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5) 권리의 실효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05. 5.경 피고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00지원에 제기한 건물명도와 건물명도 완료시까지의 차임상당 부당이득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6. 1. 1. 부터 2020. 12. 31.까지 토지사용료로 매월 말일에 15만 원씩을 지급한다. 피고들이 위 돈의 지급을 2회 이상 연체할 때에는 피고는 위 지상건물을 즉시 철거하고, 그 대지를 원고에게 인도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피고가 4년여 전(2006. 5. 8.)에 토지 사용료 2회 이상 연체를 이유로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위 법원에 집행문 부여를 신청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6. 5. 29. 심문기일을 진행한 다음 집행문부여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받게 되었다.

피고는 2006년 5월분부터 토지사용료를 매월 말일 이전에 원고에게 지급하였고,원고는 2006. 5. 경부터 이 사건 제1심 변론종결일 무렵까지 약 4년여가 경과하도록 피고로부터 위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토지사용료를 아무런 이의유보 없이 지급받아 왔다.원고가 지금에 와서 위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위 법원에 집행문부여의 소를 제기하였다.

판결의 요지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법질서 전체를 통하여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다. 때문에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하게 할 만한 상황이 되었는데 권리자가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註解(주해)]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원칙 역시 앞에서 언급한 모순행위금지의 원칙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데, 형성권과 같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권리나 소멸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권리가 이 원칙에 의하여 실효되면 더 이상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나,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의 실효는 인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효의 원칙은 권리자가 권리를 포기하였을 것이라는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실효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는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를 요약하면, 권리의 실효는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그 후의 권리행사가 부당한 것으로 되지는 않고, 상당한 기간의 경과 외에 권리의 때늦은 주장을 악의적인 것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사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즉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참조판례]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89654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45827 판결.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0다5909 판결 참조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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