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190)

      '울 할머니'

  여울 이  애   리  

버선발로 뛰어 나오시던
키 작은 울 할머니
가슴 넓어 동네 사람 뭐든 퍼주시고
품어주시던 나의 할머니
생각만 해도 가슴 따뜻해집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어도
무엇이든 뚝딱해 내시고
손수 만드신 탁주 드시면
흥얼거리며 절로 어깨 춤추시며
함박웃음 날리던 울 할머니

아버지가 닮고, 내가 닮고
그렇게 살가움 넘치시던
황톳길 사뿐사뿐 간질이며
꽃바람 일으키며
온몸으로 품어내시던
울 할머니
보고픈 날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할머니’하고 부르면 금방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우리는 할머니에게서 인자함을 배웁니다. 우리는 할머니에게서 부지런함을 배웁니다. 우리는 할머니에게서 넉넉함을 배웁니다, 우리들 기억속의 할머니는 ‘사랑’ 그 자체였습니다.
시를 읽으며 여울 선생님의 할머니를 기억해 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할머니’를 생각합니다. 하늘에 뜬 달은 하나지만 수 천 개의 강마다 달을 품듯이,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할머니를 불러냅니다. 그리고 그리워합니다. 그래서 시 속의 할머니는 한 분이지만 수십, 수백 명의 할머니들이 오늘 다녀가십니다. 시는 한 편이지만 수십, 수백 편의 시가 새로 만들어집니다. 그게 詩입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합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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