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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88]윤미정-'산 국 차 (山 菊 茶)' ▲윤미정:경남자원봉사체험수기일반부최우수상(2009년)/'20현대시조등단/능곡시조교실수강/거제시조문학회사무국장

「금요거제시조選-88」
 '산  국  차 (山  菊 ' 茶)'

 

 


 




     윤 미 정 

꽃차를 익힌 터라
기다린 가을인데

산골짝 물소리에
산국이 화답하여

노오란 언덕배기가
그림처럼 곱습니다.


마알간 계곡물에 
헹구어낸 산국 꽃잎
 
아홉 번 덖는 사이
가을도 함께 덖여 

햇살이 내려다보고
끼워 달라 보챕니다.


뜨거운 찻잔 속에
피어난 산국 꽃잎

내가 나를 공양하듯 
두 손에 받쳐 들면 

秋情에 취한 女心은
산국 되어 웃습니다

◎ 외양과 겸양
사람의 타고난 복을 일러 분복(分福)이라 한다. 그래서 운명론자들은 분복대로 산다고들 한다. 분복 중 외양, 즉 허우대가 좋다면 절반이상 성공한 채 태어난 셈이 된다. 이는 예로부터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은 ‘신언서판(身言書判)’ 중 ‘신(身)’을 먼저 꼽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허울에 약한 것 같다. 얼굴이 잘생기고 허우대가 좋고 거기다 옷까지 잘 차려 입었다면 어디서나 후한 대접을 받는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사물 위에 감정이 포개지기 때문이다. 감정이 포개지기에 좋은 대상은 더욱 좋게  보이고 싫은 대상은 더욱 싫게 보인다. 그래서 ‘사랑하면 곰보도 보조개로 보이고, 미운 놈은 사돈까지 밉다.’는 말까지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감정에다 선입견까지 곁들여지면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독특성을 보지 못하게 된다. 선입견은 그릇된  판단을 내리게 하기에 경계해야 하나 누구나 선입견에 자유로울 수 없다. 선입견을 없애는 길은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하련만 쉬운 일은 아니다. 겉모습이 다소 특이하였던 미국의 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에 대하여는 일화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겉모습과 관련된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링컨의 얼굴을 늘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링컨에 대해 이렇게 비방했다. “링컨은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눈은 움푹 파이고, 키는 전봇대 같지 않습니까, 그는 대통령의 외모로서는 너무 볼품이 없어요.” 그러던 어느 날 군에 간 그녀의 아들이 큰 죄를 짓고서는 탈영을 했다. 결국 그는 붙잡혀 군법 재판에 회부되어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의 아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유일한 길이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특사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천신만고 끝에 소원을 이루었다.
대통령을 만난 그녀는 발 앞에 무릎을 꿇고서 울면서 부르짖었다.
“대통령 각하, 하나 밖에 없는 불쌍한 내 아들을 부디 살려 주십시오. 그러면 내 목숨이라도 대신 내어 놓겠습니다.” 링컨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위로했다.
“부인, 내일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만 마음을 진정하시고 안심하고 돌아가십시오.”
그 다음날 링컨은 약속대로 그의 아들을 사면했다. 그때부터 그 여인은 링컨에 대하여 평소처럼 많은 말을 했지만, 그 내용은 판이하였다. “내가 만나본 대통령은 얼굴이 남자답게 뼈대가 굵고, 미소 짓는 얼굴은 아주 매력적이고, 대화는 부드럽고 조리가 있었고, 깊은 곳에 들어가 있는 두 눈은 정으로 빛나고 있었고, 키가 잘 빠진 신사중의 신사요, 세계 제일의 미남이었습니다.”

        학자금 나무라던
        김서방네 유자나무

        인건비도 안나온다
        따다 말고 그만뒀다

        가지 끝 매달린 몰골
        울퉁불퉁 가관이다.


        허우대는 멀쩡한데
        성한 곳이 없는 꼴통

        추슬러 가릴 양이면
        흠만 자꾸 만져지고

        어금니 질끈 깨물고
        어깨 뒤를 두드린다.

         拙詩. ‘근황 · 1’ 전문

 옛 선현들은 군자의 도리에 관하여 많은 가르침을 남겼다. 전국시대 제(齊)나라에 분성괄(盆成括)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이 관직에 임명되자 맹자(孟子)가 그 소식을 듣고서 “죽겠구나, 분성괄이여!”라고 했다. 그 얼마 뒤 분성괄이 살해 되었다. 맹자의 제자들이 스승의 예언이 들어맞은 것이 신통하여 “선생님께서는 분성괄이 살해 되리란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하고 물었다. 맹자가 대답하기를 “내가 무슨 예언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사람됨을 보면, 재주는 조금 있지만 군자의 큰 도리를 행한다고 듣지는 못했지. 그렇게 처신하면 충분히 그 자신을 죽일 수 있지”라고 했다. 군자의 도리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며,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의 본분이나 도리를 지키는 것으로 사람으로서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일 뿐이다. 이를테면 부모를 잘 섬기고, 어른을 공경하며,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친구 간에 신의가 있고, 생활은 검소하고, 태도는 겸손하고, 근면한 일들 모두가 바로 군자의 도리다.
 재주만 믿고 도리를 모르는 사람은 분성괄 처럼 자기 몸을 보존할 수 없다. 곡식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겸양과 겸손을 누누이 강조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재주를 믿고 멋대로 설쳐대는 즉 시재망작(恃才妄作 · 재주를 믿고서 아무렇게나 하는 행동)하는 위인들이 너무 많아 탈이다. 도덕의 수준이 현저히 저하된 것을 두고 패덕(悖德)이라 일컫는다. 그래서 일까 오늘날을 두고 패덕의 시대라 탄식 소리가 높다.
(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시조 작품 〈山菊茶〉는 윤미정 시인이 산국차를 제다하여 마시는 감흥을 3수 연작으로 감칠맛 나게 표현한 서정시조다.
 산국은 씹으면 그윽한 향과 단맛이 나는 감국(甘菊)과는 달리 맛이 쓰고 맵다. 그래서 ‘고의(苦薏)’라고도 한다. 산국은 전국 어느 곳에서든 샛노란 꽃이 떼를 이뤄 핀다. 산국은 들국화를 대표하는 꽃이라 알려져 있다. 산국이 만개한 곳엔 그 향기가 진동한다. 산국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지만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용도로 이용했다. 봄에는 나물로 데쳐먹고 가을에는 꽃잎을 따서 술과 차와 떡으로 만들어 먹었다. 꽃을 말려 베게나 이불속에 넣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어지러움이나 두통이 없어지면서 머리가 맑아져 단잠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국화차는 눈을 밝게 하고 머리를 좋게 하며 신경통, 두통, 기침에 효과가 있다. 오래 음용하면 불로장수 한다고 조상들은 믿었다.근간에 꽃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꽃차는 계절마다 피고 지는 다양한 꽃으로 제다하여 음용한다. 꽃차는 맛과 향기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아름다워 시각, 후각,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이를테면 일석삼조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꽃차를 만드는 방식은 총 네 가지로 분류된다. 자연에서 잎을 그대로 말린 후 만들어 내는 건조차, 한약재를 섞어서 만드는 한약차, 꿀에 재워 향긋한 시럽과 같은 맛을 즐기는 차, 솥에서 덖어내는 덖음차가 그것이다. 꽃차에 대한 이 정도 실력이면 꽃차 전문가로 보는 이도 있겠으나 실토정(實吐情)하면 문외한이나 진배없고 들은 풍월로 아는 체 하는 것뿐이다.

 꽃차의 제다를 익힌 터라 가을을 기다렸다. 산국차를 제다하기 위함 이었다. / 산골짝 물소리에 산국이 화답하여 // 노오란 언덕배기가 그림처럼 곱습니다. / 그 물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언덕배기에 노오란 산국이 그림처럼 곱기만 하다. 더구나 꽃차의 재료가 될지니 오죽이나 곱게 보이리요. 물소리와 산국, 아귀와 죽이 잘 맞아 떨어지는 화음이다.

 마알간 계곡물에다 산국 꽃잎을 헹군다. 헹군 꽃잎은 형태가 망가지지 않게 그늘진 곳에서 말린다. 행여나 곰팡이라도 필세라 살피고 또 살핀다. 말린 꽃잎을 덖고 식히기를 아홉 번이나 반복한다. 정성을 다 함은 말할 것도 없다. / 아홉 번 덖는 사이 가을도 함께 덖힌다. / 가을도 함께 덖힌다는 표현이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재미가 깨를 볶는다. 그래서 시조의 格이 살아났다. 거기다 / 햇살이 내려다보고 끼워 달라 보챈다. / 점입가경이다. / 뜨거운 찻잔 속에 피어난 산국 꽃잎 / 이다. 노오란 꽃잎이 시각을 자극하고 있다. 마시기가 아까워 / 내가 나를 공양하듯 두 손에 받쳐 들면 / 모르긴 해도 어화 둥둥 태평성대다. 그 향그로움에 지긋이 눈을 감는다. 이윽고 / 秋情에 취한 女心은 산국 되어 웃는다. / 욕심을 비우면 마음이 맑아진다(慾寡心淸)고 하지 않던가. ‘추정에 취한 여심은 산국 되어 웃는다.’는 종장으로 해서 언어의 감성이 돋보이는 한편의 시조가 되었다. 만추에 산국차 한 잔을 마시고 秋情에 취한 女心을 헤아려보고 싶건만 ….<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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