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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77]강민진-'손수건' ▲강민진:64년통영욕지출생/경상대사범대졸/'19년현대시조등단/물금고교장/능곡시조교실수강/거제시조문학회원’

  [금요거제시조選-77]
       '손수건'  

 

 

 





        민  진 

잔칫집 다녀오신
어머님 손수건엔

친구분이 챙겨주신
백설기랑 옥춘사탕
   
달콤한 사랑이 묻은
박하향이 가득했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뽀오얀 무명천에

코흘리개 아들 이름
손수 새겨 달아주신

엄마표 고운 손수건
세월 속에 묻혔네.


다정한 손길 따라
오목조목 쓰였는데

누구나 편하다고
막 쓰는 비닐봉지

정겨운 인심은 없고
쓰레기만 쌓이네.

 

◎ 광기(狂氣)와 마니아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최고의 경지는 미치지 않으면 도달 할 수 없다.무슨 일이던 대충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남이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려고 시도하는 것은 광기(狂氣)에 접하는 일이다. ‘광기가 없는 대시인은 없었다.’고 한 데모크리토스나 ‘광기가 섞이지 않은 위대한 혼은 없다’고 한 아라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려 보더라도 위대한 것이란 광기와 깊은 관계가 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도 ‘광기와 위대한 혼과의 사이에는 한 겹의 얇은 벽(壁)뿐이다.’ 라고 한 것을 보면 광기라는 것이 위대한 창조를 낳는 원천임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우리 주위엔 ‘狂’이란 별명이나 별호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낚시狂, 바둑狂, 등산狂, 등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슨 ‘狂’하면 비웃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狂’이야 말로 위대해 질 수 있는 소지를 가진 셈이니 비웃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미친다는 것은 온갖 정열을 바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심혈을 기울인다는 뜻도 있다. 위대한 창조를 함에 있어 광기는 일체성이거나 동질성이라 말 할 수 있다.

 ‘마니아(mania)’란 말이 있다. 그리스어로는 광기, 영어로는 열광과 열기를 뜻한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사람’이라 풀이 된다. 무엇에서건 한 군데에 온정신과 열정을 쏟으면 권위자가 될 수 있기에 마니아는 ‘전문가(professional)’ 와 같은 맥락이다. 특정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한 사람들에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눈총이나 비아냥을 아랑곳 하지 않고 때로는 미련스러우리만치 우직하게, 또 때로는 미치광이처럼 하나만 파고든 결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니아적 성향을 ‘벽(癖)’이라 칭찬하는 사람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였던 박제가(朴齊家) 선생이다. 그는 “벽이 없는 사람은 버림받은 자이다.”라고까지 했다. 여기서 ‘벽’이란 무엇을 치우치게 즐기는 버릇을 말하는데 ‘독창적인 정신을 갖추고 전문적인 기예를 익히기 위해서라도 편벽은 필히 겸비 되어야한다’라는 선생의 주장은 음미해 볼 만하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은 없다. 어떤 창조를 위하여 광기가 발동된다면 이것은 창조의 원동력이지 결코 광기로만 보아 넘길 일은 아닌듯하다.

        유년의 솜사탕 같은
        유혹에 이끌리어

        한달음에 내달은 땅
        그 땅은 늪이었어

        시원을 알 수 없는 늪
        종교보다 깊었다.


        헤어나지 못하는 미망(迷妄)
        차라리 은혜였다

        천 년을 내리내리
        끝이 없는 신의 편애

        선채로 열반에 들어
        하늘 소리 듣는다.
     -拙詩, ‘난의 늪·1’, 전문

 학문도 예술도 나를 온전히 잊은 몰두 속에서만 빛나는 성취를 이룰 수 있다. 한 시대를 열광케 한 지적, 예술적 성취 속에는 하나같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광기와 열정이 깔려 있다. 격정적이지 아니한 자신의 시대란 있을 수 없다. 이 격정의 시대를 온몸으로 맞서서 헤쳐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맞부딪치는 것이 두려워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 한때의 득의가 주는 포만감에 젖어 역사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사람도 있다. 예술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 피어난 꽃이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이룩한 사람들,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삶 자체였던 그들을 통하여 사표(師表)도 지향도 없어 암울하기 짝이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위로와 힘을 얻는다. 

 ‘한 우물만 파라’고 하지 않던가. 이는 어떤 일이건 끝장을 보지 못하고 금세 포기하거나 싫증을 내는 사람에게 하는 충고이다. 겨우 땅의 거죽만 헤집어 놓고 물이 샘솟기를 바라서는 될 일이 아니다. 어떤 길로 들어섰다면 마니아가 되었으면 한다. 마니아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선호하는 인간상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이성보/현대시조 발행인

시조 작품 〈손수건〉은 강민진 시인이 어머님의 사랑이 담긴 무명천 손수건에 대한 회억(回憶)을 3수 연작으로 읊은 서정시조다.

 시인은 시작노트에서
우리 사람들에 의해 병들어 가는 지구를 위해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를 권장 합니다. 손수건 한 장으로 지구를 오염시키는 휴지, 물티슈, 비닐봉지 등을 대신 할 수 있으니까요. 탄소 저감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무명천 손수건이 생각나서 지어 본 졸시 입니다.

 같은 물을 먹어도 뱀이 먹으면 독을 만들지만 젖소가 먹으면 우유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조리를 할 때 칼은 이로운 물건이나 사람을 공격 할 땐 무서운 흉기가 된다. 물질이나 현상의 양면성을 지적 할 때는 이런 비유가 등장한다. 지난날 비닐은 참으로 유용했다. 하지만 오늘날 폐비닐은 인류의 재앙이 되었다. 새벽 굉음(轟音)에 놀라 깨곤 했는데 알고 보니 명진터널을 뚫는 다이너마이트 소리였다. 다이너마이트는 1866년 알프레드 노벨이 발명했다. 당시 수에즈운하 건설과 알프스 산맥 터널 등 대공사에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어 세계적인 부호가 된 알프레드 노벨이 프랑스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는 호텔에서 배달된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신문에는 ‘알프레드 노벨 사망’이란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그 기사는 명백한 오보였다.

 노벨의 형이 사망했는데 신문사에서 이름을 잘못 쓴 것이었다. 그 기사에 노벨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하루 종일 호텔방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했다. 내가 만약 이대로 숨을 거둔다면 세계적인 발명가라는 명예와 엄청난 재물도 한낱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니 자신이 가진 것은 생명과는 무관한 보잘 것 없는 장식품에 불과했다. 인류평화를 위해 만든 다이너마이트가 인류를 대량 살상하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자책감과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그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키로 했다. 1895년 자신의 유산인 3,200만 크로네(유럽의 통화단위)를 헌납하여 ‘인류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이바지한 사람’에게 상으로 줄 것을 유언했다. 그 기금으로 만든 것이 노벨상이다.
 신문의 오보가 세계 최고의 상을 만든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오보 방지법인 언론 중재법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지금, 신문의 오보가 세계 최고의 상을 만든 것을 보면 세상살이는 참으로 묘한 것임을 실감한다.
        
 어린 시절 / 잔칫집 다녀오신 어머님 손수건엔 / 친구분이 알뜰히 챙겨주신 백설기랑 옥춘사탕이 들어있었다. 그 손수건엔 / 달콤한 사랑이 묻은 박하향이 가득했다./ 그 향은 지금도 코끝을 스친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뽀오얀 무명천에 코흘리개 아들 이름을 손수 새긴 / 엄마표 고운 손수건 /을 가슴에 달아주시던 따스한 손길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머님의 손수건은 / 오목조목 쓰였는데 / 이제는 / 누구나 편하다고 막 쓰는 비닐봉지 /다. 그 비닐봉지엔 하나같이 정겨운 인심은 없고 쌓이는 건 비닐 쓰레기더미다. 손수건 쓰기를 권장하는 시인, 쌓이는 비닐쓰레기에 대한 안타까움이 오롯이 남아있는 〈손수건〉이다. 시인은 이번 교육청인사에서 물금고등학교 교장으로 영진되었다. 시인의 영전에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기뻐하실 자당의 모습이 그려진다. 코흘리개 아들 이름을 무명천 손수건에 손수 새긴 그 어머님이다
.<능곡 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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