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44)

    기분 좋은 날

       이형옥

등굣길에 친구가 준
사탕 한 알
달콤하게 먹고
껍질은 주머니에 넣어 두고

하굣길에 아이스크림
시원하게 먹고
껍질은 고민하다
손에 쥔 채로

집에 와
휴지통에  넣었는데
이상하다
한 것도 없는데 기분이 좋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사탕껍질은 주머니에 넣고, 아이스크림 껍질은 손에 쥐고 있다가, 집에 와서 휴지통에 넣었는데, 겨우 그것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시 속의 아이는 기분이 좋아지듯, 시를 읽는 사람도 왠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을 느끼게 한다.
시는 독자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다. 시적화자는 먼저 시인의 마음을 울리고, 그 다음에는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즉, 시인의 감정이 독자의 감정으로 이입되는 것이다. 이를 문학용어로는 아이덴티티(identity 感情移入)라 한다.
동시(童詩)의 경우 시적어른이 시적마음을 가진 아이를 화자로 내세워 감정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성인시보다 까다로울 때가 많다. 다시 말해 ‘문학 + 동심’이라는 이원구조를 충족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쓴 동시가 드물다.
이형옥 시인의 <기분 좋은 날>은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 낸 동시다. 월요일 아침을 동심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기분 좋은 출발을 선사해 주고 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