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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82]김영자-'눈물' ▲김영자:인천출생/LS(주)미르상사대표/2021년현대시조등단/능곡시조교실수강/거제시조문학회감사

「금요거제시조選-82」

          눈물                    

 










        김 영 자

몽골의 고비사막 해 그림자 길게 뉘면 
새끼에게 젖 안주고 발로 차는 어미 낙타 
극심한 난산의 고통 발길질로 달랜다.

현악기 마두금(馬頭琴)은 새끼울음 소리 내어
구슬픈 그 선율에 어느새 젖이 돌아
뚜욱뚝 눈물 흘리며 젖먹이는 어미 낙타.

딸자식 보내 놓고 빈가지 마른 가슴 
마두금 떠오르는 어미낙타 생각나서
애꿎은 헤진 손톱만 피가 나게 뜯는다.


◎  난정서(蘭亭叙) · 2

성인(聖人)은 지식과 인격이 함께 뛰어난 훌륭한 사람으로 세인으로부터 우러름을 받는 인물을 말한다. 악성(樂聖) 베토벤, 시성(詩聖) 두보(杜甫), 기성(棋聖) 오청원(吳淸源)이 이에 속한다. 베토벤이나 두보는 널리 알려져 있으니 기성 오청원에 대하여 잠시 살펴본다. 오청원 선생은 중국 출신 일본의 바둑기사다. “그는 동양정신의 진수이다. 나는 그처럼 순결한 예술가를 본적이 없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가 오청원 선생의 인물을 평한 말이다. 오청원 선생은 경기에 있어서의 승리자 일 뿐만 아니라 승부를 초월한 입장에서도 영원한 진리의 구도자였다.

오청원 선생의 기보(棋譜)가 승부의 기록인 동시에 한없이 깊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기성(棋聖)으로 부르고 있다. 서성(書聖)으로 불리는 왕희지가 남긴 난정서(蘭亭叙)는 그 무렵 자손대대로 전승되어 7대손 지영(智永)에게까지 갔다. 그런데 그는 중이었으므로 전할 자손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가보를 제자인 변재(辯才)에게 넘겨주었다. 변재는 그것을 대들보 깊이 구멍을 파고 그 속에 고이 간직했다. 태종은 사방으로 염탐꾼을 놓아 난정서의 행방을 추적한 끝에 그 은신처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는 곧 눈치 빠르고 손재주 좋은 신하를 변재의 집에 보냈다. 그 신하는 골동품 상인을 가장하며 변재에게 수작을 부렸다. 
“이 댁에 서화골동 팔 것 없습니까?”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난정서를 가지고 있는데 사겠습니까?”
변재는 픽 웃고 말았으나, 불안한 마음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는 골동상을 내보낸 다음 대들보에서 보물을 꺼내어 보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골동상인은 일단 변재의 집을 나갔다가 다시 잠입하여 주인이 난정서를 꺼내어 보고 다시 숨겨두는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 뒤에 벌어진 일들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얼마 뒤 변재에게 한통의 서찰이 전달되었다. 태종의 친서였다. 난정서는 짐이 가져왔다. 황실의 보물로 소중히 보관할 것이니 양해하라는 내용이었다. 변재는 그 편지를 읽자마자 피를 토하고 죽었다. 한편, 난정서를 손에 넣은 태종은 어떤 영화보다도, 만조백관의 어떤 충성보다도, 삼천궁녀의 요염보다도 이 난정서를 사랑 하고 탐닉했다. 태종은 구양순, 저수량, 우세남 등에게 임모(臨模)토록 하여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난정서는 당나라 때의 우세남, 저수량, 풍승소가 모사한 것과 구양순의 정무각본 등이다.

 태종은 죽을 때, 난정서를 함께 가지고 가겠다고 유언했다. 그 유언대로 난정서는 태종의 무덤 소릉(昭陵)에 부장(副葬)되었다. 난정순장(蘭亭殉葬)의 일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 난정고사를 연유로 중국에서 뜻 맞는 사람들의 모임을 난정(蘭亭)이라 하기도 했다.
 과연 난정서란 천하 명필이 이 세상에 있었던가, 후세 사람들 중 그 실재여부에 관하여 회의를 표하는 사람들도 상당한 줄 알고 있다. 난정서는 변재가 태종에게 빼앗긴 것이 아니라, 변재가 스스로 위품을 만들어 태종을 속였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이도 있다. 그 진위야 어떻든 중국 사람들이 얼마나 왕희지의 서(書)를 숭상하고 예술품을 아꼈는가를 가히 알 수 있다.
 
무소불능의 제왕이 무엇을 못하여 일편(一片)의 서(書)를 그토록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도둑을 시켜 훔쳐와야만 했을까. 연산군이나 네로 같으면 대번에 변재를 잡아들여 “목숨을 내 놓겠느냐, 난정서를 내놓겠느냐?”고 볼기를 치거나 당근질을 했을 터인 즉 말이다.
 아니다. 그런 위인들이 난정서는 해서 무엇에 쓰겠는가. 설사 손에 넣었더라도 코를 풀어 버리든지, 로마의 불길 속에 던져 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안타까울손, 그 신서(神書)는 영원히 지하에 묻히고 말았으니 설령 지상에 나온다 할지라도 잠견지(蠶絹紙)에 쓴 글이 성할 리 만무하다.

      집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라
      솔불 켜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히야 박주 산채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병가(甁歌)」에 있는 한호(韓護)의 작품이다.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을까 보냐. 솔가지불도 켤 것 없다. 어제 진 달이 또 돋아 오겠거니. 아이야 그 보다는 박주 산채라도 좋으니 없다만 말고 많이나 내오너라. 아주 호방하고 풍요로운 시다. 한호의 호는 석봉(石峯)으로 명필 한석봉(韓石峯)으로 알려져 있다. 왕희지와 안진경의 필법을 익혀 행서, 초서 따위의 각체에 뛰어났다. 추사와 함께 조선 서예계에 쌍벽을 이루었다. 한석봉은 글씨만 명필이 아니라 그 자유분방한 필법과 더불어 시 정신에도 통달해 있던 名人이었다.  (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시조 작품 〈눈물〉은 김영자 시인이 딸자식을 시집보내고 애잔한 마음을 어미낙타에 빗대어 3수 연작으로 읊은 서정시조다.

 코로나19로 어려운 때에 시인은 하나 남은 딸자식을 시집보냈다. 겉으론 과년한 딸을 시집보냄에 표정이 밝았으나 꽤나 가슴앓이를 한 모양이다. 그 애잔한 어미 마음이 3수 연작 〈눈물〉에 고스란히 베여있다.

 첫 수에선 난산의 고통을 발길질로 달래는 어미 낙타를 읊었다. 고비사막의 낙타는 난산의 고통에 학을 떼고 나면 태어난 자기 새끼를 거들떠보지 않고 미운 나머지 심지어 발길로 툭툭 차면서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 몽골의 고비사막 해 그림자 길게 뉘면 / 황량한 벌판에서 / 새끼에게 젖 안주고 발로 차는 어미 낙타 / 난산의 그 고통이 오죽 힘들고 괴로웠으면 새끼에게 발길질을 할까.

 둘째 수에선 새끼 울음 마두금 선율에 눈물 흘리며 젖 먹이는 가슴 저리는 모정을 잘도 표현했다. 몽골 유목민들은 음악을 사랑한다. 허허 벌판을 무대로 연주하는 마두금은 초원을 훑고 가는 바람처럼, 대지를 몰아 부치는 말발굽처럼 서정적이 면서도 슬프고 웅장하게 들린다. 마두금은 악기의 머리 부분에 말머리 장식이 달려 있어 붙여진 이름이며 말총이나 명주실 등으로 만든 두 줄의 현(絃)을 켜서 연주하는 찰현악기다.

 몽골사람들이 특별히 마두금을 연주 할 때는 어미 낙타를 달래어 새끼에게 젖을 물리도록 할 때이다. / 현악기 마두금은 새끼울음 소리 내어 / 어미 낙타를 달랜다. 그중에서도 인생의 모진 풍파를 다 견딘 할머니가 연주하는 새끼낙타의 울음소리 같은 마두금은 절정이다. / 구슬픈 그 선율에 어느새 젖이 돌아 / 발길질한 새끼가 애처로워 / 뚜욱뚝 눈물 흘리며 젖 먹이는 어미낙타/다.

셋째 수는 반전이다. 시인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산다. 그 아픔을 〈긴 팔을 갖고 싶다〉고 題한 시조 작품(금요거제시조선⑪)으로 남겼다. 지난주에 하나 있는 자식인 제 딸아이가 종갓집 맏며느리 자리에 시집을 갔습니다. 4대가 기독교 집안인 우리집과 달리 제사 많다는 종가인 사돈댁으로 말입니다. 사위와 딸이 서로가 좋아하니 반대도 못하고 과년한 딸을 결혼시켰습니다.

시작 노트의 일부다./ 딸자식 보내 놓고 빈가지 마른 가슴 /이다. 그 마른 가슴은
어쩌면 고비사막의 황량한 벌판일지도 모른다. 그때 마두금이 떠오르고 어미낙타가 생각났다. / 애꿎은 헤진 손톱만 피가 나게 뜯는다. / 절창이다. 이 종장으로 해서 詩가 되었다. 손톱이 헤졌는지, 뜯어서 피가 났는지는 모르나 절절한 어미사랑은 독자의 가슴을 저미고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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