도 몸은 거기까지 뿐.

무슨 죄지었는지 멀찍이서 마주 보며
전화기 귀에 대고 손짓 몸짓하는 모녀
애련(哀憐)을 가슴에 묻고 돌아서는 만근 발길.


◎詩作에 있어서의 몰입
   음달포수 개 떨 듯이 떤다는 말이 있다.
사냥개에 포위되지 않거나 몰이꾼을 피해 달아나는 멧돼지를 잡기 위해 몇 등성이 뒤에 퇴로를 지키는 것을 목을 잡는다고 한다. 목을 잡고는 쥐죽은 듯 몇 시간을 꼼작도 하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 목은 대체로 음달이다. 시기가 겨울이라면 그 상황이 어떠한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방한복이며 방한화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으니 그 추위와 고초가 어떠했겠는가. 그래서 생겨난 말이 ‘음달포수 개 떨 듯이 떤다’이다.

멧돼지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얼며 떨며 숨죽이고 기다릴 수밖에. 그러다 무심코 어슬렁이며 나타난 멧돼지에게 일발필중(一發必中)의 포화로 적중시켜야 한다. 설 건드리면 오히려 화를 입게 된다.

         쩡 터질 듯 팽창한
        대낮 고비의 靜寂

        읽던 책을 덥고
        무거운 눈을 드니

        석류꽃 뚝 떨어지며
        어데선가 낮 닭소리.

                                   -이호우 ‘午’ 전문

정완영 선생이 選한 이호우 선생의 『午』라 제한 작품이다.
“‘석류꽃 뚝 떨어지며 어데선가 낮 닭소리’, 이 종장이야 말로 일반 필중으로 적중한 종장이다. 이 시에는 이 종장 말고는 다른 말이 있을 수가 없다. 종장뿐 아니라 詩題자체도 『午』라는 단자를 놓아 이미 적중하고 있다. 단발로 큰 짐승(詩材)을 쓰러뜨린 통렬감이 뒤따르는 작품이다. 포수로 친다면 과연 명포수의 솜씨이다”라고 이 작품을 찬했다.
좋은 시를 쓰려면 詩作에 몰입해야 한다.

몰입에 대하여는 한나라 명장 이광(李廣)의 중석몰족(中石沒鏃)의 일화가 회자되고 있다.흉노족을 토벌한 이광은 명궁이었는데 그의 화살이 날아간 곳에는 어김없이 새나 산짐승들이 화살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그는 맹수를 맨손으로 잡기도 했다. 하루는 사냥 길에 올랐다가 숲 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문득 앞을 보니 큰 호랑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게 아닌가. 바로 호랑이 밥이 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깜짝 놀란 이광은 정신을 추스르고 급히 활을 집어 들었다. 만약 그가 쏜 화살이 빗나간다면 큰일 날 급박한 처지였다. 그는 온 정신을 집중하고 오로지 활에 몰입하여 시위를 당겼다. 다행이 화살은 호랑이에게 명중되었다. 하지만 호랑이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광은 고개를 갸윳거리며 호랑이에게 다가갔다. 이럴수가! 그것은 호랑이가 아니고 호랑이를 닮은 바위였다. 그가 쏜 화살은 바위 한가운데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화살로 바위를 뚫다니’, 그는 활을 들어 바위를 향해 쏴 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화살이 박히기는커녕 화살촉이 튕겨 나가고 화살대는 부러져 버렸다.

이를 두고 사마천 선생은 사기(史記)에서 “같은 화살로 같은 바위를 쏘았지만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은 과녁을 향한 마음가짐이 달랐기 때문이다”라고 평가 했다.진정으로 몰입한 상태에서는 세상을 놀라게 할 결정적인 생각도 나타난다. 주어진 목표가 같을지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든지 그 일에 푹 빠져 몰입된 상태에서 열중할 때 즐거움도 성과도 커진다.

詩作에 있어서도 여기(餘技)나 건성으로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몰입하고 열중해야 한다. 그냥 쉽게 쓰여진 명시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이후 다음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시조 작품 〈어떤 상봉〉은 3수 연작의 서정시조인데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두기로 요양원에서의 안스런 모녀 상봉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첫 수에선 요양원에 계시는 장모님을 면회하려는 아내의 모습을 그렸다. 아침상을 물리는가 했더니 아내는 팥을 꺼낸다 / 면회도 할 수 없는 요양원 가려는가/ 보다. 팥죽을 좋아 하셨던 장모님, 죽을 쑤려는 아내, 그 모습들이 짠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읽혀진다.

둘째 수는 요양원에 면회를 왔건만 벽을 마주한 채 애태우는 정경이다.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 사태, 사람간 거리두기가 점차 단계가 높아지고 있어/ 한동안 방문사절, 이제는 문 앞까지/ 다. 눈은 마주 하건만 / 마음은 벽을 넘어도 몸은 거기까지 뿐/이란다. 손이라도 맞잡아야 하련만, 타는 가슴 어찌 애달프다 하지 않으리오.

셋째 수에선 눈물 감추고 돌아서는 만근이나 되는 발길을 읊었다. / 무슨 죄 지었는지 멀찍이서 마주보며/ 차마 다 이르지 못한 사연들을 전화기를 귀에 대고 손짓과 몸짓으로 전하려고 애쓴다. 그러다/ 애련을 가슴에 묻고 돌아서는 만근 발길/ 이다. 모르긴 해도 눈물을 어머니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그 슬픔을 가슴에 묻었으리라.

세밑이 어둡다. 해마다 이맘때면 지난 시간은 과거에 묻어 버리고 새해를 맞을 자세를 가다듬기도 하였는데 자세를 가다듬기는커녕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힘든 날이 계속 되고 있으니 사는게 버겁기만 하다. 初唐의 시인 유정지(劉廷芝)는 인생의 무상함과 세월의 속절없음을 한탄하여 대비백두옹(代悲白頭翁, 흰머리를 슬퍼하는 늙은이를 대신하여 슬퍼함)이란 시를 남겼다.
이 시 작품 중,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이 두 구절은 설명을 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여 애송하는 사람이 무척 많은 줄 알고 있다. 피는 꽃은 한 모습인데 세월 따라 사람은 늙어 모습이 같지 않단다 자연의 섭리는 변치 않고 그대로이나 흐르는 세월에 사람은 모습뿐만 아니라 인심 또한 조석변이라, 어두운 현실을 묘사 하였기에 지금껏 회자 되지 싶다. 1910년 2월, 안중근 의사도 여순 감옥에서 이를 휘호했다. 뽕나무가 변해 바다가 되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도 이 유정지의 시에서 비롯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작금의 상황은 너무나 위중하니 조신하고 볼일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였다간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코로나 사태 하나만 보아도 연연세세인부동을 실감한다.

이덕재 시인의 매력은 우리 주변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유장(悠長)하게  가공하여 거기서 삶의 지혜를 마련해 내는데 있다. 유장함은 여유가 느껴지는 느릿하고 편안함을 일컫는다. 억지를 부린 흔적이 없기에 평범함에서 비범함을 느낀다. 따지고 보면 우리 주위에 산재한 삼라만상이 제작기의 방식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겠지만 그 존재의 의미를 확장하다보면 훌륭한 시적(詩的) 제재가 되어 새로운 의미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애련(哀憐)을 가슴에 묻고 돌아서는 만근 발길/ 은 佳句다. 관찰의 눈이 수반 되었기에 좋은 시가 되었다. 庚子年을 보내면서 김장김치를 안주하여 생탁 한 잔을 들이킨다.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을 읊조리면서 말이다<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춘광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