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89)

      '주산지에서'

이  석   태  

세월이 흐르다 멈춘 듯
갇혀버린 주산지

천년을 지키다 그곳에서
목탄처럼 굳어버린 왕버들
물속에 거꾸로 선 너의 모습이
너무 힘겹다

물이 마르고 심장의 울림이 커지면
누가알까 저 왕버들이 벌떡 일어나
얼씨구나 춤이라도 출는지

파란냄새 흔들리는
주산지의 아침
물안개 되어 내려앉는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주산지(注山池)는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면에 있는 저수지로 조선 경종 원년에 착공하여 그 이듬해에 완성한 연못이다. 주왕산국립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2013년 3월 21일 대한민국의 명승 제105호로 지정되었다. 주왕산 영봉에서 뻗친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준공 이후 아무리 오랜 가뭄에도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고 호수에는 고목의 능수버들과 왕버들 20여 그루가 물속에 자생하고 있다.(백과사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보고 난 뒤 주산지 물 위에는 영화와 같은 절이 있는 줄 착각할 정도였다. 예술의 힘은 그렇게도 컸다.
주산지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물속에서 몸을 드러낸 왕버들과 물안개다. 이 광경을 촬영하기 위하여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뿐 아니라 많은 화가들은 그림으로, 시인들은 시로 주산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의 매력은 ‘왕버들이 벌떡 일어나 얼씨구나 춤이라도 추는’ 상상이 정적인 시를 동적인 시의 분위기로 반전시켜 놓았다는 점이다.<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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