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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174): 혜정 박선아] '그 집'박선아:아호혜정(慧晶)/현한국타로학회장/프리랜스교육강사/눌산문예창작교실수료

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74)
'그 집'

혜정 박  선  아 

바람의 빗질로 다듬은

오래된 집에 갔지요
저녁 어스름이 내리는 처마 끝
늘어진 거미줄 사이로
늙은 전등이 눈 먼 새처럼 외롭고
바람이 등을 휘어
삐꺽거리는 대문을 흔들며 지나가네요
솜털햇살 놀다간 자리를 둘러보는 발길에
죽었다 살아나는 흔적들
누가 심었는지
돌담을 따라 걸려 있는 허물 같은 호박잎에
한 방울 두 방울
비가 떨어지네요
아,
발이 붙고
속이 떨리고
숨이 차
세상이 멎을 때 보았지요
굴뚝에 연기 피어오르고
참새들 빨랫줄에 줄지어 짹짹거리는
창창하던 그 집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사람마다 가슴에 그리운 것을 숨겨두고 산다. 비오는 날 저녁 으스름 때 시인이 찾아간 ‘그 집’은 이미 사람이 살지 않는 ‘늘어진 거미줄 사이로 /늙은 전등이 눈 먼 새처럼 외로운’ 집이다. 그러나 ‘그 집’은 낯선 타인의 집이 아니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리움 속의 집이다.
이 시는 크게 두 조각으로 나누어진다. 그 첫 번째 집은 허물어진 사실 속의 빈집이라면, 두 번째 집은 ‘굴뚝에 연기 피어오르고 /참새들 빨랫줄에 줄지어 짹짹거리는 /창창하던 그 집’ 기억 속의 집이다. 그래서 아직도 이 집에 대한 추억은 ‘죽었다 살아나는 흔적들’로 상징화시켜 놓았다.
비록 지금은 허물어진 빈집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발이 붙고 /속이 떨리고 /숨이 차’는 떨칠 수 없는 그리움이 독자에게까지 전해진다. 우리도 마음속에 그런 집하나 쯤 지닌 채 살았으면 좋겠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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