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77)
 '연애편지를 꺼내보며'

   송   재   복 
 

   밤새
   함박눈 펑펑 내리는 날 아침
   하얀 발자국 찍으며
   두 손 꼭 잡고 걷고 싶었어
   흰눈
   한주먹 뭉쳐 너에게 주고 싶었어

   네가 사는 바닷가 섬마을엔
   눈이 오지 않는다기에
   소포라도 부쳐
   해맑게 웃는 너 보고 싶었어
   멀리 때론 가까이
    그대 목소리 듣고 싶었어

   첫눈이 올 것 같은
   11월14일
   지금 그대는 내 곁에 있네요

   올해도 첫눈이 올까요?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첫눈이 오면 그리운 사랑이 오려나’ 누구나 그런 설렘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거제도는 겨울에도 비가 오는 곳이라 눈에 대한 애틋함은 그렇게 많지 않다. ‘네가 사는 바닷가 섬마을엔 /눈이 오지 않는다기에 /소포라도 부쳐 /해맑게 웃는 너 보고 싶었어’ 사랑하는 사람은 눈이 많이 오는 지방에 산다면 시의 화자는 눈이 오지 않는 섬마을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한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시는 억지스런 비유나 상징으로 어렵게 쓰기보다는 물 흐르듯이, 때로는 옆 사람과 말하듯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풀어나가야 한다. 처음 시를 공부하는 사람이 가지는 가장 잘못된 인식 중에는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 만큼의 난해한 시를 흉내 내려고 하는 일이다.
우리가 좋은 추억을 가지는 것은 살아가는데 있어 좋은 에너지가 된다. 이 시는 해피엔딩으로 독자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눈이 오는 날 그때의 그리움으로 눈물짓게 하는 슬픈 결말이 아니라 눈을 소포로 붙여주겠다는 그 사람이 지금 바로 내 곁에 있다는 멋진 사랑의 피날레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거제도에도 1년에 한 번쯤은 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으련만…<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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