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전히 구멍난 정부의 산재예방 정책
폐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대우조선 노동자에게 처음으로 ‘추정의 원칙’(직업성 암)이 적용되었다. 추정의 원칙이란 사업장 유해요인과 발생 질병 사이에 상관관계를 인정하여 산재절차를 간소화 한다. 대우조선에서 해마다 4~5명의 노동자가 폐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산재승인 최초 접수(21.5.28)부터 인정(21.8.31)까지 소요된 기간은 약 3개월이다.

이는 직업성 암 판정이 평균 1년을 상회함을 비추어 볼 때 상당한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향후 예상되는 기대효과는 물론 무엇보다 재해자에게 큰 위로가 되었음에 상당히 고무적인 판정이라 할 수 있겠다. [참조1]

추정의 원칙, 대상자에 따라 적용기준 제각각!
그러나 똑같은 사안일지라도 대상자에 따라 적용기준이 달랐다. 개인의 산재 신청에는 불필요한 역학조사 등 절차의 간소화 없이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는 반면,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상대적으로 산재처리 기간이 단축되었다. 이에 모든 노동자에게 신속한 치료와 보상을 지원하기 위한 추정의 원칙 법제화 및 대상 확대 등 제도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참조2]

석면에 노출되었지만 건강관리카드 발급대상 제외!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 배경에는 대우조선지회의 건강관리카드(산업안전보건법 137조)발급 투쟁의 영향이 컸다. 지회는 과거 조선소의 석면 취급부서 및 직무를 파악하여 건강관리카드 발급 투쟁을 전개하면서, 재해자가 용접흄 외에도 가스켓 절단 작업으로 석면에 노출된 사실을 인지하고 산재신청 초기부터 적극 대응할 수 있었다. 다만 재해자는 과거 주 직종이 용접사였는데, 용접흄은 현재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물질(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214조)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카드발급이 불가했다. [참조3]

건강관리카드 제도개선으로 선제적인 예방대책 필요!
건강관리카드는 정부가 발암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를 추적·관리하여 퇴직 및 이직 후에도 특수검진을 지원하고, 관련질환 발생 시 산재 등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잘 모를뿐더러 발급 주체인 노동부조차 홍보에 소극적이다. 이에 대우조선지회는 21년 2월, 석면건강관리카드를 발급 투쟁을 전개하여 10월 15일 기준, 168명의 카드 발급을 쟁취했다.

그러나 조선소에서 흔히 노출되고 있는 용접흄, 디젤연소물질, 도장페인트 등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석면과 똑같은 1군 발암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카드발급 대상기준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 물질을 확대하고 노출 기준을 완화하는 제도개선으로 선제적인 예방사업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 [참조4]

산재신청 보복행위 처벌 – 국내 첫 사례  
지회는 이 외에도 산재은폐 근절 투쟁을 병행하며 전체 노동자의 건강권 쟁취를 위해 분투해 왔다. 20년 6월 경, 사업주의 허락 없이 산재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재해자를 집단 따돌림 시킨 사업주를 산재보상보험법 제111조의 2(불이익 처우의 금지) 위반의 고발조치에 검찰은 불구속구공판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최초 신고부터 기소처분까지 걸린 시간이 자그마치 1년 3개월이다. 피해자의 보호조치가 전무한 채 산재피해 노동자는 또 다른 고통에 내몰려야 했다. 또한 산재은폐의 근복적인 원인이 보복행위에 있음에도 처벌로 이어진 것이 국내 첫 사례라는 현실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참조5]

대우조선지회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각에 맞서 정신없이 달려왔다. 지금 이순간에도 산업은행 앞에서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체 노동자의 건강권 사수를 위해 가열찬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더이상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다치면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 많은 관심과 연대를 당부드린다.
                        2021년 10월 22일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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