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00)
'대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원  철  승

대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강산이 여섯 번 바뀌고서야
비로소 꽃을 피웠습니다

태어날 때는 갑옷으로
여린 몸을 지켰습니다
작은 바람에도 고개 숙여
매달린 잎사귀를 지켰고
세찬 폭풍우에는 허리마저 꺾으며
곧은 몸을 지켰습니다

켜켜이 찌든 삶에도
굳은살 배긴 마디를 움켜지며
푸른 청빈함을 지켰습니다
끝없던 젊은 욕망은
속빈 울림으로 끌어안으며
굳고 곧은 기개를 지켰습니다

한결같은 그 모습 그 자리
꿋꿋하게 초심을 지켰습니다
예순 해를 군자의 오덕으로
굳건하게 살아온 대나무에
저리도 곱게 꽃이 피었습니다.

감상)

윤일광 시인

참으로 보기 힘든 꽃 중의 하나가 대나무꽃이다. 어떤 사람은 백년에 한 번 꽃이 핀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대나무의 일생이 끝나는 날 꽃을 피운다고도 말한다. 그만큼 대나무꽃은 쉽게 볼 수 없기에 시인들의 좋은 글감이 되어 왔다.
상상의 동물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를 않고, 죽실(竹實)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했으니 대나무는 예로부터 군자의 상징으로 통했다.
이 시는 대나무꽃을 소재로 청빈함 가운데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선비의 고고함을 노래하고 있으나, 기실은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꽃을 피워낸 대나무와 같은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내면에 깔려 있다.
다만 이런 주제는 예로부터 수많은 시인묵객이 다루어 온 소재이지만, 원철승 시인은 자기 목소리로 초심을 잃고 사는 현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던지는 삶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독자는 공감한다. 대나무꽃을 통해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자극제가 되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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