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225)

  리어카와 스포츠카

       김지영

한낮의 햇살이 잠자는 골목길
주차금지 아랑곳없이 서있는 빨간 스포츠카
그 옆을 아슬아슬 곡예 운전하는 낡은 리어카

“찌익”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토해내는 검은 오물들
스포츠카만큼 젊은 운전자와
리어카만큼 나이든 머리 희끗한 할머니
실랑이로 골목길이 출렁인다.

시뻘건 목소리와 미친 듯 춤추는 손가락 사이로
휘어진 갈대는 일어설 줄 모르고
뻘쭘한 구름들만 뭉쳤다 흩어진다

“주차금지잖아요. 그쪽 과실도 있는데”
보다 못해 건넨 한마디에
스포츠카 빨간색깔보다 더 이글대는 눈빛
가슴 섬뜩해진다

“내가 다 치울게요”
선하디 선한 할머니의 울먹임만
골목을 채운다

감상) 

눌산 윤일광시인

임인년 첫 시로 김지영 작가의 시를 선택해 보았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수 있는 시인의 모습이 시 속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를 세워서는 안 되는 곳에 빨간색 스포츠카가 섰다. 빨간 스포츠카는 부(富)와 권력이면서 한편으로는 가진 자의 횡포이고 어떤 면에서는 졸부의 상징이다. 법 따위는 무시해도 좋다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군상들을 메타포하고 있다.
그에 비해 리어카는 가난한 자의 표상이고 없는 자의 비애와 힘없는 자의 모습이다. 낡은 리어카에 넘치도록 많이 쌓은 오물만큼 삶이 버거운 사람들이다. 이러한 설정은 스포츠카와 리어카라는 같은 차(車)이면서도 거기에는 젊은이와 머리 희끗한 할머니, 고급차와 낡은 리어카, 빨간색과 무채색, 큰소리치는 자와 울먹이는 자의 대비된 상황이 독자로 하여금 사회적 모순에 공분을 느끼게 한다.
시는 사회현상에 대한 고발이다. 그런 역할을 시인들이 해야 한다. 모순된 사실을 보면서도 눈 감아버리는 지식인의 비겁함에 대하여 시인들은 그래서 안 된다. 설령 용감하게 나서지는 못하지만 글로서 지적하고 싸워야 하는 것이 시인이다. 그래서 시인이 살아 있는 사회가 바른 사회다. 모두가 시인이 되어야하는 시대적 가치를 김지영 시인은 외치고 있다. (눌산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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