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가 내년 교육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1만여 영유아에게 1인 5만원씩을 지급키로 했다고 지난 6일 거제시장이 직접 비대면 기자회견으로 발표했다. 자체예산 5억원을 당초 예산에 편성 의회에 승인 요청했음을 밝힌 것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의 지원 차별을 없애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모든 영유아에게 보육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확산과 장기화 국면에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못한 초·중·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 예산을 활용해 현금 및 현물을 지원하는 것이 이 교육재난지원이 사업의 목적이다. 

요지는 미취학 아동 중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영유아가 제외돼 지급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시는 지역 보육의 책임기관으로서 보육과 교육의 경계가 나누어지지 않도록, 공평하게 지급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급절차를 지키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방문신청 접수 불편 해소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아동수당 계좌로 내년 1월 중순께 입금할 계획이다.  지난해 교육경비지원에 절차적 결여 문제로 학부모들의 항의시위까지 있었고, 도감사에서 환수처분을 받아야 했던 점을 상기하면 거제시의 섯부른 조기 발표는 비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의회 승인 후 발표해도 문제가 없음에도 말이다. 

지급여부의 당위성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 어째서 의회가 예산의결을 하기 전에 미리 이를 공포해 마치 선심쓰는 것처럼 그 절차를 지키지 않는냐는 점을 지적한다. 만약 의회에서 이 예산이 부결되면 거제시 행정의 공신력은 어덯게 될 것인가?

시의 한 관계자는 의회측과 사전 조율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지만 의회 간담회에서 흘러나온 후일담은 이와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집행부의 의회 경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논란이다.

의회가 예산을 최종 결정하기도 전에 미리 교육재난지원금을 줄 것이라고 애둘러 발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회는 통과 의레일 뿐 의회의 의사결정은 문제될게 없다는 것인가? 이는 의회제도의 부정이며 의회 기능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헌법은 주권재민(主權在民)과,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시민을 대리하고 대표하기 위해 선출직 대표자로 단체장과 이를 견제 감시하고  민의수렴과 자치행정의 발전을 통해 시를 발전시켜 달라고 지방의원을 뽑았다. 모두 민의(民意)를 잘 수렴하고 대변해 달라는 뜻이다. 그것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의회의 기능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도 있지만, 근본적 기능은 주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주민의 뜻을 반영하는데 있다.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지역의 현안을 함께 토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원 개개인의 노력과 민심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특히 행정 발전에는 그 진행과정과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 준수는 결과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국 뉴져지의 버겐 카운티(Bergen County) 의회는 매주 한차례 열리는 주민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토론을 벌인다. 공청회 4일 전에 안건이 공개되며, 주민들의 발언은 철저하게 보장된다. 참여자가 많을 경우 1인당 3분 이내로 발언을 제한해 공정한 기회도 만든다.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주민 의견은 의원들과 집행부가 협의해 사안을 하나씩 처리한다. 회의의 결정 사항은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전달한다. 주민이 낸 동물 서커스를 금지해 달라는 요구를 수렴해 이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의회는‘공무국외출장 주민보고회’를 열었다. 국외 출장에서 얻은 경험과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안을 의원들이 직접 주민들에게 상세히 알리고, 주민들과 토론을 진행했다. 보고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해외 사례의 적용 방안과 의원들의 공무국외출장 전반의 개선방안을 질의하고, 의원들로부터 하나하나 설명도 들었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지방의회를 만드는 것은 의원들의 역할이자 주민들의 몫이기도 하다.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성찰하고 실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민들은 맡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의회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의회의 권한인 예산 승인권이 침해되어도 별 문제가 없는가? 지난해에도 말썽이 일었는데...

권한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다. 권한 없는 책임이란 있을 수 없으며, 책임이 따르지 않은 권한은 위험하다.  기초·광역의회 할 것 없이 모두 일당일색에서 복수정당 체제를 갖추었으나 다수결이란 이름아래 이해 못할 일들이 빈번히 드러난다. 원내 역학관계의 변화와 더불어 물리적 변수까지 예상돼 집행부를 두고 정당공천제 폐해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인 의회로 거듭나기를 기대 했지만 중앙 정치 못지 않는 대립과 갈등을 보이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일부에서는 다소 심하지만 기초단체장 임명제, 기초의원 폐지론까지 고개를 들게되는 것이다. 자치제도 실시 결과 너무나 손실과 폐해가 많다는 것이다. 예산의 낭비와 사무처리의 비능률화와 소모적인 사무처리를 지적한다. 의원 또한 권위적이고 소모적 형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의회를 경시하는 듯한 이런 일들이 반복됨에도 의회는 강한 질책보다는 어물쩡 그냥 넘어가는 모습을 시민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정말 주민을 위하는 지방정치의 장이 될 것인가?

생활자치를 펴야할 기초 자치단체가 정파적 의견만이 존재한다면 이는 불행이다. 자치정부의 구성요소는 자치단체, 의회, 주민, 지역언론을 들 수가 있다. 그 중 주민의 역할이 가장 크다. 적극적인 주민참여 없이는 지방자치제도도 제 틀을 찾아가기 어렵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주민에게 달려있기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시민을 의식한다면 거제시의원들의 의회존재 이유를 다시금 되씹어 보길 원한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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