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214)

     나의 봄에게

       박희자

보이지 않는 어둠
뿌리에서 꽃잎에까지
먼 길 걸어
어여쁜 봄이
내 옆에 와 앉았네
 

겨우내 춥다고
보고 싶다고 신음하던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내 옆에 와 앉았네

밤낮의 아픔들이 모여
꽃나무 피우듯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노을빛 물들이네
나의 봄에게

눌산 윤일광 시인

감상) 
우리나라 계절에 변화가 생겼다. 봄이 짧아지더니 이제는 가을조차 짧아졌다. ‘춥고 덥고’ 그런 극단적 계절만 생기는 걸까. 최근에 보기 드물게 10월 한파가 온다는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자연이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이것 아니면 저것, 내 편과 네 편 등 이분법적인 사고와 현실 때문에 두려워질 때가 많다.

봄은 대부분의 시인들이 한번쯤은 소재로 다루어봤을 정도로 친근하다. 박희자 시인의 ‘나의 봄’은 먼 길을 돌아와 꽃잎으로 내 옆에 와 앉은 봄이다. 먼 길은 겨울을 말한다. 그러나 그 겨울은 계절의 겨울이 아니고 내 삶의 아픔이다. 겨울의 상징은 절망이고 이별이고 죽음이듯이 말할 수 없는 삶의 고뇌가 복합적으로 응축되어 겨울로 표현된다.

시는 희망을 노래하므로 독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겨울 = 아픔’이라는 등식을 깨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것, 지난 겨울의 그 아픔과 슬픔까지도 사랑하게 된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여성적인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엿보이는 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jjtime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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